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단절 예방 프로젝트]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자, 당신은 대역 죄인입니다

앞으로 포대기를 두를 그녀들에게 한 마디 9

  • 입력 2019.06.17 18:23
  • 수정 2019.06.17 18:24
  • 기자명 김여나 여나(여성나눔)커리어 코칭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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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후반. 골드미스다. 그녀는 20대 때 정말로 열심히 공부를 했다. 그리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국가고시에 합격에서 지금은 전문 여성으로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부족한 것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그녀다. 큰 키에 얼굴도 예쁘지, 능력 있지, 앞으로 그녀가 생각한 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질 것 같은 멋진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고민을 하고 있다. 그녀는 그렇게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모든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존감이 부족했다. 겸손한 것과 다르다. 물론 그녀는 성격까지 겸손한 면도 있다. 정말 능력, 외모, 게다가 성격까지 겸손하고 좋아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칭찬도 많이 받는다. 교회 오빠가 그런 존재라면 그녀는 교회 언니쯤 되는 것 같다. 그런 그녀에게 아쉬운 것은 자신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시험 준비를 하면서 여러 번의 좌절을 경험해서 그런지, 작은 일에도 ‘내가 그렇지 뭐...’하며 자신을 낮게 평가하곤 했다. 그래서 항상 뭐든 열심히 한다. 이렇게 열심히 해야 겨우 뭔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녀다. 맡은 일도 열심히 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부탁한 일도 열심히 한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에 다 충성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주변에서는 그녀의 칭찬이 끊일 날이 없다.

어느 날부터인가 그녀는 자신에 대한 칭찬이 자신을 억누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칭찬을 듣는 것이 즐거운 것이 아니라, 한숨이 나왔다. 정말로 힘들게 일을 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냈는데, 기뻐하기는커녕 주변의 칭찬에 어깨가 무거웠다. 다시는 나에게 이런 일을 맡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주변에서 이렇게 칭찬을 하니 다음에 또 해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모른다. 그녀가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모른다. 워낙 능력 있는 여성이라 생각하니 그녀에게 많은 일을 맡기게 된다. 그녀는 바쁘다. 이 많은 일들을 해야 하기 때문에 누군가를 만날 시간조차 없다. 선배들도 그렇게 바쁘게 살면서 결혼도 했기 때문에 그녀 또한 언젠가 좋은 사람을 만나 자신도 선배들처럼 결혼할 거라 생각을 했는데, 누군가를 만나야 그런 생각도 하는 것 같다. 

30대 중후반이 되니 슬슬 압박이 들어온다. 전혀 눈이 높다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정말로 누군가를 만날 시간이 없는 것이다. 주변에서는 능력과 외모가 되는 여성이 아무도 만나고 있지 않으니 "그렇게 눈을 높이다간 아무도 못 만난다!"하며 그녀를 탓한다. 혹은 '보이는 건 친절한데 실제로 본모습이 따로 있는 건 아냐?'하며 그녀를 의심하기도 한다. 

여기까지가 그녀가 내게 털어놓은 이야기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는 누군가가 좋아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같은 회사의 동료인데, 오랫동안 같은 사무실에 있으면서도 몰랐다가 요즘 그가 새롭게 보인다고 한다. 여전히 바쁜 생활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그는 그녀에게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되었다. 지친 그녀에게 쉼을 선물해 주는 사람이라고 할까? 선을 넘을 듯 말 듯 한 그의 태도가 오히려 그녀를 목마르게 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지만, 그 사람이 나 같은 사람을 좋아하겠어? 하며 스스로 포기하는 타입이다. 그런 자신의 모습이 한심한 것 같다. 낮은 자존감은 더더욱 낮아졌다. 그녀는 낮은 자존감을 일로서 채워나갔다. 그러다 보니 결혼 생각이 멀어질 때쯤 그를 만나게 된 것이다. 그녀는 조심스럽다. 아직 결혼 생각이 확고하게 없는데 그 사람을 만나도 되는지 조심스럽게 내 의견을 물어왔다. 

이쯤에서 그녀를 답답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의외로 똑똑한 여성들이 이런 부분에서는 똑똑하지 못할 때가 있다. 좋게 말하면 너무나도 착해서 그렇다. '결혼 정년기 때 만나는 사람과는 무조건 결혼해야 해!'라는 생각으로 만나는 것은 아니다. 만나서 아니면 언제든 만남을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 죄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골드미스 중에는 있다는 것이다. 아니라고 생각하면 빨리 결정을 해 줘야 그 사람이 나에게 시간 허비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빨리 만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배려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냥 한번 만나 봐도 된다. 만나는 사람이랑 결혼해야 한다면 지금까지 결혼 못 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나의 외로움 때문에 그를 이용한다는 느낌도 버려야 한다. 이제 나이도 이쯤 먹었다면 착한 척할 필요도 없다. 만나보고 아닌 것 같으면 그때 가서 쿨하게 ‘안녕!’이라고 해도 괜찮다. 좋은 감정을 굳이 꼭꼭 숨겨가며 ‘나는 결혼 생각이 없어.’라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조차 죄의식을 가질 필요 없다. 내 감정에 솔직해진다는 것은 죄의식이 아니다. 

시험에 많이 떨어져 본 것과 좋은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것과는 전혀 별개이다. 자존감이 낮다 보니 별게 다 연관이 되는 것 같다. 이런 사람들은 우선 나를 사랑하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내가 나를 사랑하고, 내가 나를 존중해 주고, 내가 나를 스스로 멋지다고 생각해야 한다. 아무리 겉으로 봐서 일 잘하니까, 멋진 직업을 가진 여성이니까 그것만 가지고 멋지게 봐준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내가 나를 인정하지 못하면 늘 타인의 인정에 배고픔을 느끼게 되어있다. 

여성의 자존감은 엄마가 돼서도 연결된다. 나의 낮은 자존감은 아이에게로 연결된다. 참 이상하게 아이는 나의 이런 점은 닮지 않았으면... 하는 부분을 똑같이 닮는다. 그리고 자존감이 낮은 여성일수록 나중에 아이를 낳고 산후우울증에 걸릴 확률도 높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부터 배웠으면 좋겠다. 나 정말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스스로 인정해 주길 원한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자. 그것은 엄마가 돼서도 아이에게 큰 영향으로 다가간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은 대역 죄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잊지 말자! 나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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