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의 미술여행] 소비에트 혁명의 권위를 자랑하는 모스크바 '크렘린(Kremlin)’

  • 입력 2019.06.25 18:19
  • 수정 2019.06.25 18:23
  • 기자명 김석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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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승천 대성당
성모승천 대성당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떠난 비행기가 남동쪽으로 640km를 달려 모스크바 공항에 도착한다. 모스크바는 러시아의 수도로서 유구한 역사와 정교회 전통을 기반으로 한 소비에트 혁명의 권위를 자랑하는 도시이다. 러시아의 건축, 미술, 음악의 중심지인 모스크바를 사람들은 ‘러시아 문화예술의 꽃’이라 부른다. 문학과 음악 등 예술 부문에서 세계적인 거장들을 탄생시킨 러시아의 중심 도시, 모스크바에 도착하면서 수많은 이름들이 뇌리를 스쳐간다. 희곡작가로 1888년에 푸시킨 상을 수상했던 안톤 체호프, 러시아에서 가장 위대한 시인이며 근대 러시아 문학의 창시자였던 알렉산드르 푸시킨, 러시아의 외교관이자 정치가였던 레프 톨스토이, 작곡가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 죄와 벌의 토스토에프스키 등 세계적인 문호와 예술가들의 고향이 바로 이곳이 아닌가?  

볼쇼이 극장의 화려한 박수갈채가 끊이지 않는 이 도시에 부조리가 만연하고 불친절하며 좀도둑이 들끓는다는 불명예스러운 소문으로 여행객들은 소지품 간수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렇지만 마을마다 소극장 문화가 활성화되어 연극과 음악을 즐기는 이곳 사람들의 낭만과, 예술에 대한 감각은 세계 그 어느 도시보다 뛰어난 듯하다. 거기에다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미녀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인형같이 귀여운 어린아이들의 눈동자가 반짝거리며, 과학, 예술, 문학을 배우기 위해 이곳을 찾은 세계 유학생들의 활기찬 모습들이 함께 어우러진 이 도시는 분명 세계적인 대도시임에 틀림이 없다. 
러시아의 공식 국가명은 ‘러시아 연방’(Russian Federation)이며, 면적은 1,700만㎢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이고, 인구는 약 70개의 소수민족을 포함하여 1억 5천만으로 세계 4위다.  

1917년 10월 혁명으로 공화국이 수립된 이후 모스크바는 러시아 사회주의 연방공화국의 수도가 되었다. 모스크바의 총 면적은 1,000㎢이고 인구는 1,000만 정도이다. 모스크바의 도시 명칭은 이곳을 흐르고 있는 모스크바 강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세계 최대 도시 가운데 하나인 모스크바는 1147년, 연대기에 처음 언급된 이래 600년 이상 러시아 정교회의 영적 구심이 되어왔으며, 오늘날에는 러시아의 정치뿐만 아니라 인구, 공업, 문화, 과학, 교육 등 전반에 걸쳐 중심지가 되었다. 

 

크렘린(Kremlin) 성
크렘린(Kremlin) 성

 
모스크바의 한복판에는 크렘린 성이 있다. 러시아어의 ‘크레믈’이란 어원은 ‘성을 둘러싼 성벽’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건축예술의 기념비적인 독특한 아름다움과 거대한 규모로 러시아의 위대함을 상징하는 이 성은 성채로 건축된 중세 유럽 축성예술의 제일 가는 본보기이다. 이태리 건축예술가들에 의하여 1485년에서 1495년에 걸쳐 만들어진 붉은 벽돌의 크렘린 성벽의 총 길이는 2,235m이다. 중간중간에 18개의 군사용 탑이 웅장한 모습으로 세워져 있고, 성벽의 높이는 지형에 따라 다르나 5m에서 19m에 달한다. 

크렘린 성으로 들어서는 정문에 있는 삼위일체 탑 앞에 ‘꺼병이 탑’이라 불리는, 1516년에 세웠다는 묘한 모양의 건축물이 시선을 끈다. 성 안으로 들어서니 요새와 같은 아늑한 분위기 속에 넓은 공원과 궁과 성당들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다. 나폴레옹 군대가 퇴각할 때 빼앗았다는 875개의 대포가 전시된 거대한 무기고가 있고, 경비도 없이 개방된 의회 건물과 대통령 궁 앞에서 교통정리를 하고 있는 근위병의 모습이 예상할 수 없었던 러시아의 자유와 개방의 물결을 느끼게 한다. 가끔씩 대통령도 궁 밖으로 나와 관광객들과 악수를 하며 방문객들을 환영한다고 한다. 상상을 초월한 러시아의 변화는 크렘린 궁에서 시작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20,000㎡의 면적에 700개의 방이 있다는 크렘린 대궁전이 아름답다. 원색의 노랑과 빨강 색들이 황금색 첨탑과 조화를 이루어 마치 추상화가가 연출해내는 설치미술의 오묘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성모승천 대성당 _김석기 작가 스케치
성모승천 대성당 _김석기 작가 스케치

크렘린 성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니 러시아에서 제일로 손꼽히는 ‘성모승천 대성당’ 이 나타난다. 이반 3세의 명령으로 이태리 건축가들에 의하여 만들어진 이 성당은 외형도 독특하지만 내부에 그려진 프레스코 성화들은 예술적이고, 회화적인 면에서 그 아름다움이 대단하다. 감탄사를 멎게 할 수 없는 대단한 작품들 앞에서 위대한 예술이 보여주는 또 하나의 충격을 느낀다. 원형 기둥을 5단으로 나누어 그린 성화, 아취형의 천정에 그려진 예수님과 제자들. 어느 하나 소홀함이 없이 정성을 다해 완성한 작품들의 주인공들이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만 같다. 성소의 중앙에 만들어진 황제의 예배석은 완벽한 하나의 공예작품이다. 보석 세공, 조각, 주물, 도금공예 등은 모든 전문가들의 합작 예술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성당 안에는 굳게 닫힌 지성소도 있다. 성모마리아와 승천하는 예수의 상이 양쪽으로 그려진 가운데 황금빛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이 문은 비밀의 방, 지성소로 들어가는 비밀의 문이다. ‘성모승천 대성당’ 곁에 황제가 매일 기도를 올리던 ‘성모수태 대성당’도 있다. 하얀 외벽과  황금빛의 둥근 첨탑의 조화가 성스러운 분위기를 보여준다. 그 곁에 베니스 출신의 건축가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천사 대성당’도 있고, ‘12사도 성당’, ‘천사장 성 미하엘 성당’도 있다. 

황제의 대포 _김석기 작가 스케치
황제의 대포 _김석기 작가 스케치

1735년에 만들어진, 세계에서 제일 큰 종인 황제의 종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톤의 무게와 6m 높이의 거대한 종은 아직까지 한 번도 소리를 내본 적이 없는 종이다. 그 곁에는 실제 사용하지도 않는 거대한 대포도 있다. 무게 40톤, 구경 89cm의 청동 대포는 1586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소리 없는 종과 발포되지 않는 대포를 보면서 과거 크렘린 성의 보이지 않는 허세와 위력을 짐작해본다. 어쩌면 레닌의 고민을 대변하려는 종과 대포는 아니었을까?

레닌이 홀로 산책하며 묵상에 잠기던 따이니츠키 정원의 한쪽에 레닌이 일광욕을 즐기던 벤치가 있다. 그곳에 앉아 레닌이 구상하던 러시아의 행복한 세상을 상상해 본다. 아무리 강력한 힘도 권세도 모두가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인생무상이거늘 어찌 이 세상을 천년만년 살려만 드는 것일까? 내리쬐는 따사로운 빛을 받은 녹색의 정원 풀밭 위에 아름다운 꽃들의 화려함은 변함이 없는데 그때 그 주인은 어디로 가고 없는 것일까? 

雨松 김석기(W.S KIM)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및 대학원 졸업
경희대, 충남대, 한남대 강사 및 겸임교수 역임
프랑스 몽테송아트살롱전 초대작가
프랑스 몽테송아트살롱전 A.P.A.M 정회원 및 심사위원
개인전 42회 국제전 50회, 한국전 45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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