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 한번이면 충분"…무인화 시대, 그 속엔 '소외'가 있다

약자소외부터 노사갈등까지,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 되지 않도록…

  • 입력 2019.05.23 16:46
  • 수정 2019.05.23 18:52
  • 기자명 박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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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에 무인화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다. 패스트푸드점을 중심으로 확산된 무인 키오스크는 없어선 안 될 존재로 자리 잡았다. 

대형마트, 영화관, 음식점, PC방 등 웬만한 매장을 방문하면 점원보다 키오스크 기계가 먼저 존재감을 드러낸다. 심지어는 편의점, 카페도 무인으로 운영되는 추세다.

인건비보다 무인 키오스크 대여료가 훨씬 저렴하기에 업주들도 고용을 택하기 보단 키오스크 기계를 들이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터치 몇 번이면 금방 원하는 제품을 손에 넣을 수 있어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누군가에겐 곤혹스러운 일이다.

 

박막례 할머니 유튜브 캡처
박막례 할머니 유튜브 캡처

지난 1월, 인기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와 손녀 유라씨가 '막례는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식당'이라는 주제로 맥도날드 매장을 찾아 키오스크 기계를 통해 주문하는 영상이 조회수 65만회를 기록하며 눈길을 끌었다.

8분 가량의 영상 속 박막례 할머니는 몇 번의 시도 끝에 겨우 햄버거를 주문할 수 있었다. 

댓글엔 "하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키오스크를 이용해야하는 세상이다. 기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용하기 정말 어렵다”면서 “늙은 건 죄가 아닌데 왜 소외되어야 하냐"는 반응과 "기계가 너무 높아 어린 아이들이나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이용하지도 못하겠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 무인 키오스크를 도입하면서 고용불안을 겪는 이들도 나타났다. 

지난 21일, 이마트 노조가 무인계산기 설치로 인해 노동강도가 높아지고 고용불안이 커졌다며 무인 셀프 계산대 확대 중단을 요구했다.

셀프 계산대에 상주 중인 대형마트 직원
셀프 계산대에 상주 중인 대형마트 직원

노조는 계산원이 본연의 업무 외 무인 계산을 돕는 역할에 투입되면서 업무 강도가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무인 계산대 사용률을 높이기 위해 일반 계산대를 급격히 줄여 고객의 항의가 늘었고, 현장 항의를 직접 받는 계산원의 스트레스 강도가 높아졌다"면서 "여기에 무인 계산대로 유인하는 호객 행위 업무까지 떠넘긴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은 과거 영국의 러다이트 운동을 떠올리게 한다.

러다이트 운동은 1811년 영국 산업혁명으로 인한 경제불황과 임금하락, 고용 감소, 실업자 증가 등을 이유로 기계야말로 빈곤의 원인이라며 시작된 기계파괴 운동이다.

이미 급물살을 탄 무인 키오스크 도입을 막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이 펼쳐지지 않도록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친화형 디지털 서비스 개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대책이 요구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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