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나 칼럼]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스·드·메가 아닌 삶에 대한 고민이다

앞으로 포대기를 두를 그녀들에게 한 마디

  • 입력 2019.05.02 16:36
  • 기자명 김여나 여나(여성나눔)커리어 코칭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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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준비를 하면 가장 중요한 것이 스·드·메라고 한다.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의 줄인말로 요즘에는 이것을 세트로 해서 판매하기도 한다. 예식장을 잡고 스.드,메를 준비하면 결혼준비의 반은 끝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들이 결혼할 때 스·드·메를 놓고 한참을 고민하고, 주변인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웨딩 잡지를 보면서 연구까지 한다. 

하지만 스·드·메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삶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 보는 것이다. "왜 사는지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은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다"라고 니체는 말했다.  삶에 대해 고민을 해 본 사람이라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 방법을 생각해 보게 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하고, 자존감 및 자신감이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결혼 전에는 그렇게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던 사람들이 결혼 후 아이를 낳고 자존감은 저 바닥으로 내려갔고, 자신감 결핍으로 뭔가를 시작하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주변의 엄마들만 봐도 그렇다. 결혼 전에는 정말로 잘 나가는 대기업의 사원으로 멋지게 일하면서 자신도 잘 가꾸는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결혼 후 아이를 낳고, 육아에 전념하면서 그녀는 점점 자신의 능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 회사에 들어가기 위하여 비싼 과외까지 받으면서 공부했던 그녀다. 첫째를 낳을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둘째를 낳으면서 점점 그 기간이 길어지니 이제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어."라며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나의 이야기는 아닐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곧 당신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일을 좋아해서 아이 낳기 바로 전날까지 회사를 다녔던 나도 내가 경력단절여성이 될지는 꿈에도 생각해 보지 못한 일이었다.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리 알아야 한다. 당신도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 그리고 더 불행한 이야기를 한다면 그렇게 될 확률이 더 크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결혼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우리는 결혼에 관해서도 공부를 해야 한다. 최소한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결혼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장밋빛 미래는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사람하고 결혼만 한다면 내 인생은 확 달라질 거야 하는 신데렐라는 없겠지만, 때로는 우리는 뮬란이 될 수도 있다.

신데렐라의 유리 구두는 전략이었다. 왕자와 결혼하기 위한... 결혼할 때 그런 전략을 펼쳤던 그녀들도 막상 결혼생활에 있어서는 그런 전략이 하나도 없다. 그렇다면 당신은 위와 같은 사례가 될 확률이 더더욱 크다. 요즘 의료기술이 워낙 좋아지고 사람의 생명이 길어진 만큼 당신의 결혼생활도 최소 그 사람과 50년 이상이 될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결혼생활에 대한 전략 없이 결혼할 수 있는 것일까? 그런 사람들의 용기가 정말로 대단한 것 같다.

결혼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결혼하게 되면 결혼생활이 인생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것 같다.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결혼하게 되면 중요한 것이 돼 버린다. "이 사람이랑 결혼해도 지금처럼 내가 하고 싶은 거 다하면서 살 수 있어!"라며 장담하지 말자. 그렇게 말했던 사람들이 지금 아무 말 하지도 못하고, 땅을 치며 후회하는 수도 있다. 

'네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못할 수 있어.'라는 말은 겁주기 위한 말이 아니다. 현실 100%의 말이다. 지금 와서 보니 똑똑한 여성들이 잘 사는 것이 아닌 것 같다. 현명한 여성들이 훨씬 더 잘 사는 것 같다. 똑똑하게 버티고 있는 것보다 현명하게 구부러질 줄 아는 여성들이 훨씬 더 잘 산다. 결혼! 공부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더 잘 살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하고, 고민해야 한다. 

당신이 지금 천직이라고 생각하는 그 일. 하지 못하게 될 확률이 더 크다. '나는 아이를 낳아도 누군가에게 맡기고 다시 일할거야!'라고 생각했던 사람들. 그럴 수 없는 환경이 더 많다는 것을 미리 알려주고 싶다. 그리고 아이를 낳으면 내 마음 또한 변할 수도 있다. 아이가 너무 예쁘다 보니 아이를 맡기는 돈과 나의 월급이 차이가 나지 않을 때 더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아이는 아이대로 엄마 손이 아닌 다른 이의 손에 맡겨지게 될 때, 아마도 당신이 그 일을 포기하게 될 확률은 더욱 크다. 

미혼일 때 당신이 한심하다고 생각했던 결혼한 친구나 언니의 모습이 당신의 모습이 될 수 있다. '결혼하면 왜 다 게을러지는 거야!'라며 화장도 안 하고 나온 친구에게 한마디 했던 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어느 날 유모차를 끌고 가다 쇼윈도에 비친 나의 모습을 보며 놀랐던 때가 있다. 내가 그렇게 게으르다했던 친구의 모습, 언니의 모습이 바로 내 모습인 것이다. 정말 이 정도는 애교다. 

육아로 일을 그만두게 된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2년 정도 육아를 하고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게 되면 나도 다시 내 일을 하게 될 거라 호언장담했었다. 하지만 내 조건에 맞는 회사는 없다. 그리고도 한참을 방황했다. 미리 이런 사실을 알았더라면 그래도 좀 낫지 않았을까? 아무것도 모르고 당하는 것보다 알고 당하는 것이 그나마 낫지 않을까가 내 생각이다. 아무도 나에게 네가 생각하는 장밋빛 미래는 없다고 말해주지 않았다. 나 또한 결혼하면 둘이서 혹은 셋이서 알콩달콩 사는 그런 모습만 상상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준비하라는 것이고, 그래서 공부하라는 것이다. 인생에 대해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 놓으라는 것이다. 당신이 지금 스·드·메 때문에 고민이라면, 그것보다 더 중요한 당신의 인생에 대해서 그만큼 고민해 봤냐고 묻고 싶다. 스·드·메는 순간이지만, 당신의 결혼생활은 평생이다. 그래도 공부 안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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