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단절 예방 프로젝트] 변화하는 것이 두렵다

다시 시작하기 어려운 당신에게 (1)

  • 입력 2019.07.08 17:26
  • 수정 2019.07.08 17:27
  • 기자명 김여나 여나커리어 코칭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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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가장 큰 이유가 실패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아닐까 싶다.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이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 경험 때문에 시작하는 것이 더 어렵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 있다. 이미 거의 20여 년 전의 오래된 책이긴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책이다. 스펜서 존슨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책이다. 

동화와 같은 아주 짧은 글이긴 하지만 긴 여운을 남기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그 책에는 4명의 주인공이 나온다. 변화에 민감한 스니프, 발 빠르게 움직이는 스커리, 늦었지만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 떠나는 허와 변화하는 것이 두려운 헴이라는 꼬마 인간이 나온다. 이 책을 다시 한 번 읽게 되었다.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는 베스트셀러라는 이유만으로 읽어서 그런지 책이 좋은 줄은 알았지만 내용면에서 크게 남는 것은 없었다. 그런데 20여 년 만에 다시 읽게 된 책은 모든 글에 밑줄을 긋고 싶을 만큼 모든 글귀가 내 마음에 남았다.

 

책은 변한 것이 없는데, 책을 읽는 내가 변한 것이다. 그동안 여러 가지 경험도 많이 했고, 나이를 먹으면서 생각도 바뀌었다. 그러다 보니 전혀 다른 책이 되어 내게 읽히게 되었다. 그전에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래도 나는 '허'라는 캐릭터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빠른 대응을 하거나 변화에 민감하지는 않아도 어느 때가 오면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캐릭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다시 읽다 보니 나는 '허'라는 캐릭터가 아니라 변화에 두려워하고 있던 '헴'이라는 캐릭터와 많이 닮아 보인다.

아이를 낳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 경력단절이 되었다. 언젠가 다시 일할 거라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지만 무슨 자신감인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이 생활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오래되어 간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들어가면 다시 시작해야지 했던 것이 둘째를 유산하고 나서 더 길어지게 되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생각해보면 핑계에 불과할 수도 있다. 나 자신도 헴이었던 것이다. 치즈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내 창고에 있는 치즈는 아닐 거라는 그런 안일한 생각. 계속 핑계를 댄다. '나는 나이가 많아서 다시 취업하기는 힘들 거야', '나는 아이가 있어서 정규직은 힘들 거야'라는 핑계를 댄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아이 때문이 아니다. 

오랫동안 쉬다 보니 다시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다. 사람들에게 거절당할 것 같은 두려움. 내가 그 일을 전처럼 잘하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이 정말 솔직한 이유인 것 같다. 그리고 지금 이 생활에 익숙해져 버린 나 자신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그러다 보니 '헴'처럼 구체적인 대안도 없이 계속 불평만 하게 되고, 나를 구해줄 구세주만 기다리게 되는 나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때 나의 모습은 굶주림과 패배의식에 젖어서 괜히 나라 탓, 아이 탓, 남편 탓으로만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런 생각들이 나를 건강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피곤에 찌들어 나의 일상을 갉아먹기만 했다. 

헴이 자신의 낡은 울타리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안일한 생활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스스로 극복해야 할 것이다. 누구든 새로운 길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힘으로 개척해야만 한다. 그 자신의 인생은 아무도 대신 살아줄 수가 없다. 조언을 할 수는 있지만 받아들이는 것은 그 자신의 몫이기 때문이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_ 스펜서 존슨>

이미 익숙해져 버린 사람들에게 변화란 쉽지가 않다. 누군가가 나를 여기서 꺼낼 줄 것만 같지만 이제는 아무도 내 인생에 개입하는 사람이 없다. 내가 스스로 생각해야 하고 스스로 벽을 깨고 나와야 하는 것이다. 나 또한 변화를 받아들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내 모습을 정확하게 보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것이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왜 내가 이렇게 되었는지, 내 탓을 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렸기 때문에 더더욱 보기 힘들었던 것 같다.

책에서 '허'라는 캐릭터를 보면 그의 생쥐 친구들로부터 중요한 교훈을 얻게 된다. 사실 그들이 사는 방식은 간단했던 것이다. 그들은 사태를 지나치게 복잡하게 생각하거나 분석하지 않았다. 상황이 바뀌어 치즈가 없어지면 그들 자신도 변화하여 치즈를 따라갔던 것이다. 

 

변화의 필요성을 느낄 때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거나 사태를 분석할 필요도 없다. 생각만 하다가 행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내 삶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 변화하려고 행동하면 된다. 단순하게 생각하고 행동했기 때문에 쥐들은 쉽게 변화에 대해서 대처할 수 있었고, 복잡하게 생각했던 인간들만이 변화가 늦었다. 

사람들은 변화 자체를 낯설게만 생각한다. 또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각가지 핑계를 대면서 마지막까지 변화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다가는 정말 이 책에 나와 있는 '헴'과 같은 캐릭터가 돼 버린다. 우리가 쥐의 캐릭터처럼 빠르게 변화를 인식하거나, 발 빠르게 행동할 수는 없을지언정, '허'라는 캐릭터처럼 변화를 인식하고 그동안의 창고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창고를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정말 당신이 시작하지 못하는 솔직한 이유를 생각해 보자. 도대체 나는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정말로 그 이유 때문에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지 내 마음속에 솔직하게 물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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