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상상'을 펼치는 공간, 카페8번가

원상호 카페8번가 대표 / 작가 박예솔 기자l승인2020.01.03l수정2020.01.0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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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을 원하는 지친 현대인의 발걸음이 문화활동을 향하고 있다. 휴일이면 유명 전시회를 찾고, 음악공연을 즐기거나 가장 쉽게는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곤 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중문화’라는 점이다. 하지만 그 뒤에는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independence 즉, 비주류문화도 존재한다. 이러한 비주류 문화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 위해 두 팔 걷고 나선 이가 있다. 동대문구 회기동에서 카페8번가를 운영하고 있는 원상호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원 대표는 화가이자 카페를 운영하는 대표다. 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카페8번가 구석구석 원 대표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그의 열정과 각별함이 더해져 더욱 의미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카페의 입구에는 ‘꿈을 품은 고래’ 조형물이 손님을 반긴다. 실존하지만 상상의 동물 같은 존재 ‘고래’는 즐거운 상상을 하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원 대표의 마음이 담겨 있다.

 

소통과 나눔, 기회의 공간 '카페8번가'
화가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는 화가 원상호 대표는 장소 대관에 어려움을 겪는 화가들을 위해 카페8번가에서 무료로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관람도 무료다. 전시를 원하는 작가는 공모기간동안 자신의 작품 사진과 작품 소개 등을 작성한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면 카페8번가의 검토 후 협의를 통해 무료로 약 2주간 전시회를 가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인디밴드를 위한 공연 장소로도 사용되고 있다.

“유명한 명화전시나 유명 가수의 공연은 큰돈과 시간을 들여서라도 관람을 하지만 상시로 개방되는 무료 갤러리는 외면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문화라는 게 큰마음 먹고 즐기는 것이 아닌데 말이지요. 카페와 갤러리를 접목시킨 것도 대중문화가 아닌 비주류 문화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자 하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커피 한 잔 즐기러 방문하는 손님들이 그림도 보고, 공연도 볼 수 있도록 말이지요. 혹은 인근 대학의 학생들이 공부를 하러 왔다가, 머리를 식힐 겸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이곳에서 본 우연한 그림이, 또 우연히 듣게 된 노래가 ‘취향저격’일 수 있잖아요.”

원 대표의 말마따나 작가는 작품을 통해 세상과 그리고 사람들과 꾸준히 소통하려 하지만 소통할 기회를 만들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원상호 대표는 카페8번가를 통해 작가의 그림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나가고자 한다.

 

▲ Square play-표정 72x60cmsoil.acrylic.epoxy on canvas 2018

인생, 사각 프레임 속 숨겨진 행복을 찾는 일
원 대표는 화가로서 지낸 세월이 벌써 20년에 달한다. 카페 운영은 그에게 ‘부업’인 셈이다. “카페 운영과 작업을 함께 하려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지만 작품활동을 하지 못하는 게 가장 힘들다”고 말할 정도로 미술 사랑이 대단한 그다.

“예술은 내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세계입니다. 또, 다른 사람들과 서로의 세상을 그림을 통해 공유하고 소통하며 어떠한 생각을 갖고 사는지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지요. 저는 작품에 대한 설명을 자제하는 편입니다. 작품의 원작자가 평을 내리는 순간, 그게 정답처럼 자리 잡게 되고, 그건 개인의 세계를 강요하는 것이 되니까요. 보는 사람이 느끼는 그 감상이 정답입니다. 감상은 감상자가 처한 환경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많이들 어릴 때 읽었던 ‘어린왕자’를 어른이 돼서 읽으니 새롭게 다가온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감상자의 환경이 변했기 때문에 감상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예술이란 그런 것이에요. 5년 후, 10년 후 언제든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기에 매력적이지요.”

원상호 대표의 작품은 ‘사각’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다. 인간의 의지로 인해 탄생된 사각의 세상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해학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이 하나의 프레임 속에 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네모의 꿈’이라는 노래 가사 처럼요. 자연물에는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 사각이에요. 그 프레임 안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지요. 그리고는 사각 틀 너머의 다른 공간을 동경합니다. 하지만 파랑새도 결국은 자기 안에 있듯이, 네모의 공간 속에서도 행복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행복은 내 안에서 탄생하는 것이니까요.”

보고 듣고 느끼고 즐기는 문화의 성지가 되는 날까지
한편, 원 대표는 예술가에게 붙은 편견들을 깨부수고 싶다고 말한다. 작업을 함에 있어 ‘애정’과 ‘애착’이 없으면 예술은 이어가기 힘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배 곪는 직업’은 아니다. 또, 부족하고 가난해야만 진정한 예술이 탄생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예술은 배고픈 것 이라는 편견을 은연중에 지니고 있다. 가난을 딛고 이름을 떨친 화가들이 조명되면서 이미지가 고착화됐기 때문. 이렇듯, 누군가가 세뇌시킨 문화와 이미지를 ‘학습’하는 게 아닌 ‘즐기는’ 날이 오길 소망한다고 말하는 원상호 대표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카페 앞 너른 마당에 플리마켓을 설치할 계획도 구상 중에 있다는 원상호 대표. 앞으로도 카페8번가에선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펼쳐질 예정이다. 원상호 대표의 카페8번가가 문화의 성지로 거듭나는 날을 기대해본다.

▲ 황금언덕 golden hill_53x65cm_mixed media on canves_2016

박예솔 기자  yesall4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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