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구하려 이웃 남성 죽도로 때린 父…배심원 "정당방위"

배심원단 만장일치 무죄에 이례적 판결

  • 입력 2019.09.30 12:36
  • 수정 2019.09.30 12:42
  • 기자명 박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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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남성에게 위협을 당하는 딸을 구하기 위해 죽도를 휘둘러 상대방을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의 넘겨진 아버지가 국민참여재판에서 정당방위로 무죄를 선고 받았다.

현행법상 인정요건이 매우 까다로운 ‘정당방위’로 판단했다는 점에서 이례적 판결이라는 분석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오상용)는 특수상해·특수폭행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48)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재판은 배심원단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김씨는 지난해 9월 24일 서울 강서구 한 공동주택 같은 건물 세입자인 이모(38)씨와 그의 모친 송모(64)씨를 1.5m 길이 죽도로 때렸다. 이들은 각각 전치 6주·3주 진단을 받았다.

당시 이씨 모자는 김씨의 딸(20)이 빨래를 걷는 모습을 보고 “야, 어른을 보면 인사를 좀 해라”라고 다그쳤다. 김씨의 딸은 "아빠!"라고 소리를 지르며 집안으로 들어가려했으나 이씨가 팔을 붙잡았다.

잠을 자다 소리를 듣고 깬 김씨가 뛰쳐나오려 했으나 이씨의 모친이 현관문을 막아섰다. 그는 "우리 아들에게 공황장애가 있다"고 말했다.

김씨가 이를 밀어내고 현관에 있던 죽도를 들고 나와 이씨의 머리를 가격했다. 이후 모친이 이씨를 감싸 안아 죽도가 모친의 팔에 맞았다. 이씨는 몸싸움 중 넘어져 갈비뼈가 부러졌다. 김씨는 특수폭행치상, 송씨에 대한 특수상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 배심원단은 김씨의 행동이 형법 21조 3항에서 정한 ‘면책적 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7명 만장일치로 평결했다. 

야간 등 불안스러운 상태에서 공포·당황으로 인한 행위인 경우 정당방위로 인정해 처벌하지 않도록 규정한 조항이다. 

배심원단은 이씨의 갈비뼈 골절도 김씨 때문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배심원단 의견을 반영해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위협적 행동을 한 것이 맞다”며 “지병으로 몸이 좋지 않은 피고인은 자신보다 강해 보이는 피해자가 술에 취했고 정신질환까지 있다는 말을 듣고 딸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 죽도로 방위행위에 나아가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들의 부상 정도 등을 보면 피고인이 죽도로 가격한 행위가 사회 통념상 타당성의 범위를 넘어선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야간에 딸이 건장한 성인 남성 등에게서 위협당하는 불안스러운 상태에서 공포, 경악, 당황, 흥분 등으로 저질러진 일"이라며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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