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희노애락은 곧 나의 희노애락

한원주 어의당 한방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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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중반 청년 시절 한의사가 되어 20년간 환자들을 만나며 중년이 된 어의당 한방병원 대표원장 한원주 원장을 만났다. 그의 이마에 있는 주름은 한의사로서 어떤 시간들을 지나왔는지 대변하는 듯하다.
 
한의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
고등학교 때 진로를 결정해야 할 시기에 한창 유행인 책이 이은성 작가의 소설 동의보감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작가분의 사망으로 미완으로 끝났는데요. 그때부터 한의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자주 언급되었던 말 중에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 말이 저를 부풀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한의대를 한번 가보자' 결심을 하게 되었죠.

한의학에서 치료의 지침
한의학은 병의 원인을 미시적인 부분보다는 체내의 상태, 외부 환경 등에서 들여다봅니다. 예를 들어 감기에서도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보다도 감기에 걸리게 된 내 몸 상태에 더욱 집중하고 내 몸의 모순을 해결하는 쪽으로 치료를 해갑니다.
'正氣存內 邪不可干'(정기존내 사불가간)이라고 해서 우리 몸에 정기가 충만하면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말을 치료의 지침으로 하고 있습니다. 

나를 아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면서 병의 예방
소방관의 명예는 화재예방이고 경찰관의 명예는 범죄예방이라면 몸에 좋지 않은 신호가 오기 전에 예방을 하는 것이 우리의 명예라고 할 수 있죠. 병을 예방한다는 것은 내 몸과 마음 상태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건강을 유지한다는 것은 긴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부분입니다. 보통은 징후가 온 뒤 그것을 치료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또 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해 관심이 있어야 하고 관심이 생기면 현재 나의 상태를 돌보게 되죠.

환자분들을 문진하다가 보면 의외로 자기 몸과 마음 상태에 대해서 모르거나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컨디션이 좋았는지 또는 좋지 않았는지, 나의 평소 자세는 어떤지, 어떤 운동이 나에게 맞는지, 어떤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는지 등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죠. 보통은 심리적인 부분 즉, 희노우사비경공(기쁜지. 노했는지, 우울한지, 생각이 많은지, 슬픈지, 놀랐는지, 공포감이 있는지)에 관련된 감정들로 인해 몸에도 변화가 생기는데 자신의 감정이 어디로부터 기인했으며 그 감정의 빈도 등도 알아야 하죠. 환자의 건강을 위해 존재하는 한의사로서 저는 환자의 상태가 어떤지를 환자가 자각할 수 있도록 질문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아무리 좋은 처방이 있어도 환자가 처방대로 따르지 않으면 소용이 없으니까요. 환자 스스로가 건강해지려는 의지를 갖고 실천할 수 있도록 자각을 끌어내는 질문을 던지는 이유입니다. 

틈틈이 하는 명상은 환우들에게 에너지가 된다
환자들의 건강을 담당하는 한의사로서 가장 먼저는 저를 만나는 환자와 그리고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것이 저의 핵심가치라면 가치입니다. 병원의 첫 번째 고객은 바로 직원들이니까요. 직원들의 건강한 에너지가 저에게도 영향이 되고 또 병원을 찾아오시는 환자들에게도 좋은 기운이 될테니까요. 하루 종일 환자들을 보다 보면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틈이 없습니다. 제가 피곤해서 저를 돌보지 않으면 그것이 다 환자와 직원들에게 가거든요. 그래서 틈틈이 가만히 앉아서 3분이라도 명상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의도적인 멍때리기'라고 부를 수도 있겠네요. 대표원장으로서 정말 뿌듯함을 느낄 때는 직원들이 저희 병원에서 일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장점을 찾았다고 말할 때입니다. 직원들의 강점을 바라보고 그 강점을 활용하도록 독려하는 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원들과의 허울 없는 대화가 중요하죠. 그런 면에서 늘 대하기 편한 원장이 되려고 신경 쓰는 편입니다.

환자들의 마음을 열기 위한 질문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의 심리상태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인데요. 병원 내에서는 힐링프로그램이나 심리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환자의 심리상태가 신체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될 때는 침과 약치료를 병행합니다. 심리상태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환자분이 충분히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저와 심적인 관계가 잘 형성되어야겠죠. 주로 많이 들어주고 공감해 주며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충분히 라포(관계형성)가 이루어지면 환자에게 묻습니다. "요즘 나를 꽁꽁 매고 있는 밧줄은 무엇입니까?" 그러면 환자는 의외로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냅니다. 이야기 속에 많은 단서들이 들어있죠. 제가 환자들의 심리상태를 체크하는 기술이라면 기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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