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망을 현실로”…아우토반을 달리는 자동차 이야기꾼

류선욱 A.D.P company 대표

  • 입력 2019.12.27 18:02
  • 수정 2019.12.28 14:57
  • 기자명 박예솔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우토반. 자동차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듣기만 해도 가슴 뛰는 이름이다. 답답하게 꽉 막힌 도로에 갇혀 본적 있는 운전자라면 아우토반을 시원하게 달리는 자신을 상상 해 봤을지도 모른다. 여기, 당신의 로망을 현실로 달리게 해 주는 사람이 있다. 독일에서 자동차 테마 여행을 운영하고 있는 아달프(아우토반 달리기 프로젝트)의 류선욱 대표다.

‘아우토반 달리기 프로젝트’는 자동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여행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포르쉐나 BMW M, 벤츠 AMG 같은 ‘드림카’를 직접 운전해 아우토반을 달려 보는 것은 물론이고, 페라리나 람보르기니와 같은 슈퍼카 쇼룸, 자동차 박물관, 공장을 둘러보는 ‘히스토리 투어’도 준비돼 있다. 자동차 박물관 큐레이터/도슨트를 통해 깊이 있는 여행을 제공하고, 자동차 공장도 상세하게 둘러 볼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 자동차 마니아들이 꿈꾸는 뉘르부르크링 서킷 위를 달리는 나를 상상해 보자. 생각만 해도 귓가에 웅웅대는 엔진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다. 뉘르부르크링 서킷과 아우토반을 전문으로 하는 인스트럭터도 다른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그야말로 ‘자동차의, 자동차에 의한, 자동차를 위한 여행’인 것이다. 

마니아 고객을 위한 전문가와 함께하는 꽉찬 여행
테마 여행은 소수의 마니아층이 찾는 분야다. 일반 여행 시장에 비해 자동차 테마 여행 시장의 파이는 작은 편이지만, 류 대표는 그만의 독특함과 차별성을 가진 여행 프로그램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서 여행을 오시는 분들에게 진짜 여행을 선물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갈 때면, 꼭 전문가나 관련 전공자와 동행합니다. 그림 한 장에서도 미술을 잘 모르는 제가 혼자 보러 갔을 때와는 전혀 다른 세상을 보여주거든요. 자동차 여행에 있어서는 제가 여행객들에게 그런 역할을 하는 거죠. 자동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경험하게 해드리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오랜 시간 자동차를 연구하고 공부한 전문가이지만 류 대표는 여행객들을 위해 지금도 공부를 놓지 않고 있다. 여행객들에게 더 재미있고 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견학, 체험, 익스트림 등 다양한 테마로 구성된 여행은 독일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이탈리아, 스위스, 노르웨이 등 여러 나라를 방문하기도 한다. 특히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꽁꽁 얼어붙은 노르웨이 강가 얼음 위를 드라이빙 해보는 특별한 경험도 가능하다. 저녁에는 연어 요리로 만찬을 즐기고, 노르웨이의 대자연에서 캠핑도 즐길 수 있다. 

자동차는 단순한 운송 수단이 아닌 삶 그 자체라고 말하는 류 대표. 그는 자동차와 함께 하는 다양한 여행 코스를 개발해 매번 더 색다른 경험을 선물고자 한다. 그 때문인지 여행 프로그램에는 생각보다 더 다양한 고객들이 찾아온다. 젊은 신혼 부부, 혼자 오는 남성, 아이를 동반한 가족, 그리고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팀까지.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찾는 마니아 프로그램이다. 류 대표는 여행객들의 표정에서 희열과 짜릿함을 발견하는 순간이 가장 뿌듯하다고 한다. 

“제일 기억에 남는 표정은 여덟살 꼬마의 얼굴입니다. 자동차를 너무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자동차 대신 카트를 타는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천진난만한 아이의 얼굴에서 차의 매력을 그대로 느끼는 희열과 그 짜릿함을 발견했을 때, 저 역시 짜릿한 감정이 느껴지더라고요. 고객의 로망, 꿈을 함께 했다는 경험 그 자체가 유대관계를 돈독하게 해 줍니다. 아직도 한국에 돌아가면 여행객으로 찾아왔던 가족분들과 여전히 만남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여행 가이드가 아닙니다. 여행의 동반자 입니다.”

 

자동차 여행의 동반자이자, 자동차를 좋아하는 아이들의 선배로서 가는 길
류 대표가 만났던 수많은 고객들 가운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는지 물었다. 수많은 여행객들 한 사람 한 사람과의 경험들이 저마다 다 달랐기에 특별했다며 고민하던 그는, 한참 생각 끝에 고등학생 소년과의 일을 꼽았다.

“독일에서 엔지니어를 해야 할지, 한국에서 수능을 봐야할지 고민하던 학생이었습니다. 우리가 입시 전문가는 아니지만, 적어도 자동차 분야에서 만큼은 많은 경험을 가진 전문가 집단으로서 진로를 함께 고민해줄 수 있었습니다. 스스로 산업 현장을 직접 둘러보는 경험을 통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며 고마워했던 그 학생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류 대표는 입시에 시달리던 학창시절, 우연히 마주친 은색 포르쉐를 보고 자동차에 대한 꿈을 갖게 되었다. 이후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에 이르기까지 계속 자동차와 관련된 전공 공부를 했지만 원하는 ‘직업’을 찾는 데는 고민이 많았다.

“저는 평생을 자동차밖에 모르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런데도 18년 동안 제가 원하는 직업을 찾기 위해 엄청난 시간을 들여야 했죠. 오랜 시간 끝에 알게 됐습니다. 저는 자동차 연구가 아니라,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고 전달하는 일을 좋아한다는 걸요.”

류 대표는 자신처럼 자동차를 좋아하는 어린 친구들에게 보다 구체적인 비전과 가능성, 경로를 보여줄 수 있는 견학 관련 교육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고려대, 한국산업기술대, 전주대학교 등의 학생들이 방문 했고, 앞으로는 고등학교로 확장을 준비 중에 있다. 

슈퍼카와 같은 고급스러운 차종이 있다고 해서 럭셔리 여행 상품이라 오해해서는 안 된다. 류 대표의 여행프로그램은 자동차에 대한 애정과 지식, 정보가 가장 중요한 요소다. 배낭여행으로 오는 대학생들도 많다. 이는 류 대표가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도움이 되는 여행, 미래를 꿈꾸는 청년들을 위한 여행을 제공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포르쉐에 반했던 소년, 자동차 이야기꾼이 되다.
류 대표는 앞으로 더 다양한 국가나 도시를 기반으로 한 자동차 여행 프로그램을 기획·개발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고 밝혔다. 

“저는 자동차 이야기꾼이 되고 싶습니다. 역사와 문화, 시장과 인프라, 덧붙여서 교육까지 관통해 ‘자동차’에 대해 이야기 하는 이야기꾼이 되는 것이 제 꿈입니다. 여행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자동차를 소개하고, 꿈을 이뤄주고,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자동차를 보며 꿈을 꾸었고, 그 꿈을 이루었고, 그리고 이제는 자동차를 통해 다른 이들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노력하는 류선욱 대표. 그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진짜 ‘자동차’와 ‘꿈’을 만나볼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피플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