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양성평등 사회가 실현되는 그날을 향해

정윤정 진주성폭력상담소 소장 송태웅 기자l승인2019.05.03l수정2019.05.03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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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버닝썬 사건'으로 전국이 떠들썩하다. 다양한 이해집단의 충돌에서 연일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의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학의 성접대 의혹을 비롯해 장자연 사건 등 사회 각계각층의 뿌리 깊은 타락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어지러운 세태 속에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숙제는 있다. 이 모든 문제의 몇 가지 공통점 중 하나가 바로 젠더 폭력의 문제를 내포한다는 점이다. 최근 기술의 발달에 편승해 더욱 기승을 부리는 디지털성범죄를 비롯해 오히려
피해자를 향한 손가락질로 2차 가해를 행하는 풍토도 여전하다.

정윤정 소장의 발자취
정윤정 소장은 진주여성민우회 회원활동을 시작으로 여성운동에 발을 딛게 되었다. 온전히 여성운동에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였던 30대 시절은 그에게 매우 치열했지만 동시에 가장 행복했던 시기였다. 진주성폭력상담소는 성폭력 피해자의 지원활동에 필요성을 자각한 여성운동가들이 뜻을 모아 설립 후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는 중이다. 작년 기준으로 접수된 성폭력 상담 사례수만 약 200여 건이 넘었을 만큼 인구 35만의 도시 진주에서도 성폭력 문제는 마찬가지로 심각하다.

"최근 미디어에 비치는 버닝썬 사건은 단지 수도권에 국한된 문제는 아닙니다. 밀양에서 벌어진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비롯해 부산여대 기숙사 난입 문제 등 수도권이나 지방이나 비슷한 형태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진주성폭력상담소는 실제로 비슷한 사건으로 고통 받는 피해자를 많이 만납니다. 관련법의 강화에도 불구하고 데이트폭력이나 디지털성범죄 등 심각한 범죄는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죠."

진주성폭력상담소는 여성운동 활동가들이 젠더 폭력 중 하나의 이슈인 성폭력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정윤정 소장은 무엇보다 성 평등이 선행해야 일련의 사건들이 근원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피해자 상담은 물론 성교육과 성폭력 예방교육을 지원하며 각종 캠페인을 통해 지역사회 발전에 정진하는 중이다.

젠더폭력의 원인은 성차별 인식
정 소장은 깊숙하게 뿌리 내린 성차별 인식이 성폭력을 가능하게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왜곡된 성인식이 자리 잡은 사회는 가해자를 옹호하는 문화를 만들고 이로 인해 가해자가 행위로 옮길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범죄 통계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정윤정 소장은 성 평등 지수 분석을 통해 성차별이 깊을수록 가해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파악해야 한다며 사건 자체를 가볍게 처리하는 문화가 재발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를 중대한 범죄로 취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밖에도 성폭력이 없는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2차 가해가 사라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수사·재판과정 등에서 권력과 피의자와의 유착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정윤정 소장은 수많은 성폭력 피해자를 상담하는 등 현장의 일선에서 활동하며 여성의 성폭행 피해가 아동, 성인, 노인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를 막론하고 권력관계에서 벌어진다는 사실을 중요하게 봐야 한다고 말한다. 더욱 참담한 점은 아는 사람 즉, 가까운 관계라고 정의내릴 수 있는 사이에서 발생확률이 높다는 사실이다. 성별, 나이, 지위 등 권력의 미세한 상하관계 아래에서 약자는 그 순간을 모면하려고 노력할 뿐 근원적인 해결이 쉽지 않다. 따라서 정 소장은 무엇보다 권력자가 약자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16년의 세월을 여성운동 활동가로 살아온 그는 과거를 회상하며 여성폭력피해자 지원 상담소를 법제화한 일을 여성운동의 큰 성과로 꼽았다.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성장해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정윤정 소장은 성폭력전문상담가로 여성운동에 첫 발을 들이며 사회적 성(性)인 젠더를 인식했다. 정 소장은 진주성폭력상담소가 여성의 성(性)이 어떤 구조에 놓여있고 억압과 배제가 이뤄지고 있는지 알아내며 운동을 펼치는 하나의 열매라고 말했다. 또한 단순히 피해자 상담에서 그치지 않고 가해자가 현재의 상황에 이를 수밖에 없었던 한국사회의 성문화를 파악하여 가해 행위를 예방할 수 있는 캠페인이나 강의를 지속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교과서적인 예방을 넘어 피해자를 진정으로 보듬어줄 수 있는 상담사로 활동할 것이며 결국 사회 참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그의 말은 오래도록 뇌리에 남았다.

끝으로 그는 미래에 누구나 차별 없이 세상에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 통로를 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제한이 많고 문턱이 높은 현실을 개선하고 싶다는 정 소장은 현재 진주성폭력상담소에서 운영 중인 ‘행복소리작은도서관’을 매개로 이러한 뜻을 실천 중이다. 생각의 방향이 같은 시민들이 모여 함께 소통하며 사회참여의 문턱을 낮추고 작지만 큰 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비쳤다. 앞으로도 지속될 정윤정 소장의 행보를 지지한다.

Profile

| 前 |
진주여성민우회 사무처장
진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국장
진주MBC 시청자위원
서경방송 시청자위원
개천예술제풍물시장운영위원
진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 現 |
진주교도소 교정위원, 고충처리위원
행복한남촌마을 인권지킴이단장
진주경상대학교 등 학교 고충처리위원


송태웅 기자  twsong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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