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의 미술여행] 플롬(Flam),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여행"

김석기 작가l승인2019.12.16l수정2019.12.16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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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길고 깊다는 송네 피오르드의 상류에 아울란 피오르드가 있고, 험준한 산악을 배경으로 피오르드의 장관이 펼쳐지는 산기슭에 조그마한 마을 '플롬'이 있다. 기차 정거장을 중심으로 발달한 조그마한 마을이 산간으로 띄엄띄엄 보이는 집들과 함께 여유로운 풍경을 보여준다.

 

플롬에는 피오르드 관광을 위한 유람선 선착장과 산악 관광을 할 수 있는 플롬(Flamsbana)역이 함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 여행 중 하나라는 플롬 산악기차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로 역이 붐빈다. 마치 동화의 나라 인형극을 위한 연극 무대 세트장과도 같이 귀엽고 깜찍한 모양의 역이 알록달록 아름다운 색채와 함께 관광객들이 가지고 있는 카메라의 플래시를 유혹한다. 

해발 2m인 플롬 역에서 출발하는 플롬 열차는 해발 876m인 산 정상 뮈르달 역까지 20km를 달린다. 레일의 경사도가 최고 55도에 이르는 가파른 기차여행은 왕복 2시간 반 정도 걸린다. 

1923년에 아름다운 노르웨이의 산 속에 숨겨진 비경을 찾는 공사가 시작되었다. 산을 기차로 오르는 레일을 까는 일은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거대한 바위를 뚫고 터널을 만들고 레일을 깔고, 어려운 공사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20개의 터널 중 18개의 터널은 사람들의 손으로 파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초기에는 한 달에 1m 정도밖에 터널을 파낼 수밖에 없는 아주 지루한 공사가 진행되었다. 터널 20개의 총 길이 6km를 뚫는 공사는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으며, 장장 20년이 넘는 기간을 들여 1944년 플롬 산악열차가 완성되었다. 

 

플롬역을 출발한 열차가 서서히 산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경사가 가팔라질수록 레일과 바퀴의 삐걱거리는 마찰음이 커진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산악의 아름다운 풍경은 모든 것을 잊어버리게 한다.  
녹색의 초원과 기암들이 어우러진 가파른 산의 절벽에서 웅장한 폭포가 흘러내리고 고산지대에 만들어진 농장들이 마치 깎아지른 산비탈에 매달려 있는 듯하다. 어떻게 깊고 높은 산악에서 농장을 경영하고 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농장들이 매달려있는 가파른 계곡 사이로 아우란 피오르드의 장관이 연결되면서 플롬 계곡의 아름다움은 더욱 더 그 신비를 더한다. 

산악 풍경의 아름다움에 놀란 사람들의 감탄사가 터져 나올 때면 기차는 심통을 부리듯 터널 안으로 들어가고, 절경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의 아쉬움은 쉴 새 없이 반복된다. 
 본격적인 산악의 아름다운 경치는 해발 200m에 있는 '달스보튼' 역을 지나면서 시작된다. 열차의 차창 아래로 펼쳐지는 광활한 산악의 풍경이 아름답다. 물거품을 품어내는 폭포들이 연속적으로 나타나고, 녹음의 숲이 기암절벽과 어우러진다. 초원 속에 가끔 보이는 집들이 외롭기만 하다. 기차는 쉴 사이 없이 덜컹거리며 구불구불 계곡을 오른다. 차창에 기대선 관광객들의 함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카메라의 셔터 소리가 연속적으로 들려온다. 낭떠러지 아래로 절경은 계속되고, 빙하인지 눈인지 구분하기 힘든 설경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가파른 산을 서서히 오르던 플롬 열차가 해발 669m에 위치한 '효스포센(Kjosfossen)폭포' 앞에서 멈춰 선다. 천둥소리를 내며 100m 낭떠러지로 내리치는 폭포수가 있는 곳이다. 폭포가 흘러내리는 것이 아니고 마치 지구의 중심축으로부터 폭발되어 터져 나오는 듯하다. 거대한 위력으로 폭발하는 물거품 속 어디선가 음악이 울려 나오고 흰 폭포수를 배경으로 검은 바위 위에서 춤추는 빨간 요정들이 나타난다. 까마득하게 보이는 요정들이 순간적으로 나타났다가는 사라질 듯 신비스러운 퍼포먼스에 모든 사람들은 넋을 잃는다. 음악과 물거품과 춤이 어우러진 5분간의 퍼포먼스는 너무 아쉽게 끝이 나고 사람들은 다시 플롬 열차에 오른다.  

옛날 아름다운 산 속에 자매가 살고 있었는데 그 자매는 각각 사랑에 빠져 서로 다른 달콤한 사랑의 꿈을 꾸고 있었다. 어느 날 자매는 그들이 사랑하고 있는 남자가 동일한 남자 바람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괴로움과 배신감의 분통함을 이겨내지 못한 그들은 이곳에 몸을 던졌다. 이곳에 목숨을 던진 두 자매의 영혼으로 나타난 요정들의 춤은 두 자매의 억울한 죽음을 세상에 알리려는 듯, 영혼의 안식을 찾으려는 듯, 신비롭고 아름다운 곡선의 유희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만든다. 신비스러운 요정들의 영혼을 달래주려는 듯 아름다운 물거품을 배경으로 오색 무지개가 찬란하다. 기차가 정상을 향해 오르면 오를수록 녹색의 숲과 검은 바위들과 농장들과 별장들은 사라지고 주변엔 온통 하얀 설경들이 등장을 한다. 기온도 점점 떨어져 추운 설국이 되어버린 외로운 땅으로 플롬 열차는 계속 달려 어느덧 정상 뮈르달 역에 도착한다. 

뮈르달 역 플래트 홈에 산악자전거를 즐기는 노르웨이 사람들이 눈에 띈다. 가족 단위로 자전거를 타고 산악을 즐기는 단란한 가정의 모습이 아름답기만 하다. 자전거를 타고 올라온 것인지 아니면 타고 내려가려는 것인지, 원색으로 아름다운 의상들과 함께 조화를 이룬 산악자전거가 가족들의 미소를 더욱 환하게 만든다. 아버지와 엄마 그리고 그 곁에 있는 아들과 딸이 함께 나누며 웃음을 만드는 이야기는 과연 무슨 내용일까? 궁금하기도 하다.

건강한 가족의 웃음을 만드는 공통분모, 스포츠를 생각하며 뮈르달 역에서 또 다른 여행을 위한 빨간색 특급열차에 몸을 싣는다. 산 정상의 철길을 달리는 차창으로 꽁꽁 얼어붙은 호수가 밀려오고, 온 천지를 뒤덮은 하얀 설경이 노르웨이의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雨松 김석기(W.S KIM)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및 대학원 졸업
경희대, 충남대, 한남대 강사 및 겸임교수 역임
프랑스 몽테송아트살롱전 초대작가
프랑스 몽테송아트살롱전 A.P.A.M 정회원 및 심사위원
개인전 42회 국제전 50회, 한국전 450회


김석기 작가  ksk00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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