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기후투사' 툰베리가 전하는 '울림'

그레타 툰베리 환경운동가

  • 입력 2019.12.24 15:57
  • 수정 2019.12.24 17:10
  • 기자명 박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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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 위기에 직면한 세대의 대변자가 된 스웨덴의 10대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타임지 '2019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툰베리는 "믿을 수 없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그는 기후 변화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몇 달간 미국에 체류한 뒤 유럽으로 돌아올 때 탄 범선 위에서 타임지와 인터뷰를 했고 "#미래를위한금요일(전 세계 수백만 명의 학생들이 참가하는 환경운동) 운동과 전 세계 환경운동가들과 함께 이 영광을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계속 살 수 없다. 우리에겐 내일이 있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말은 그것 뿐"이라고 타임지에 전했다.  

툰베리는 환경운동을 시작한 지 1년에 불과하지만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세상에 경각심을 심어주고 있다. 그는 매주 금요일이면 등교를 거부하고 스톡홀름의 스웨덴 의회 앞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라고 1인 시위를 벌이며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이후 전 세계 청소년 수백만명이 환경운동에 동참하는 계기로 작용하면서 현재 세계를 대표하는 '기후투사'로 자리매김했다.

 

어른에게 일침을 가하는 소녀의 외침
툰베리는 타임지 뿐 아니라 ‘네이처’에서도 '올해 과학계를 흔든 10명'에 선정됐다. 지금까지 네이처나 사이언스에서 선정한 올해의 인물 대부분 연구자이거나 과학적 배경을 가진 사람이었지만 툰베리는 이례적으로 과학적 배경이 없는 인물이다. 앞서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으로도 꼽히기도 했다. 

툰베리에게 '기후인식 촉진자'로 이름을 붙인 네이처는 "스웨덴의 평범한 10대 청소년이 자신의 세대가 가진 분노와 불안감을 표출시키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성을 일깨웠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대륙을 횡단하며 기후환경 캠페인을 독려하고 있는 툰베리는 4개월간의 대장정 끝에 스웨덴으로 돌아갔다. 지난 8월 14일, 탄소배출을 하지 않는 친환경 요트를 타고 영국 플리머스항에서 출발해 15일 간 대서양을 건너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해 연설을 했다. 이후 지난 11월 13일, 미국 버지니아주 햄튼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쌍동선을 타고 스페인 마드리드로 출발했다. 툰베리는 지난 12월 17일, 자신의 인그타그램에 사진 한 장을 게시하며 집으로 돌아갔음을 알렸다. 

툰베리의 행동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특히, 스웨덴에서는 기후위기의 주범인 비행기 탑승을 '수치스러운 일'로 여긴다는 문화적 현상인 플뤼그스캄(Flygskam)이 확산되는 추세라고 한다. 실제로 2019년 1~4월 스웨덴의 비행기 이용객이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다는 통계도 있다. 반면 기차 여행객 수는 현저히 늘어나면서 기차여행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뜻의 '탁쉬크리트(Tagskryt)'라는 말도 생겼다. 

이렇듯, 귀감이 되는 환경운동을 펼쳐가는 툰베리는 노벨평화상 후보로 거론될 만큼 전세계에 파급력을 선사하고 있는 인물이다. '어른'이라 불리는 각국의 지도자, 기업인들에게 따끔한 지적도 서슴지 않는다. 

그레타는 현재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건 수백 개의 기업들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유명한 정치인이 환경에 대한 책임을 '모두'에게만 돌리는 태도는, 결국 아무도 행동하지 못하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는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2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5)에서 "기후변화는 미래의 일이 아니며 현재의 일로, 누군가는 고난을 당하며 죽어가고 있다"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그는 "진짜 위험은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이 뭔가 '하는 척'하는 것. 종합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의 핵심이지만, 각 국가들은 이번 총회를 자국의 약점을 가리지 위해 협상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며 일침을 가했다.

앞서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UN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세계 지도자들에게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변화에 대한 공약을 실질적으로 지키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아스퍼거 증후군', 환경운동의 계기로 작용
한편 툰베리는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로도 알려졌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의사소통을 잘하지 못하고 사회적 신호에 무감각하며 자신이 관심 있는 것에만 강박적으로 빠져드는 자폐성 장애의 일종으로 툰베리가 12살 때 진단받았다.

툰베리는 "이는 내가 때때로 표준으로 여겨지는 사람들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올바른 상황을 고려해볼 때 다르다는 것은 초능력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으며 덕분에 관행을 벗어나서 사물을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툰베리를 좋아하지 않은 사람들이나, 일부 그의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들마저 툰베리는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툰베리를 학교(혹은 병원)로 돌려보내는 동시에 '위험한 어른들'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에서부터, 그가 구축한 정치성을 유지할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한다는 시각까지 무척 다양하다.

 

질병·금수저 논란 등 그치지 않는 '구설수'
이러한 가운데, 일부 지도층에서는 그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도 난무한다. 최근에는 그의 ‘금수저 라이프’도 집중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는 스웨덴의 잘 알려진 유명 예술가 집안에서 자라왔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고자 태양광 요트를 타고 태평양을 건넌 퍼포먼스 역시 일반인들의 삶하고는 거리가 먼 금수저 상류충의 허례허식에 불과하다는 게 반대층의 주장이다.

당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운송수단을 타겠다며 태양광 요트를 이용, 2주 만에 대서양을 건너 국제적 화제가 됐다. 그러나 정작 해당 태양광 요트를 움직인 선원들은 영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위선적 행위라는 비난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대다수는 평생 동안 태양광 요트를 거의 접해볼 일도 없을 것이고, 더군다나 그것을 타고 태평양을 건널 여유를 가진 이는 대단히 드물 것이다. 때문에 환경 이슈를 그들만의 테두리에 가둘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그가 SNS에 올린 사진 속에서 일회용품 용기에 담긴 음식을 먹는 사진이나 고급 가죽소파에 앉은 사진, 심지어 열차 바닥에 앉아있는 사진까지 공격대상이 됐다. 환경소녀라는 이미지와 그간의 활동과 달리 실제 그의 삶은 환경을 개의치 않는 상류층의 삶이라는 이중성 논란이 일게 됐다.

하지만 다양한 구설수와 응원이 공존하는 지금도 툰베리는 환경운동을 멈추지 않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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