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용필 칼럼] 직장 내 괴롭힘은 범죄다

황용필 성균관대 겸임교수l승인2019.07.08l수정2019.07.0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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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 달라지는 직장의 풍속도를 보노라면 얼마 안 있으면 유물로 등재될 추억의 직장언어들이 있을 것 같다. 대표적인 것이 회식과 결재판이다. 
일과를 끝내고 모여서 저녁을 먹는 자리는 언제나 또 다른 결전장이었다. 
시작은 식구 의식으로 출발하나 난무하는 '위하여'구호 속에 회식판은 거대한 병참기지가 된다. 과도한 집단의식, 부적절한 신체 접촉, 의미 없는 시간, 필요 이상의 경비 지출이 세대 간 인식을 극명하게 달리한다.       
'회식'이 아름다운 가사라면 ‘결재판’은 가엾은 유물일 것이다.
하루종일 딴짓하다 아래 직원들이 해준 결재판을 들고 윗사람에게 찾아간 부장님! 이윽고 한참 있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신 우리의 부장님,
넥타이를 풀고 아랫사람에게 결재 판을 내밀면서 습관적으로 던지는 말, "아, 더러워서 이 짓 못 해먹겠어!" 그때 부장님은 대단했다. 우리 대신 결재 받으러 올라가서 우리 대신 깨진 용감한 희생양, 십자가를 지신 가엾은 방패였기 때문이다. 한통속이 된 우리는 부장님을 위로하고 부장님은 밥값은 했다는 자부심으로 양해되던 꽃 피던 시절이었다. 그런 부장님이 요즘 위험하다.

'월급 루팡(Lupin)'이라는 말이 있다.
프랑스 추리소설 작가 모리스 르블랑(Maurice Leblanc)의 괴도소설의 주인공 '루팡(lupin)'을 결합시킨 단어로 하는 일 없이 월급만 축내는 직원을 가리킨다. 이런 '월급 루팡'’의 형태는 다양하다.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떠넘긴다거나, 일과시간에 주식이나 과도한 SNS 등으로 딴 짓만 한다거나, 일정을 항상 뒤로 미룬다거나, 담배나 커피 등으로 자주 자리를 비우거나, 퇴근시간의 부푼 행사만 기다리는 것 등이다.
한 취업포털 회사가 조사한 바로는 86.6%가 직장 내 '월급루팡'이 있다고 응답했고 월급루팡을 가장 많이 하는 직급으로 오명스럽게도 우리의 '부장급'을 선택했다.(29.6%)

8시간, 잠자는 시간, 준비하는 시간을 빼고 하루 살아 움직이는 온전한 시간 8시간을 보통사람들은 직장에서 보낸다. 60세 은퇴를 계산하면 평균 30년, 몸통 같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직장이다. 
그런 직장이 한때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말처럼 생계의 수단이었다.
지금도 우리는 직장에서 자신의 정신적, 육체적 노동을 제공하는 대신 급료를 받기 때문에 가장 든든한 경제적 수원지다. 
직장은 사람이 모여 있는 일종의 결사체다.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우(Abraham Maslow)는 1943년 인간의 욕구단계이론(hierarchy of needs)을 제안했다. 사람은 생리적 욕구(physiological needs)를 맨 먼저 채우려 하며, 점차 안전(safety needs), 사랑과 소속(love&belonging), 존경(esteem) 그리고 자아실현(self-actualization)을 차례대로 만족하려 한다는 것이다. 직장은 무엇보다도 사람의 소속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안전판이다.

7월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다.
행복하고 건강한 성장의 발판의 만들자는 취지로 만시지탄감이 있다.
최근에 옛 직장동료로부터 상사가 자기 앞에서 결재 판을 던지는 바람에 괴롭다고 호소했다. 직장 내 괴롭힘은 불법을 넘어 죄악임이 자명해 오는데 갑질하는 상사가 있다는 말에 대경실색했다. 아니 속내를 표현하자면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반드시 유사한 작은 사고와 사전 징후가 선행한다는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처럼 그 개연성은 다분히 예상했다. 정의와 공정을 아무리 외쳐도 이런 사람이 득세한다면 결국 임명권자에게 부메랑이 되고 숨죽이는 조직에게는 커다란 폐해가 아닐 수 없다. 
피터의 법칙(Peter's Principle)이 있다. 유능한 사람으로 생각하여 자리를 주다 보면 감당할 수 없는 위치에서 결국은 무능이 탄로 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적재적소(適材適所), 적당한 재능을 가진 자에게 적합한 지위를 줘야 한다.
 
당 현종 때 명재상 송경(宋璟)에게는 '유각양춘(有脚陽春)' 일화가 있다.
사람들은 그의 훌륭한 인품을 기려 따뜻한 봄볕 같은 인품으로 백성들을 사랑하고 물건을 아껴서 가는 곳마다 풍속이 아름다워졌다는 데서 유래했다.

부귀명예는 도덕에서 나와야 오래 갈 것이나, 권력을 이용해 얻으면 금방 사라진다. 중국 명나라 문인 홍자성이 「채근담(菜根譚)」에 이미 기록했다.
덧붙이기를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과 같이 부드럽게 하고,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해야 한다는 뜻이다. 갑질상사들의 올여름은 무척이나 덥겠다.


황용필 성균관대 겸임교수  yphwang@ksp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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