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와 '찰나'가 만든 시간을 보여주다

이호영 작가 박예솔 기자l승인2019.10.17l수정2019.10.1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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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에 주어진 '수명'은 매우 다양하다. 하루를 사는 생물부터 한 계절을 넘기지 못하는 계절 꽃, 100년을 채 살지 못하는 인간, 그리고 약 150억년이라 추정되는 우주의 나이 등 모두 자연의 일부다.

이러한 자연의 시간을 회화, 설치미술 등 종합예술로 표현해내는 이호영 작가는 "우주의 시간에 비하면 우리의 인생은 찰나에 불가하다. 이 찰나와 찰나가 지금을 만들어내니, 앞으로 펼쳐질 시간들을 어찌 찬란하게 보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작품 활동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스쳐가는 모든 것이 예술이 된다
이호영 작가에게 영감의 원천은 '스쳐가는 일상생활' 그 자체다. 조용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때에나, 산책을 할 때에나, 눈으로 보고 머릿속에 담아두었던 과거의 어느 장면이 영사되는 필름처럼 스쳐지나갈 때, 그 중에서 번뜩이는 한 컷을 잡아내는 것이다. 

"지난 2003년 이후 현재까지 강남 일원동에 자리를 잡고 살고 있습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가장 놀랐던 것이 너무나도 아름답게 조성된 '양재천'이었습니다. 지금이야 동네마다 작은 공원, 잘 정비된 하천이 자리하고 있지만, 그때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죠. 사실, 자연 위에 공장단지를 세우고 하천을 덮어버린 것도 인간이지만, 또 이렇게 다시금 자연을 만나기 위해 도시마다 생태공원을 만드는 것을 보며 도시마저도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실제로 그는 2006년 '양재천은 흐른다'라는 제목의 영상회화 설치미술 전시를 열기도 했다. 이 작가의 대표 전시주제로 꼽히는 '오래된 정원'도 마찬가지다. 일상과 아주 가까운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사람의 손길이 오래 닿지 않은 쇠붙이에는 '녹(綠)'이 슨다. 때문에 자주 사용해주고, 수시로 닦아주어야만 본래 쓰임대로 사용을 할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녹은 제거해야 하는 존재, 방지해야 하는 존재다. 우리의 관점에서 녹이 피어나는 것은 방치이자 버려짐을 의미한다.
하지만, 사람이 부재한 순간부터 '녹'에게는 생명의 시간이다.
이호영 작가는 지난 2011년, '녹, 오래된 정원'이라는 주제로 실제 녹을 캔버스 위에 옮겨 담아 전시회를 열었다. 실제 녹을 컨버스 위에 옮겨 작품으로 탄생시킨 것. 그 모티프가 된 것은 지난 2002년 국내를 강타했던 태풍 '루사'가 휩쓸고 간 후, 강변에 녹이 슨 채 버려진 의자였다.

“2002년, 국내에 큰 피해를 안겼던 태풍 '루사'로 인해 제 고향 강릉도 막대한 피해를 입었죠. 태풍이 지나가고 2~3주 후, 강릉 시내를 흐르는 남대천에 어마어마한 양의 모래와 흙들이 쌓여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물과 바람, 모래에 부식돼 녹이 슬어 덩그러니 놓여있는 의자 하나가 놓여있던 기억이 잔상처럼 남아 있습니다. 그 당시엔 그저 흘려보냈던 기억이었는데, 2011년 작품으로 새롭게 탄생하게 됐습니다. 인간과 녹, 인간이 부재할 때 비로소 피어나는 녹과의 관계성을 보면서 제가 평소 생각해오던 자연과 우주의 시간, 그 이치를 표현할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되었죠."

이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녹은 폐허에서 피어난다. 사람이 살고 있는 정원은 관리를 통해 녹이 피어나는 것을 막는다. 그러므로 녹은 사람의 손길이 멀어진, 인간이 떠나버린 공간 위의 철제 물건들, 그들 위로 피어나게 된다. 폐허는 인간이 떠나버린 순간 만들어진다. 동시에 그 폐허 속에서 피어나는 것이 녹이다.

"자연의 자리로 되돌아가려 할 때 생성되는 녹. 녹들만 폐허 속에 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녹과 함께 피어나는 것이 바로 '꽃'입니다. 녹과 꽃은 같은 시간에 만나 다른 지점을 향하여 피어나는 것이지요. 버려져 만들어진 철제의 녹과 자연이 만들어낸 꽃의 만남은 가을 오후 한 나절을 같은 공간에서 피어 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고요한 가을 들녘, 하늘거리며 피어있는 꽃들 그들 사이 피어나는 의자 위 녹들을 한번 떠올려 생각해보세요. 녹의 색감, 촉감은 보는 이에 따라 아름다울 수도 있고 추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색감은 건조함과 더불어 화려할 수도 있지요. 철의 주검을 의미하기도 하는 녹. 철의 부식은 다른 이질적인 것과의 결합을 의미합니다. 만지고 느낄 수 있는 것들 속에 녹은 철이 가지는 차가움을 감추고 따뜻함을 드러내줍니다."

 

우리 삶 속에 '미술'이 '일상'이 되도록
한편, 이 작가는 회화미술과 설치미술을 넘나드는 종합예술을 선보이기로 정평이 나 있다.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장면들을 그 자리에서 표현해내는 회화의 장점과 평면 위에 펼치기 어려운 입체적인 장면들을 표현할 수 있는 설치미술의 장점을 극대화 해 취하는 것이다. 3차원의 공간에 다양한 시간의 존재를 펼칠 수 있다. 음성, 영상, 기타 설치물 등을 동원해 보여주고자 하는 바를 충분히 전시할 수 있는 것.

"예를 들면, 바다의 시간, 인간의 시간 그리고 꽃들의 시간은 각기 다른 순간들을 지닙니다. 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피는 순간부터 만개해 절정을 이루고 져버리는 찬란했던 꽃의 ‘찰나’를 두 눈으로 지켜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회화로는 여러 편의 그림으로 보여줄 수 있고, 설치미술로는 앞, 뒤, 양, 옆에 영상을 재생시키는 등 서로 다른 시간의 흐름을 한 공간에 펼쳐놓을 수 있겠지요. 저는 예술을 통해 보는 이에게 이야깃거리에게 던지고자 합니다."

이러한 가운데, 이 작가는 미술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은 상황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도 내비쳤다. 이호영 작가의 궁극적 목표는 미술이 대중들에게 친숙해지는 것이다. 가장 보편적이고 대중화된 영상예술인 영화는 번화가 영화관에 가서 1만원에 원본 필름으로 영사되는 작품을 볼 수 있는 반면, 그림은 원본을 보기 위해서 비행기를 타고 먼 나라를 가야하거나, 어쩌다 한 번 국내에서 열리는 특별전시회를 노려야 만이 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인쇄물을 통해서라도 자주 접하고 눈에 익히다보면 친숙하고 익숙해지리라 생각한다.

"예술가로서, 일반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고 싶은 것이 제 목표입니다. 예술에 정답은 없습니다. 개인이 보고 느낀 것 그 자체가 본인 스스로의 정답인 것입니다. 작가의 생각과 의도를 파악하려고 계산을 하는 순간부터 감상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되는 것이지요. 사람들과 미술을 통해 많은 소통을 하고 싶습니다. 대표적으로 전시도 소통의 한 방법이겠지요. 개인적으로 느꼈던 것을 그림으로 담고, 전시로 보여주는 것. 또 그걸 보는 많은 사람들이 그림을 보면서 서로 느낀 감정 등 의견을 나눌 때, 그때서야 작품이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혼자만 느끼는 것은 작품이 될 수 없습니다."

나침반 같은 스승
이호영 작가는 제자들에게도 단편적인 가르침을 제공하지 않는다. 이 작가의 교육철학이 있다면 '스스로가 스스로를 알게 하자'는 것이다. 어떤 단편적인 지식을 가르치기 보다는 스스로 습득하고 일깨워서 본인이 깨닫게끔 하는 것이다.

"제자들에게 조력자, 혹은 나침반 같은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어떠한 길을 가고자 할 때, 다양한 길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고, 또 길을 잃었을 때에는 새로운 길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그 길을 걸어보라 조언해주면서 올바른 길을 걷게끔 약간의 도움이 되는 역할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렇게 성장해주는 제자들에게 항상 고마울 따름입니다."

진솔한 눈으로 세상을 표현해내는 이호영 작가. 최근 '오래된 정원-푸른 기다림'을 주제로 미국 LA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전시를 열기도 했으며, 오는 12월에는 한국, 중국, 미국, 일본, 러시아와 함께 강릉 시립미술관에서 국제전시회를 앞두고 있다.
그의 붉은 열정을 피플투데이가 언제나 응원하고 싶다.

 


Profile
강릉고등학교 졸업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및 동대학원 졸업(미술학 박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한국교원대학교, 서울교육대학교 및 다수 대학 출강

개인전- 국내외 총 41회 개최
2017년 ‘The Old Garden-Blue Waiting’(LOFT, LA, USA)
2017년 ‘오래된 정원-푸른 기다림’(갤러리 세인 초대, 서울)
2018년 ‘오래된 정원-푸른 기다림’(모이리344 초대, 파주)
2018년 ‘오래된 정원-빈 자리’(이효석 문학관 초대, 평창)
2019년 ‘The old garden-Blue Waiting’ (LAARTCORE, LA, CA,USA)
2019년 ‘The old garden-Blue Waiting’ (PROXY PLACE GALLERY, LA, CA,USA)
2019년 ‘The old garden-Blue Waiting’ (Gallery DAP Gallery, Warszawa, Polska )

단체전 - 국내외 약 250 여회
2018년 ‘한국-프랑스 현대미술 NEW DIALOGUE'(쉐마미술관, 청주)
2019년 ‘감각하는 사유-인사동 여기에서 우리(H갤러리, 서울)
2019년 ‘Korea Artist'(Herzen University, St. Petersburg Russia) 
2019년 ‘Korea Artist’(Bulla Fond Museum, St. Petersburg Russia) 
2019년 Exposition dart Contemporain Coree  France a Paris ‘NEW DIALOGUE’ (Gallery89, Paris, France)

전시 기획 
2015년 “흐르는 땅, 태백” 전시 기획(주최: 예술과 지성, 태백탄광문화연구소 주관: 철암탄광역사촌 아트하우스)
2016년 Global Nomadic Art Projact Taebak 움직이는 땅 그리고 미술(주관: 한국미술협회태백지부)
2016년 The 20th Seoul International Cartoon & Animation Festival 사무국장 엮임
2017년 ‘현재를 바라보는 시선2017-한중일현대작가교류전 전시기획

수 상
2011년 유나이티드 재단 ‘우수작가상’, 재단법인 유나이티드 문화재단
2011년 문화예술교류진흥회 ‘공로상’, 사단법인 문화예술교류진흥회
2011년 2011한국현대미술작품전 ‘2011우수작가상’, 한국현대미술작가회
1993 공간국제판화비엔날레  ‘우수상’
1993 한국현대판화가협회 공모전  ‘우수상’

심사위원·운영위원
2005년 제20회 모란현대미술대전 운영위원,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 성남지부
2007년 제21대 한국미술협회 기획․정책위원회 부위원장,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
2010년 제6회 경향미술대전 운영위원, 경향신문사
2011년 제12회 신사임당 미술대전 운영위원, 사단법인한국미술협회 강릉지부
2011년 ‘단원미술제 2011안산’ 단원미술제 심사위원,
2012년 제27회 모란현대미술대전 운영위원,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 성남지부
2014년 ‘단원미술제 2014안산 ’단원미술제 운영위원
2015년 제43회 강원미술대전 심사위원
2016년 제31회 ‘모란미술대전’ 심사위원
2018년 제35회 ‘경인미술대전’ 운영위원
2019년 제55회 ‘경기미술대전’ 운영위원

현재
오리진회화협회, 한국미술협회, 전곡포럼, 한국조형예술학회, 미술학회, 예술과 지성, 바다사랑연구회 회원


박예솔 기자  yesall4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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