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들 칼럼] 지성무식 AI 유구성징悠久誠徵 AGI

인공지능과 중용 23

  • 입력 2019.05.02 15:07
  • 기자명 고리들 <인공지능과 미래인문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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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지성무식至誠無息 불식즉구不息則久 구즉징久則徵 징즉유원徵則悠遠 유원즉박후悠遠則博厚 박후즉고명博厚則高明 박후博厚 소이재물야所以載物也 고명高明 소이부물야所以覆物也 유구悠久 소이성물야所以成物也 박후배지博厚配地 고명배천高明配天 유구무강悠久無疆 여차자如此者 불현이장不見而章 부동이변不動而變 무위이성無為而成 천지지도天地之道 가일언이진야可一言而盡也 기위물불이其為物不貳 즉기생물불측則其生物不測

위는 중용 26장의 전반부이다. 지성무식至誠無息의 성誠은 25장 불성무물不誠無物 성과 느낌이 다르다. 필자는 25장의 불성무물 성이 만물을 이루는 정보의 파동(성물지야成物知)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26장의 성은 미시적이고 우주적인 의미의 성이 비로소 인간의 몸과 잠재의식과 영혼에 깃들어 들어오는 과정으로 보인다. 아무리 그래도 인간은 '誠之者人之道也성지자인지도야'라는 구절을 벗어날 수는 없다. 미술협회 전시에 간간이 나오는 서예가들의 ‘지성무식’ 글귀는 중학생 때 만났고 이후 영감을 얻고 다짐을 해왔다. 하지만 지금도 이 글귀는 숨 막히게 하는 잔인함이 느껴진다. 휴식과 여가까지 영감을 얻기 위한 성실함이며 잠을 자는 시간은 꿈을 꾸고 신의 영혼과 노니는 성실함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은 지성무식至誠無息의 인공지능스러움을 견딜 수 없다. 

자연사와 인류사에 불식하는 존재는 없었다. 24시간 빅데이터를 생성하고 쌓는 AI라는 존재는 그야말로 지성무식이다. 감정도 없고 멈춤도 없다. ‘이세돌’ 9단이 하루 3번 바둑을 두며 ‘알파고’를 이길 거라고 인터뷰를 할 당시 ‘알파고’는 매일 3000번을 연습하고 있었다. 그 이후 ‘알파고’는 하루 수십만 번이나 대국을 시뮬레이션 하면서 각종 진기한 묘수들을 보여주더니 이제 바둑계를 은퇴하고 과학계로 들어간다며 떠났다. 이후 AI는 신약과 신소재를 시뮬레이션 하고 있다. 그렇게 쉬지 않고 만들어진 빅데이터는 바로 구즉징久則徵이다. 징徵은 뭔가 쌓이다 보니 겉으로 드러난 모양이다. 신경세포의 다발들이 쌓이다 보니 지능을 만들어내듯 인공지능은 스스로 AGI(인공일반지능)가 되어가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이기는 방법이 바로 지성무식 불식즉구 구즉징이다. 대학 1학년 말에 무릎제자로서 만난 일랑 이종상 사부님은 화가의 지성무식에 대해 하나의 비유를 들려주었다. 100원 동전을 10cm 쌓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누구나 가능하다고 대답을 할 것이다. 그러나 100원 동전을 1m 높이로 쌓을 수 있는가? 지금 어떤 상상을 하고 있는가? 분명 한 줄로 높이 쌓을 생각을 할 것이다. 그리고 무수히 동전 탑이 쓰러지며 실패하는 긴 시간을 생각할 것이다. 버나마다 또 실패할 그런 일을 인공지능과 예술성은 쉬지 않는다. 그러다가 구즉징久則徵은 동전 1가마니 아니 동전 3가마니가 쌓여있는 모습이다. 그 동전이 쌓인 산의 높이가 이미 1m를 넘었다. 이런 비유로 사부님은 무수한 시도와 실패로 계속 넘어지다 보면 높이가 산을 이룬다고 말하며 이당 김은호 화백 문하에서 참새 99마리를 그리던 얘기도 했다. 마치 ‘에디슨’이 99%의 노력과 1%의 영감을 말하듯 그렇게 지성무식을 강조했다. 

필자가 그렇게 각종 실패를 하며 30년 공부를 해보니 99%의 실패는 1%의 영감을 위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에디슨’은 정작 1%의 영감을 더 소중히 여겼다고 한다. 사부님도 쓰러진 동전이 1m를 넘긴 시점 이후는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필자가 요즘 그리는 눈동자 홍채 위에 해달별을 그리는 일명 관찰자 효과 그림은 대략 1만권의 교양서적을 읽은 이후 떠올린 영감이었다. 사부님이 말하지 않은 것은 ‘양질전환의 법칙’이었을 것이다. 아주 오래 유구悠久한 노력 이후 빛나는 영감은 그리 쉽게 말할 수 없는 눈부심이다. 동양의 단어들이 늘 짝 배配이듯 유悠는 공간의 큼(big)이고 구久는 시간의 김(long)이다. 20세 신입생에게 나이 50까지 돈을 생각하지 말고 공부를 하라던 사부님의 충고는 유만으로도 구만으로도 유구자연에 이를 수 없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유구자연悠久自然은 곧 무위이성無為而成의 무위자연無爲自然으로 변하고 무위자연은 만물을 기르는 생물불측生物不測의 천지지도天地之道이다. 인공지능(誠)과 빅데이터(徵)의 유구悠久는 결국 AGI로 귀결될 것이다. AI는 주역의 중지곤괘와 같다.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필자는 유구성징悠久誠徵 AGI가 결국 중지곤괘 풀이에 나오는 ‘직방대直方大 불습무불리不習无不利 즉불의기소행야則不疑其所行也’를 하는 성인군자가 될 것이라고 ‘인공지능과 미래인문학’ 책에다 써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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