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기 칼럼] 인생 100세 시대 생존법

  • 입력 2019.06.25 18:39
  • 수정 2019.06.25 18:41
  • 기자명 손병기 국민대 경영대학원 리더십과코칭M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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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이 2009년에 발표한 〈노인통계 보고서〉에서 ‘호모 헌드레드 시대’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공식적으로 신인류인 100세 시대가 도래했다. 이제 100세 시대로 모든 것이 바뀌게 된다. 
우린 그동안 대학까지 16년간 공부해서 경제활동을 하다가 은퇴해서 노후 생활을 하고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이제 초-중-고-대학에 이르는 교육 과정 16년만 공부한다고 학습이 끝나지 않는다. 60세부터 90세까지, 10년을 단위로 학습-경제-여가 생활을 보내는 순환 사이클의 30년을 살아야 한다. 이제는 평생 학습의 시대다. 경제활동을 하고 여가를 보내면서 동시에 10년 단위로 삶을 혁신해야 한다. 그러다가 90살 정도 되어야 비로소 진짜 은퇴를 하고 노년을 보내게 된다. 

문화심리학자인 김정운 교수는 평균 수명의 연장은 곧 어마어마한 혁명의 시작이라고 했다. 사회 구조의 변화보다 더 무서운 일인데, 100년을 사는 것에 대해 이렇게 대책이 없는 우리 현실을 김 교수는 매우 안타까워했다. 

호모 헌드레드, 100세인의 삶이 이제 현실화되는 세상이다. 60세에서 75세까지를 '신 중년'이라 칭할 만큼 이미 생애 주기는 달라졌다. 학교로 치면 학제가 개편된 셈이다. 그렇다면 각자 삶의 과정을 대하는 태도 또한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우리 시대 노년의 모습은 그렇게 건강해 보이지 않는다. 온통 부정적 인식들로 가득하다. 우선 경제활동을 기준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복지 문제도 세대 간 갈등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노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먼저 극복해야 한다. 이미 100세 시대가 되었는데 아직도 의식은 그대로다. 어렸을 때 보았던 우리 할아버지들의 모습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30~40년 동안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다. 

한번 기억을 더듬어보자. 예전에는 50~60세 정도만 되어도 사회의 웃어른으로 행세할 수 있었다. 60세가 되면 으레 은퇴를 생각했다. 그리고 노인은 은퇴를 즐길 권리가 있었다. 젊은 세대가 어른을 모시는 것은 당연했다. 과거에는 노인에 대한 공경이 절대적이었다. 이것은 먼저 유교 사상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과학이 발달한 시대가 아니었기 때문에, 특히 농사에 대한 대부분의 지식은 경험이 풍부한 어르신들 밖에는 알 수 없었다. 10년, 20년의 경험만 가지고는 농사가 잘 될 수 없으니 어르신의 말 한마디가 농사와 마을 일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50대만 되어도 농경 사회가 필요로 하는 육체적인 노동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었다. 게다가 평균 수명이 짧았다. 일흔을 넘기기가 힘들었으니 모두들 예순에 환갑잔치를 성대하게 했다. 예전의 환갑은 동네의 큰 잔치였다. 과거의 60대는 하얀 수염을 길게 기르고 긴 곰방대를 옆에 찬 모습이었다. 1960년대의 50대는 지금의 일흔 정도의 이미지에 가깝다. 100세 시대가 닥쳐왔는데 우리의 의식과 사회 구조는 여전히 70세 시대에 맞춰져 있다. 시간에 대한 개념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서드 에이지
윌리엄 새들러(William Sadler) 박사는 하버드대 성인발달연구소에서 임상 실험을 통해 '중년'의 삶을 연구해온 중년 전문가다. '마흔 이후의 새로운 성장과 발달'이라는 주제로 마흔이 넘은 남녀 200여 명을 인터뷰한 후, 그중 50여 명을 12년간 꾸준히 추적 연구했다. 그 결과 마흔 이후 인생의 최고 전성기를 맞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사이, 2011)을 저술했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마흔 이후의 삶에 대한 심리적 대비책과 새로운 삶의 방식을 위한 길잡이로서 노후 대책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인 면에만 신경 쓰고 있지만 심리적 측면과 삶의 방식 측면에서도 마흔 이후의 삶을 준비해야 한다고 새들러 박사는 강조한다. 사회적 상실감을 딛고 '정서적 성숙함'과 '심리적 안정감'을 위한 준비 또한 게을리해선 안 된다고 충고하면서,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했던 마흔 이후 삶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새들러는 우리의 생애를 네 단계로 나누어, 배움의 단계인 10대와 20대를 퍼스트 에이지, 일과 가정을 이루어 사회에 정착하는 단계인 25~50세를 세컨드 에이지, 그리고 제2의 성장기인 50세 전후부터 30년을 서드 에이지, 마지막 노화의 단계로 성공적인 나이 듦을 실현해가는 포스 에이지로 명명했다. 이러한 새로운 주기에서 가장 오랫동안 지속되는 단계이자 우리 인생의 한복판에 위치한 미지의 광활한 시간이 바로 서드 에이지라고 했다. 

 

그들은 마흔 이후에도 인생의 항로를 계속 새롭게 개척해가고 있었고, 중년에도 성장과 변화를 경험하고 있었다. 새들러 박사는 퇴직은 'Retirement'가 아니라 'Refirement'로서 인생에 불꽃을 다시 살리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인생 후반전은 부정적인 인식들로 가득하지만 긍정의 에너지로 변화시켜야 한다. 중년을 비행기의 착륙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서드 에이지'는 착륙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목적지를 향해 이륙하는 시간이어야 한다. 

우리가 서드 에이지에 주목해야 하는 것은 지금이 100세 시대로 얻은 30년을 그저 그렇게 살아갈 건지 아니면 새로운 2차 성장의 시대로 살아갈 건지 선택하는 중요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마흔 이후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삶의 방식으로 임하느냐에 따라 최종적인 삶의 질이 결정된다.

Profile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두 번째 인생 저자
한국코치협회 전문코치KPC
국민대 경영대학원 리더십과코칭M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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