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철 칼럼] 자녀는 부모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

하영철 미래교육포럼 상임대표l승인2019.04.01l수정2019.04.0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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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부모는 자기 자식이 훌륭하게 성장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가정에서 어떻게 길러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보다 나은 교육 방법을 모색하는 부모는 별로 많지 않다. 대부분의 부모는 학교에 보내면 자녀 교육이 절로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의 가정교육이다.
블룸(B. S. Bloom)은 인간의 성격은 유아기(5, 6세)에 거의 완성되며, 지능도 4세에 50%, 8세에 80%가 발달한다고 하였다. 인간의 성격이나 지능, 언어, 정서 등 각종 특성의 발달은 어린 시절에 거의 이루어지며, 이런 특성은 그 기능을 습득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 즉 결정적 시기가 있는데 그것은 3~5세이다. 피아제(J. Piaget)는 2~7세를 전조작적 사고기로 구분하고, 이 시기에 인간의 현저한 지적 발달과 언어 발달이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인간은 생애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가정에서 가족과 보낸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라는 속담이 이를 대변한다. 어린 시절에 형성된 성격을 무덤에까지 가지고 간다는 이 말은 부모들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생활 태도가 잘못되어 있다", "기초 생활 질서가 엉망이다", "학습 태도가 나쁘다", "고집이 세다" 등 자녀의 잘못된 행동을 부모들은 학교 교육의 탓이라 한다. 그러나 '문제아가 있는 것이 아니라 문제 가정이 있을 뿐이다.'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을 살펴보면 대부분 문제 가정에서 살고 있다.
가정은 인성 교육의 주된 장이다. 자녀들은 가정에서 자라며 부모를 닮아간다. 부모가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오랜 세월 동안 부모와 같이 살면서 자녀들은 잠재적 교육과정에 의해 부모를 닮는 것이다. 학교의 교사만이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가정에서의 부모가 참스승이다. 부부간에 주고받는 말 한 마디나 행동 하나하나가 바로 자녀들의 성격 형성에 영향을 준다.

가정교육이 학교 교육보다 더욱 중요하다는 것은 많은 교육학자들에 의해 밝혀진 사실이다. 형식적 교육기관인 학교에서는 교육과정에 따라 의도적, 계획적, 가치 지향적인 교육을 행하고 있으나, 가장 중요한 교육의 장인 가정에서는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교육하지는 않는다. 물론 생활에 바쁜 부모들이 학교에서와 같이 계획에 따라 교육 프로그램을 실천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자녀 교육에 가장 중요한 교육적 처방은 있다. 바로 '사랑'이다.
자녀들은 부모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 부모가 사랑을 베풀 때 자녀들은 고운 인성을 갖고 건강하게 성장한다.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은 대부분 가정에 문제가 있고, 그 문제의 핵심은 부모의 자녀에 대한 관심과 사랑의 결핍이다. 학교에서의 교사의 사랑도 중요하지만,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사랑을 베푸는 것이 훨씬 중요한 교육 방법이다.

나는 오늘날 가정교육 중 가장 잘못되고 있는 것을 지적하라면 '밥상머리 교육'이라 말하고 싶다. 과거 우리들이 어렸을 때는 모든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식사를 했다. 이때 부모님은 밥상 앞에 앉는 자세에서부터 수저, 젓가락 잡는 방법, 어른이 수저를 들지 않으면 먼저 밥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 식사를 마쳤어도 어른이 자리를 뜨지 않으면 기다려야 한다는 것, 쌀 한 톨이라도 흘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 맛있는 반찬을 혼자서만 먹어서는 안 되고 서로 나눠 먹어야 한다는 것, 어른에게는 두 손으로 그릇을 드린다는 것 등등, 식사를 하면서 부모는 식사 예절뿐만 아니라 기본 생활 태도를 가르쳤다. 이 밥상머리에서 이루어지는 기초 교육은 어린이들에게 인생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삶의 지침이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런 밥상머리 교육이 사라지고 있다. 요즘 젊은 부모들은 자녀에게 자율성을 강조하지만 자율성 강조는 자칫 기본 질서 교육을 방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기본 질서 교육은 자율과는 상반되는 교육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것은 부모의 의도적이고 규제가 따르는 지도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교육이기 때문이다.

부모의 사랑의 표현인 '도시락'도 사라진 지 오래다. 국민의 정부 때 대통령의 공약 사업이라 하여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에 급식 시설이 갖춰졌다. 학교 급식 시설은 바쁜 아침 시간에 도시락을 챙겨주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졌다며 많은 어머니들로부터 환영을 받았고, 일반 시민단체까지도 여성의 사회 참여가 확대될 것이라며 적극 환영하였다. 그러나 초․중학생들에게까지 점심 한 끼를 먹이기 위해 국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급식 시설을 만들어야만 했을까? 아무리 바쁜 삶을 산다지만 부모의 사랑을 먹고 자라는 자녀에게 아침에 도시락을 준비해 줄 수 없을 만큼 바쁜 부모가 얼마나 되겠는가. 더구나 대부분의 가정이 한두 명의 자녀를 기르는 핵가족 시대에 자녀들에게 부모의 사랑이 담긴 도시락을 싸준다는 것이 그렇게도 힘든 일이란 말인가. 옛날에는 점심시간이 되면 선생님이 도시락을 들고 교실에 들어가 반 학생들과 점심을 같이 먹으며 점심을 싸오지 못한 가난한 학생들에게 교사의 도시락을 나눠주기도 하고 급우들끼리 서루 나눠먹기도 했다. 선생님이 함께하지 못한 경우엔 도시락 반찬을 빼앗아먹는 학생도 있고 뺏기지 않도록  도시락밥알 속에  계란후라이를 숨겨 싸오는 학생도 있었다. 점심시간의 교실공간은 축소된 사회의 장이요 미래의 삶을 배우고 부모의 사랑을 느끼는 교육의 장이였다. "철수야, 오늘은 바빠서 맛있는 반찬을 준비하지 못했구나. 내일은 엄마가 네가 좋아하는 찬을 준비해 줄게. 열심히 공부하여라. 우리 철수 파이팅!" 이 같은 편지가 들어 있었던 도시락. 이런 얘기는 돈을 주고 사먹는 급식소에 밀려 이제는 옛이야기가 되어버렸다.

21세기 지식 기반 사회, 무한 경쟁 사회에서 창의성 교육 못지않게 인성 교육도 중요하다. 학교에서 자녀들이 배우는 인성 교육은 건물에 비유한다면 철근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국어, 영어, 수학 등 여러 교과 교육은 철근에 붙여 쌓아올리는 벽돌과 같은 것이다. 철근이 강해야 좋은 건물이 완성되듯 인성 교육이 가정이나 학교에서 잘 이루어져야 자녀들은 바르고 건강하게 자랄 것이다. 국가에서 인성 교육을 부르짖고, 학교나 거리, 공공기관에 인성 교육에 관한 각종 홍보 문구를 게시한다고 고운 인성이 길러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청소년들에게 고운 인성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가정에서는 부모의 사랑이 깃든 환경을, 학교에서는 교과 학습과 생활지도 등 모든 교육 활동 시간을 통한 교사들의 지도를, 국가에서는 인간성 함양 교육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하영철 미래교육포럼 상임대표  hawoonj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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