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이타自利利他

김부순 플라워랜드 대표

  • 입력 2019.04.05 15:47
  • 수정 2019.04.05 15:48
  • 기자명 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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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 시들지 않는 꽃
플라워랜드는 20년 동안 수원 매탄동 거리에 어김없이 꽃을 피웠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꽃잎이 눈을 채우고 향기가 코를 채운다. 그리고 귀를 채우는 목소리는 김부순 대표의 인사말이다. 손님들이 들어올 때부터 나갈 때까지, 한 사람에게 한 번이라도 잊어버린 적이 없었던 인사.

손님들은 문을 열고 들어와야 비로소 꽃에 둘러싸일 수 있다. 그러나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꽃으로 가득한 삶을 살아 온 김 대표에게, 식물이라는 존재는 단순한 상품이 아닌 가족이나 다름없다. 가게를 연 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꽃을 판매한다고 생각하지 못한다. 아직도 손님들에게 들려 나가는 꽃들을 보면, 사랑만 먹고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힘든 시절에도 식물을 보면서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었습니다. 나한테는 이 모든 꽃이 다 보물이에요. 그러니 힘들어도 즐기면서 일을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요즘은 참 행복해요. 인생 자체가 긍정과 감사로 가득합니다."

매일 들여다보면 꽃은 죽지 않는다. 그렇게 하지 않아서 꽃이 죽는다. 말하기는 쉽지만 매우 어려운 일이다. 세심한 손길과 진득한 관심, 그리고 사랑이 필요하다. 끊임없이 뭔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해진다는 김 대표에게 꽃집 일은 천직이다. 그러나 부지런한 사람은 아무나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꽃피우지 않았던 봄은 없었다
꽃집을 찾는 사람들은 언제나 아름답고 아늑한 분위기에 취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편한 일’이라고 오해를 사기도 쉽다. 그러나 꽃을 가꾸고 돌보는 일은 극심한 노동을 필요로 한다. 힘들기로 소문난 방사선사 경력이 있는 김 대표지만, 주문량이 많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두 시간밖에 잠을 자지 못하고 일어날 때면 숨이 찬다. 겉만 보고 찾아온 젊은 직원들을 채용하면 한 달 만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꽃집 일은 꿈을 가지고 해야 해요. 돈만 벌려고 하면 계속 하기가 힘들어요. 꽃이 피게 돼 있는 나무는 조금 늦어지더라도 반드시 꽃을 피웁니다. 인생을 꽃과 함께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생을 꽃에 비유하게 됩니다."

김 대표는 매탄1동 주민자치위원장으로 4년 간 일하면서 많은 주민들의 어려움에 공감할 수 있었고,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고 누구보다 앞서 행동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었다. 그래서 꽃을 가꾸는 일 이외에도 봉사단체를 통해 청소년에서 노인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이웃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고 있다. 그래서 김 대표는 앞치마를 벗을 날도, 땀이 마를 날도 없다. 여든이 넘어서도 김 대표는 지금과 같은 생활을 이어가고 싶다고 한다.

"요새는 젊은 사람들이 힘든 일을 잘 하지 않으려고 해요. 목욕봉사는 인원을 구하기조차 어려워요. 저는 단체봉사도 좋지만 보이지 않는 손길이 닳지 않는 분들을 추천해 달라고 해서 도울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어요. 봉사는 베푸는 일이면서 스스로 마음의 행복을 느끼게 합니다. 남한테 베풀면 결국 나한테 온다는 생각으로, 초가 녹아 촛농이 떨어지듯 자기 몸을 소진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신경을 좀 더 썼으면 좋겠어요."

김 대표의 헌신은 92세를 일기로 먼저 별세한 어머니의 영향이 크다. 언제나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힘을 쏟았던 어머니처럼, 김 대표에게는 타인을 위해 보내는 시간이 소중하기만 하다. 역경을 만나면 쉽게 회피하거나 엇나가 버리는 청소년들을 보며, 김 대표는 꽃을 닮은 이야기를 전한다. 언젠가는 반드시 꽃필 날이 온다. 꽃피우지 않았던 봄은 없었다.

 

먼지 속에서, 식물의 가치
꽃의 계절인 봄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미세먼지 역시 황사의 영향으로 하늘을 누렇게 뒤덮을 것이다. 먼지바람 속에서 식물은 진정한 가치를 말한다. 튼튼한 뿌리와 단단한 가지, 푸른 이파리로 언제나 인간을 이롭게 하는 존재다.

"제가 식물을 끌어안고 살아서 그런지 가족 모두가 병원에 잘 안 갑니다. 그러다보니 결혼한 두 아이들도 단독주택에 살고 있어요. 화초를 사러 오신 손님들이 자꾸 집에서 화초가 죽는다고 말씀하시는데, 화초도 사랑을 먹고 사는 겁니다. 제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실감을 하면서 화초를 키우고 있어요. 요즘은 아파트에 풀 한 포기 없이 사는 집도 많아요. 저는 그런 집 문을 열고 들어가면 공기가 달라서 적응이 조금 힘들어요. 사람은 식물을 키우면서 사랑하는 법을 배웁니다. 공을 들여서 식물을 키우다,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서 보면 새싹이 나오고 꽃이 피어 있어요.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아 사계절 내내 조금씩 변화하고 발전하는 식물은 보는 사람에게 희망을 줘요. 그 점은 사람하고 똑같은 거 같아요."

지금 김 대표가 추천하는 식물은 '스투키'다. 손님들에게 추천하기도 좋고,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을 때도 부담 없이 건네기 좋은 식물이다.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아 은은하고 매력적인 모습에 인체에 해를 끼치는 전자파까지 제거해 주면서 많은 손님들에게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이는 김 대표의 삶과 닮았다. 남을 이롭게 하면서 자기 자신도 이로워지는,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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