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 유 아동심리] 완벽한 아빠는 없다

  • 입력 2019.09.17 22:28
  • 기자명 유중근 한국애착연구아카데미 대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통 자녀들은 아빠보다는 엄마를 더 좋아한다. 힘 있는 아빠보다 연약한 엄마에게 더 안기기를 원하고, 놀아달라고 요구한다. 어쩌면 아빠도 자녀들이 엄마와 지내기를 바라고 자신을 귀찮게 하지 않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자녀에게는 아빠가 분명히 있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아빠 없는 상태가 되고 만다.

가정에서 아빠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 우선 가정을 책임지고 이끌어 가야 한다. 경제적인 공급도 필요하지만, 안전과 보호도 아빠의 중요한 역할이다. 심리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아빠의 역할은 중요하다. 엄마와의 관계가 자녀에게 안정감을 제공해 준다면, 아빠의 참여는 자녀의 사회성 발달과 삶을 대하는 태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엄마는 자녀의 약점을 걱정하며 안타까워하는 경향이 있지만, 아빠는 자녀의 강점을 더 강하게 키우려는 성향이 강하다. 그렇다 보니 엄마는 자녀가 다치는 것을 염려하지만 아빠는 목적 성취를 위해 약간의 위험 감수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자녀의 입장에서는 아빠는 아빠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다양한 양육을 골고루 경험하는 것이 균형있는 발달을 이루는데 좋다. 엄마와의 시간은 물론 아빠와의 시간을 통해 자녀는 서로 다른 필요를 채우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녀의 행복은 아빠든 엄마든 꾸준하고 친밀한 관계를 경험할 때 이루어진다.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아빠들도 자녀들을 향해 더 잘해주고 싶은 마음과 못 해준 것에 대한 미안함이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아빠들은 그러한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하지 않는다. 자녀들과 친밀한 관계를 이루며 행복을 느끼는 아빠들도 있지만, 자녀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런 경우 마음먹고 자녀에게 다가가지만 아이들이 자리를 피해버리거나 엄마에게 가버리기도 한다. 아빠와의 관계가 서로 좋지 않아서 멀어지기도 하지만 서로에게 마음은 있어도 함께 있으면 할 말이 없어 어색한 경우도 많다. 

하지만 아빠들이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은 비록 관계가 어색하더라도, 함께 할 시간이 적더라도, 그리고 약한 모습을 보이더라도 끝까지 가정을 책임있게 이끌어가고 삶의 현장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 자녀들은 그것을 마음에 담는다는 것이다. 완벽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모든 아빠들에게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완벽한 아빠는 없다. 보여주기 싫은 모습, 케케묵은 모습, 주저앉은 모습을 보여 줄 때도 있겠지만 다시 일어서는 아빠를 보면서 자녀들은 자신의 삶에서 자신도 모르게 포기하지 않는 태도를 배우게 된다.

무엇보다 아빠 역할에 대한 자녀들의 평가는 아동기나 청소년기보다는 그들의 인생 후반부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자녀들이 중년기에 이르러 아빠의 위치가 되면 과거의 케케묵은 아빠의 모습, 보기 싫었던 아빠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묵묵히 가정과 직장에 충실했던 삶의 ‘태도’가 돋보일 뿐이다. 삶이란 알고 맞이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미지의 세계를 맞이하면서 그 상황에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하면서 살아가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때 중요한 것은 엄마가 심어준 안정감과 아빠가 보여준 삶의 태도이다. 자녀들은 그것들에 기대어 자신의 삶에서 방향을 잡아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어린 자녀들과 적극적으로 관계하는 것을 아빠가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자녀에게 아빠는 일생동안 영향을 미치는 것이지 후반부에만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피플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