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기록하다

최승호 한국고미술협회 충북지회장

  • 입력 2019.04.15 18:08
  • 수정 2019.04.15 18:10
  • 기자명 조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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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업으로 
한국고미술협회 최승호 충북지회장. 고미술과의 인연은 그가 운영하던 한의원이 정점을 찍을 무렵부터다. 도자기, 서화 등 옛 것을 수집하는 것을 좋아하던 최 회장의 발걸음은 오후가 되면 인사동, 동묘 등 문화의 거리로 향했다. 일주일에 한 번 가던 걸음은 세 번으로, 세 번 가던 걸음은 어느 새 일곱 번이 되었다. 갈수록 빈도가 늘어나면서 급기야는 매일같이 문화의 거리를 누벼왔다. 그렇게 옛 물건을 수집해서 쌓아두면 그는 풍년 농사처럼 마음이 포근했다. 행복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보관이나 관리가 힘들어 졌지만 그렇다고 행복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 때 최 회장은 생각했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아야겠다.”

그렇게 최 회장은 고미술의 전진기지인 충주로 향했다. 그곳에서 아예 터를 잡기 위해.   

 

 

빗나가던 화살, 과녁을 맞히다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것이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고미술품을 감상하고 소장할 줄은 알았지만, 재화로 바꾸는 재주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로가 되고 첫 3~5년은 값비싼 대가를 지불해야만 했다. 가짜도 많았고, 수리한 것도 많았다. 특히 서화들 중에서는 심지어 인쇄한 것도 있었다. 흐리고 탁한 세상 속에서 많은 걸 경험하며 최 회장은 다짐했다. ‘철저하게 내 날을 세워야겠다.’ 진정한 프로의 세계에선 먼저 베지 못하면 자신이 베이는 상황이 오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끊임없이 빠져들고 더 노력하고 집중할 수 있었으며 그렇게 열심히 연마한 결과 이제는 자타가 공인할 만큼 고미술계의 진정한 고수가 되었다. 그렇게 그의 화살은 점점 과녁의 중심을 향하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은 고미술에 대한 최 회장의 남다른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문화 발전에 한 획을 긋다
고물과 보물의 차이는 실로 극적이다. 그 빛이 가려져 버려질 때는 ‘고물’이고, 숨은 원석을 찾아내 차원 높은 가치로 잘 가공해내면 ‘보석’이 된다. 그 가치의 재발견이 ‘고미술’이다. 최 회장은 남들이 보지 못한 숨은 가치를 찾아내 보다 차원 높은 가치로 승화시키는데서 희열이 느껴진다고 한다. 사냥꾼다운 그만의 타고난 본색이 느껴진다. 

그가 시작한 진정한 찰나를 탐험하는 여정은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을 잘 보존하는 맥락과 결을 함께 한다. 최 회장이 새로운 고미술품의 가치를 재 발굴하고 고미술 애호가들에게 공급하는 일은 유구한 반만년 역사를 잘 보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문화를 계승하고자 했던 그의 사명감이 투철했기에 가능했다.  

고미술품에는 그 물품이 만들어졌던 시대의 정신도 함께 담겨 있다. 최 회장은 조상들이 물려준 문화유산의 가치를 잘 보존하는 문화재 지킴이 역할도 함께 해 온 것이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고미술협회 한 축을 담당하는 충북지회장을 맡게 되었다. 

역사를 더듬는 순례자로서의 삶
최 회장에게 고미술과의 만남은 역사순례 그 자체다. 고미술품에는 지나온 세월과 선조들의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유물을 통해 조상의 숨결을 다시 한 번 느끼며 먼 역사를 되새김질 해왔다. 그러면서 오천년 역사를 연어 떼처럼 거스르며 마치 역사속의 인물들과 함께 사는 착각에 빠졌고, 우리 역사와 유물에 대한 애착은 커져갔다.  
 
최 회장은 조상의 흔적들을 찾아내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에서 가장 큰 보람을 찾는다고 했다.  박제된 역사책과는 달리 혼이 담긴, 숨 쉬는 과거와 만나기 때문이다. 수백 수 천 년의 긴 세월동안 닫혀있던 역사를 한 꺼풀씩 벗겨내는 작업은 신비스럽기도 하고 스릴 있었다. 이때 맛보는 스릴은 그가 어려움 속에서도 고미술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물론 혼자의 힘으로 어려울 때는 염치를 무릅쓰고 지인들을 불러 중지를 모으고 협력하여 해법을 찾기도 했다. 그렇게 최 회장은 우리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힘써왔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어렵게 발굴해낸 고미술품들을 잘 보존하고 관리하지 않으면 그 가치가 퇴색되기 쉽다는 것이다. 우리 문화재의 소중함에 대해 세인들의 인식 전환이 절실한 이유다. 우리가 보다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가슴을 채우고 영혼을 살찌게 하는 일도 소중하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았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아름다운 역사의 발굴 보존을 위해 최 회장은 오늘도 길을 나선다.  

 

 

우리 문화를 빛내는 데 일조하고 싶어
최 회장에게는 두 가지 목표가 있다. 상설 전시관을 개관하는 것이 그 첫 번째다. 한국 고미술협회 충북지회장으로서 조직을 더 알차게 키우고 싶다고 한다. 탄탄한 조직력으로 우리 역사에 대한 세인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이바지 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 변화의 장으로 상설 전시회를 열어 현대인들도 우리의 전통문화를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산교육의 장으로 삼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최 회장은 지금껏 구슬을 모으는 데만 집중해왔다. 이제는 구슬을 꿰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도록 액세서리도 만들고, 작품도 만들고 싶다고 최 회장은 밝혔다. 그 대안이 자수 박물관이다. 
 
최 회장이 국가의 재산인 문화재를 취급하면서 느낀 점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당대의 사람들이 잘 관리하고 보존해야 한다는 지론이다. 그렇지 못하면 실체는 있으나 영혼은 없는 허수아비 같은, 사실과 거리가 먼 왜곡된 역사가 쓰이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생산 시대가 먼 유물일수록 허구의 모습으로 전해 내려오는 것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이상은 나빠지지 않게 잘 정리하고 유지 보존해야 한다. 이는 우리의 시대적 책무다. 훌륭한 문화재는 훗날 우리의 올바른 역사가 되기 때문이다. 

지금, 5천년 역사 중 가장 빛나는 시기 
자수는 대표적인 근대 문화재다. 자수를 잘 계승하기 위해서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그것을 잘 관리해야 한다. 오늘을 사는 우리의 유산이며 훗날 역사 속의 우리의 자화상이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후대에 물려줄 우리시대의 문화유산을 잘 정리하고 보조하기 위해서라도 자수 박물관을 개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같은 목표를 말하는 최 회장의 얼굴은 희망으로 가득 찼다. 각자가 최선을 다해 걸어가는 오늘의 발자국이 훗날 우리 시대의 역사가 될 것이라며 그는 전했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우리 문화의 가치를 잘 지켜내야 옳 곧은 역사를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다며 최 회장은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역사순례를 계속 이어가며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하고 싶다고 했다. 고미술품과 우리의 문화를 말하는 최 회장의 눈빛은 여전히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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