[원동인 칼럼] 우리는 알고 있다. 입시에는 답이 없다는 것을…

  • 입력 2020.03.06 13:23
  • 수정 2020.03.06 13:24
  • 기자명 원동인 SPR교육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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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영향으로 졸업식이 축소되고 유치원, 초중고, 대학의 개학이 연기되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도 2021학년도 대학 입학을 위한 수험생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대학 입시제도가 변경되었고 우리 사회는 그때마다 큰 사회적 논란이 있었으나, 평가의 공정성 확보, 고교교육 정상화나 사교육 억제 등 목표를 성취한 예는 없었다. 

아무리 동전의 양면이 있다고 하지만, 잘 해보려고 해도 우리의 교육제도, 입시제도 개선은 언제나 커다란 문제점만 남기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하나의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입시제도 개선을 교육문제 해결로 보는 경향이 있다. 즉, 입시를 교육으로 보는 것이다.
이러니 전국의 모든 교육학자가 머리를 맞대고 최선의 안을 만들어도 항상 실패할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 입시는 교육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과 부의 획득, 지위의 상속 문제이며 일종의 사회보험이기 때문이다. 입시과열은 재산 다음 중요한, 문화자본이라는 보조 재산을 상속하려는 것이자 일종의 투자인 것이다.
재산과 학력을 가진 사람들은 자녀의 일류대학 입학만큼의 투자, 상속의 효과가 확실하게 발휘되는 곳이 없다는 경험적 진실을 신앙처럼 믿고, 나머지 온 국민은 학력이라는 ‘보험’ 없이 자녀를 이 세상에 살아가게 할 수 없다는 불안감에서 입시의 대열에 서게 된다. 투자에는 자본 규모가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우수한 교육학자들이 그 어떤 입시제도를 개혁하고 개선한다 해도 ‘금수저’들에게 유리하게 변형된다. 
‘학종’이든 ‘정시’든, 잘 사는 집 아이들이 서울대 입시 결과가 압도적으로 좋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부모들이 안 먹고 안 입고 아낀 돈으로 자녀에게 비싼 사교육을 시키는 것은 다른 아이보다 한발 앞서게 하려는 간절한 마음일 것이다. 
아마도 모든 사교육을 불법화하고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의 교육의 질을 평준화하지 않는 한, 우리가 원하는 입시의 공정성 확보는 불가능할 것이다.

과거나 지금이나 큰 부자들은 자녀 학력, 학벌에 목매지 않는다. 권력과 부의 문턱에 있는 상위 20% 정도가 학력, 학벌에 사활을 건다. 엘리트 충원 제도나 관행, 그리고 고학력 중상위 계층에게 고착화된 학력주의 신화를 하루아침에 깰 수 없기 때문에 이 문제의 해결은 매우 어렵다.

수업 시간에 듣지 않고 잠을 자거나 딴짓을 하는 80%의 학생들은 입시전쟁의 들러리에 불과하지만, 그들의 학부모들도 이 대결에 설 수밖에 없는 이유는 대학, 특히 좋은 대학 졸업장이 없으면 자녀들을 태안서부발전소의 김용균이나 구의역 19세 청년처럼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서고, 제조업 비중이 현저히 축소된 지금 시점에 이들 청소년을 숙련기술자로 육성해서 좋은 대우를 해주기는 어려울 것이지만, 노동·복지·교육 연계 정책을 수립해서 고졸·전문대졸자의 채용을 우대하고 이들을 인간 대접해줘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양극화도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물론 이렇게 해도 상위 20%의 학벌자본 투자 열기와 지위 상속 열망을 냉각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국에서 대학입시는 교육 문제가 아니다. 지위 세습과 계층 이동의 욕망이 투영된 결과이다. 이러한 입시문제는 교육부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이해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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