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의 미술여행] 페트로드보레츠(Petrodvorets), '러시아 속의 베르사유'

  • 입력 2019.06.17 19:14
  • 수정 2019.06.17 19:17
  • 기자명 김석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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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25km 정도 떨어진 외곽에 위치한 페테르고프를 찾아 나선다. 버스로 30분쯤 간 곳에서 아름다운 성당과 전원의 풍경들을 만나면서 단번에 이곳이 예사롭지 않은 곳임을 짐작하게 된다. 주차장에서 내려 바로 곁에 있는 빠블롭스키 성당으로 들어서니 많은 사람들이 넓은 공간에 서서 기도를 하고 있다. 역사의 흔적을 말해주는 고색창연한 프레스코화들이 빈틈없이 벽면을 메우고, 벽면 위의 성화들은 자상하게도 성경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온갖 정성을 다해 완성한 성화 속에서 기독교의 믿음과 화가의 열정이 느껴진다.  

1714년부터 뾰뜨르 대제가 건축 예술의 최고 작품을 만들기 위하여 본인이 직접 정원과 주요 건물의 위치까지 결정하면서 평면도를 그렸다는 페트로드보레츠(페테르고프)로 들어선다. 일명 분수 공원이라 부르는 이 공원은 '러시아의 베르사유'라 부를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수많은 조각 작품들과 분수들이 광활한 대지 위에 아름다운 예술 천국을 만들고 있는 곳으로 들어가기 위해 매표소를 통과하니 까마득히 보이는 직선 도로 양쪽으로 하늘 높이 늘어선 가로수들이 제일 먼저 마음을 시원스럽게 만들어준다. 길 끝부분의 녹색 가로수 위로 황금색 원형의 왕궁 첨탑이 보이고, 들어서자마자 아름다운 풍경에 도취되어 어쩔 줄을 모르는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며 흥분된 분위기로 사진 찍기에 바쁘다.

공원은 본래 상부 공원과 하부 공원으로 나뉘어 구성되었다. 10년에 걸친 공사 끝에 정원과 운하가 정돈되었다는 상부 공원의 왕궁 앞에 서니 핀란드만과 연결되어 있는 선착장이 가물가물 시야에 들어온다. 
황금조각상과 분수들이 천국을 이루고 있는 이 공원은 양수기를 이용하여 만들었던 프랑스의 베르사유의 분수와는 달리 자연적인 낙차를 이용한 물의 흐름을 활용하였다. 분수들의 예술적인 신비스러움은 웅장하고 강열한 장식성과 함께 환상적인 아름다움이다. 이곳은 궁전과 조각상과 분수대 무두가 노란색의 황금으로 도금되어 있는 환상적인 황금 도시이다.  

 

황금 천국으로 초대받은 기분으로 궁전 앞 중앙에 서니 좌우로 각각 일곱 계단의 평면 분수가 물을 품어대고, 중앙에는 원형분수가 있고, 그 앞으로 세 계단을 내려서니 넓은 저수지 중앙에 삼손의 조각상이 있다. 황금빛 조각상인 이 작품은 삼손이 사자의 입을 찢고 있는 역동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1709년 뾰뜨르 대제가 이끄는 군대가 폴타바 근교 전투에서 스웨덴의 카를 12세의 군대를 섬멸한 승전을 기념하기 위하여 1802년 조각가 미하일 까즐롭스끼에 의하여 만들어진 '사자의 입을 찢는 삼손'이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폴타바 전쟁 승전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만든 작품으로 러시아의 강한 힘을 상징하는 삼손과 패자 스웨덴의 문장에 새겨진 사자를 작품의 소재로 하고 있다. 삼손 분수대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140여 개의 분수대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운하로 연결되고, 운하는 북쪽으로 1km 정도 직선으로 뻗어있다. 운하 양쪽으로 만들어진 분수 길을 따라 걷노라면 핀란드만의 부두 쁘리스탄에 도착한다. 

 

김석기 작가 스케치
김석기 작가 스케치

삼손 분수대에서 운하길 따라 선착장을 바라보며 걷는다. 북유럽과 러시아 여행으로 피곤해 있는 아내도 삼손의 새로운 기를 받은 듯 마냥 즐거운 표정으로 공원의 산책을 즐긴다. 아름다운 풍경과 상쾌한 바람이 새로운 기운을 북돋아 준다. 분수대와 조각상 아래서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아내가 소녀시절로 돌아간 듯 행복한 모습이다. 운하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가끔 넘나들면서 길 양쪽에 도열해 있는 분수대와 조각상들의 환영을 받는다.  
운하를 중심으로 동쪽과 서쪽으로 대칭을 이루는 하부 공원에는 각양각색의 분수와 건축물들이 숨어있다. 
분수대가 황금으로 장식된 2단 분수에서 하얀 물거품을 토하고 있는 '로마분수'가 있고, 아름다운 성녀의 모습으로 수줍은 육체를 감싸고 있는 하얀 대리석의 여인 '하와의 조각상'이 아름다운 분수 속에 숨겨져 보일 듯 보일 듯 신비감을 더하고, 삼단의 계단으로 만들어진 대리석 단위에 500개가 넘는 철관의 구멍을 통하여 각기 다른 일곱 층의 물줄기가 하늘을 향해 품어내어 신비의 하얀 삼각형 분수를 만드는, '물을 뿜는 오벨리스크'라 부르는 '피라미드 분수'도 있다. 거대한 버섯 분수의 고깔 아래 숨어있는 여인네들의 조각상이 발길을 멈추게 하고, 하늘 높이 태양 모양의 황금 원구에서 360도 사방으로 분수가 분사되어 내리는 '태양 분수'도 있고, 네 개의 계단을 만들어 그곳에 폭포수가 내리게 한 드라꼬노브(龍)고라(山)라 불리는 폭포도 있다. 

분수와 함께 숨어있는 건축물들도 많다. 뾰뜨르 대제가 즐겨 찾아 연회를 베풀며 그의 권세를 확인하던 '몬쁠레지르 궁전'이 있는가 하면, 프랑스의 루이 14세의 거처였던 '마를리 르 루아'를 본떠 만들었다는 아름다운 '마를리 궁전'이 있고, 서쪽 바닷가 끝에는 ‘은둔의 장소’라 불리우는 ‘에르미따쥐관’도 있다. 

 

금으로 만들어진 삼손의 상
금으로 만들어진 삼손의 상

공원을 한 바퀴 돌아 다시 상부 공원의 볼쉬오이 궁전 앞에서 선다. 볼쉬오이 폭포에 있는 삼손은 아직도 계속해서 사자의 입을 찢고 있고, 분수와 조각상들을 감싸고 있는 꽃과 잔디의 문양들은 아름답기도 하다. 떠나기 아쉬워하는 마음을 아는 것처럼 카펫을 펼쳐놓고 가지 마라 붙잡는 듯 너울대는 이름 모를 꽃들이 계속해서 춤을 추며 유혹을 한다.  

雨松 김석기(W.S KIM)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및 대학원 졸업
경희대, 충남대, 한남대 강사 및 겸임교수 역임
프랑스 몽테송아트살롱전 초대작가
프랑스 몽테송아트살롱전 A.P.A.M 정회원 및 심사위원
개인전 42회 국제전 50회, 한국전 45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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