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 유 아동심리] 애들과 친해지는 게 잘 안돼요

유중근 한국애착연구아카데미 대표l승인2019.09.06l수정2019.09.0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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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부모나 자녀들과 친해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가족이기 때문에 당연히 친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족이기 때문에 친해져야 한다는 생각은 타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 가족이라도 친해지고 싶지 않은 구성원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리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적잖은 사람들이 부모의 영향을 피하기 위해 결혼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때로는 부모가 주는 상처가 다른 어떤 사람들이 주는 상처보다 훨씬 깊다고 말한다. 분명히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식 사랑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는데도 불구하고 결과는 정반대인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므로 친해진다는 것은 단지 가족으로서 생물학적인 유전자를 공유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외적인 환경에서 얼마나 서로를 공유하며 친밀감을 형성하느냐에 달려있다. 

친밀감을 형성한다는 것은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감정과 서로의 생각을 맞추어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상대방의 감정에 함께 반응하고 생각을 조율해가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 친밀감이다. 

친밀감을 형성할수록 우리의 생리적 환경은 바뀌게 된다. 스트레스가 각종 질병을 발생시키는데 작용하는 것처럼 친밀감은 우리의 생리적 환경을 선순환으로 바꾸어 놓는다. 그리고 여기에 대표적으로 작용하는 물질로는 옥시토신이 있다. 옥시토신은 우리 신체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지만 서로 사랑하고 친해질수록 활성화된다. 즉 친밀감이 강할수록 옥시토신의 활성화가 강하게 드러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부모-자녀와의 친밀한 관계가 옥시토신의 영향이라면 어떤 요소들이 옥시토신을 활성화하도록 만들까? 부모로서 어떻게 하는 것이 옥시토신을 증가하도록 돕는 것일까? 연구를 통해 발표된 몇 가지 방법을 응용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대화 중의 눈 맞춤이 관건이다. 대화 중 눈을 맞추는 행위는 적극적인 경청이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 부모와 자녀의 사이가 좋을수록 눈 맞춤이 높은 이유이다. 부모는 자녀를 바라보면서 자녀의 필요나 기대를 읽을 수 있고 자녀는 부모의 눈을 통해 부모의 사랑과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자폐증 연구에 따르면, 자폐증세로 인해 부모와의 눈 맞춤이 없는 아이들에게 옥시토신을 투여한 결과, 눈 맞춤이 훨씬 증가하였다는 보고도 있다. 그만큼 대화 중 눈 맞춤은 별것 아닌 행위처럼 보여도 친밀감을 증진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로 ‘안아주기’와 같은 스킨십이 옥시토신의 수준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한다. 옥시토신은 우리 두뇌의 시상하부에서 만들어지고 뇌하수체에 저장된다. 그리고 ‘안아주기’와 같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행동을 주고받을 때 우리 몸으로 방출되어 친밀감 및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며 유대 관계를 형성하도록 이끈다. 옥시토신은 무엇보다 얼굴 표정을 바꾸어 놓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꾸준한 ‘안아주기’와 스킨십으로 자녀의 얼굴이 환하게 바뀌었다면 옥시토신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인 셈이다.

셋째로 자존감을 살려주는 말들이 옥시토신 향상에 영향을 준다. 당연히 좋은 말이 오갈수록 관계는 친밀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부모-자녀 관계란 것이 동등한 상태를 이루기 참 어려운 관계이다. 마치 경직된 분위기의 직장에서 부당한 일을 경험할 때 상사에게 따지고 싶어도 그것이 어려운 것처럼, 친밀감이 없는 경직된 가정이라면 자녀들이 부모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전달하기는 어려워진다. 동등한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존감을 살려주는 말들은 자녀가 부모와의 관계에서 동등한 인격적 위치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경직된 관계를 풀어주어 대화를 부드럽게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 결국, 동등한 관계를 위해 부모가 자녀의 세계로 내려오는 것이 친밀감 형성에 중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옥시토신은 상당히 심리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 호르몬이다. 많은 사람들이 유전자는 이미 정해진 운명과 같아서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강조하지만 사실 옥시토신을 받아들이는 ‘옥시토신 수용체 유전자(OXTR)’에 대한 연구는 다양한 심리적 환경이 그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즉 유대 관계를 형성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나는 태생적으로 친밀감하고는 거리가 멀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녀와의 관계에서 친해지는 것이 안 된다면 적어도 유전자 탓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좀 더 자녀와 친해지기를 바란다면 눈을 맞추고 대화를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조용히 안아주고 따뜻한 온기와 함께 부모의 사랑을 전달해 주는 것은 어떨까? 자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면서 자존감을 세워주는 말을 건네는 것은 어떨까? 이러한 실천이 반복될수록 옥시토신은 자연스럽게 영향을 발휘하고 친밀감은 높아질 것이다. 필자라고 예외는 아니다. 어떤 부모든 지금보다 좀 더 사랑해 주고 친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동일하니 말이다.


유중근 한국애착연구아카데미 대표  counmat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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