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단절 예방 프로젝트] 외로워서 결혼하면 더 외롭다

앞으로 포대기를 두를 그녀들에게 한 마디 7

  • 입력 2019.06.03 18:30
  • 수정 2019.06.03 18:31
  • 기자명 김여나 여나(여성나눔)커리어 코칭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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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중에서도 결혼을 일찍 한 친구들을 보면 혼자 사는 친구들이 결혼을 빨리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학교 때문에 서울에 와서 혼자 오랫동안 살다가 부쩍 외로움을 느껴서 그때 만나고 있었던 남자친구와 결혼까지 하게 되는 경우다. 따로 살다 보니 부모님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또 늦은 시간까지 놀다가는 남자친구에게 차라리 이럴 바에 결혼해서 빨리 돈을 모으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달콤한 유혹에 빠져서 결국 그렇게 결혼을 했다. 

그런데 참 웃긴 것이 결핍이 있어서 그 결핍을 채우려고 하는 경우는 그 결핍 때문에 또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외로워서 결혼했는데, 결혼하니 더 외롭더라."라는 친구의 말이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았다. 금전적인 문제 때문에 결혼한 친구도 마찬가지다. 둘이 합해서 벌면 떠 빨리 벌 수 있을 것 같고, 뭔가 더 빨리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아서 했는데, 결혼하면서 아이도 생기고 결국에는 남편의 외벌이와 양가까지 챙겨야 하는 사정에 오히려 더 쪼들리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필요에 의해서 한 결혼은 결국 결핍을 부르게 되어있다. 결혼하면 그 남자가 나하고만 놀아줄 것 같은가? 오히려 결혼하면 일하는 곳에서 인정받아야 한다며 집에 더 늦게 들어올 수도 있고, 주변에서 일찍 들어가는 남편을 팔불출이라 놀리며 못 가게 하는 외로운 유부남들이 꼭 있다. 그녀는 외로워 결혼했는데 결혼하고 나서 더 외로운 것이다. 혼자서 외로움을 잘 견디는 법을 배웠어야 했는데, 그 해답을 사람에게서 찾으려고 했으니 실망감이 커지면서 '내가 이러려고 결혼 했나?' 라는 자괴감에 빠지게 될지도 모른다. 

나에게 무언가 부족함을 느끼면 내가 채우면 된다. 그것을 굳이 남편에게로부터 채우려고 하면 본인이 가장 힘들어진다. 남편은 신이 아니기 때문에 완벽하게 나의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결핍이 있다면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좋다. 그 결핍으로 인해서 자존감을 낮출 필요도 없고, 자신을 못난 사람이라고 여길 필요도 없다. ‘지금 이 남자 아니면 안 돼.’라는 생각도 버렸으면 좋겠다. 안타깝게도 엄마의 낮은 자존감은 아이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부족한 남자를 내가 채우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로 인해서 이 사람이 변할 것이라는 생각을 절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끔 그런 친구들이 있다. 이 사람 내가 원하는 조건을 다 가진 남자인데 아픔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람마다 느끼는 점이 있기 때문에 다 다를 것이다. 그것이 가정환경이던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 때문에 그렇든 간에 여자는 이 남자의 단 한 가지의 단점을 자신이 채워주길 기대한다. 그리고 그 남자가 자신으로 인해서 바뀔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이 사람이랑 결혼했다. 

그때는 호르몬 때문에 우리는 사람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내가 봤던 장점들이 이 사람의 단점이 될 수도 있다. 과묵한 성격에 내 모든 것을 포옹해줄 것 같은 남자가 결혼 후 말도 안 하고 혼자만의 굴속에서 나오지 않는 남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시어머니가 지금까지 바꾸지 못했던 것을 내가 사랑의 힘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정말로 엄청난 착각이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엄청난 충격이 있거나, 아주 큰 깨달음이 있어 거듭나기 전까지는 쉽게 바뀌는 것을 여태 보지 못했다. 그의 부족함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결혼해야지 그 부족함을 내가 채우거나 바꾸려고 결혼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도전이다. 하지만 아직도 이런 여성들이 있다. 제발 이런 착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다가 당신이 지칠 수도 있고, 상대방이 지쳐서 나가떨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나 또한 완벽한 사람이 아니기에 부족한 면을 그대로 인정하자. 

마지막으로 가치관이 다른 사람과 절대 결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치관은 그 사람의 삶의 지표이다. 방향은 맞지만 도달하는 지점이 틀리다면 그것도 힘들다. 평소에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가치관을 충분히 공유했으면 좋겠다. 가치관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의 가치관과 나의 가치관이 다르지만, 애를 낳고 지내다 보면 달라질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특히나 결혼관이나 가치관은 정말로 변하기가 힘들다. 쉽게 바뀌는 부분도 아니다. 

가치관은 종교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그래서 종교관하고도 연결이 되는 것 같다. 서로 연애할 때부터 알고 있었다. 한 종교를 믿는데 상대는 그 종교를 믿지 않는다. 결혼하기 전 같은 종교를 갖기로 약속했지만, 그것은 정치인의 공약과 다름이 없다. 결혼하기 전에만 같이 다녀주는 것이지 진정으로 그 종교에 심취하기는 힘든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해가 간다. 종교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믿어지지 않게 되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이해는 하지만, 종교 생활을 함께 할 수 없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하는지 모를 것이다.

결혼 전에는 정말 모른다. 지금 이 남자가 평생 내 옆에서 내가 원하는 종교생활을 함께 해줄 거라는 생각에 쉽게 승낙을 했지만, 그 남자는 잠시 결혼을 하기 위해서 변했던 것이다. 그리고 결혼하고 나서 자신의 모습으로 되돌아온 것뿐이다. "이건 사기결혼 아니야?"라고 해도 늦을 뿐이다. 시댁은 불교이고 우리 집은 기독교이지만, 결혼하고 나면 잘 극복할 수 있을 거야 하는 것은 나의 바람이다. 남편이 나의 의견을 들어줄 것이야 라는 것은 아주 큰 착각이다. 이 사실로 인해서 아주 큰 싸움이 될 수도 있는 것이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종교 문제로 심각하게 고민하는 경우가 생길 것이다. 

결핍에 의해서 한 결혼은 결핍을 부른다. 그러한 결핍을 사람으로 채우려고 하지 말자. 그 사람이 채워 줄 수도 있는 것이 아니고, 나 또한 그 사람을 채우거나 바꿀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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