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아이의 식사만큼 중요한 놀이의 가치

  • 입력 2019.03.25 18:36
  • 수정 2019.03.25 18:38
  • 기자명 엄관용 아이사랑심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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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치료사로 일하면서 놀이가 아이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고 있지만, 공부가 아닌 놀이의 가치를 깨닫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산업혁명과 함께 '돈'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중심을 잡으면서 시간=돈 이라는 등호가 마치 진리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람은 원래 놀이하기 위해서 태어났지만, 자본주의라는 시스템 안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하고 여가 시간에 놀이하는 것이 정석인 것 처럼 받아지고 있다. 이러한 제도권 안에서 놀이의 가치를 깨닫기 위해서는 기존과 다른 관점이 필요할 것이다.

많은 학자들이 놀이의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요즘 부모들은 놀이를 바로 보는 시간이 달라지고 있다. EBS 다큐 놀이의 반란에서도 놀이는 아이들 성장을 위해서 똑 필요한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자신의 자녀에게 공부가 아닌 놀이를 위해서 시간을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 단어라고 영어로 말하고 빨리 한글을 떼야 뒤처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계속 나는 것은 자본주의에서 살고 있는 현 부모들에게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세상은 1등만을 강조하고 1등이 아니면 아무것도 먹고 살기 힘들가고 계속해서 주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심리학의 이론을 바탕으로 놀이가 가지고 있는 치료적 힘을 설명하면서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해 오곤 했다.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하면 놀이는 의사소통하는 능력에 있어 가장 강력한 도구이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문화가 달라도 놀이를 통해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그래서 놀이는 자기표현을 증가시키는 힘이 있다. 놀이는 스트레스를 예방하고 해독제 역할을 한다. 놀이하는 것은 가장 자연스러운 자기 치유이다.(Erickson, 1976)

이유선과 한유진은 <아동중심 놀이치료 이론에 관한 신경과학적 고찰> 논문에서 “놀이치료에서 ‘치료자와의 관계형성’은 아동이 재양육을 경험하는 역할을 도와줌으로써 애착이 안정화될 수 있는 뇌가소성을 촉진한다.”라고 밝혔다. 사람의 뇌세포가 손상이 되면 재생이 잘 안된다. 뇌세포의 일부분이 죽더라도 다른 뇌세포에서 대신할 수 있는데 이것을 ‘뇌가소성’이라 한다. 뇌는 출생 직후 가장 높은 수준의 가소성을 보이나, 성장하는 동안과 더불어 성장이 끝났다고 판단되는 시기에도 뇌는 기능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를 보인다.(Noble et al, 2015)

영화 <루시>에서는 사람의 뇌를 100% 사용 했을 때의 능력에 대해서의 가상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사람의 평균 뇌사용량은 10%이며 24%를 사용하게 되면 신체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으며 40%를 사용하면 모든 상황을 제어할 수 있고 100%를 사용하게 되면 신체를 넘어서 새로운 존재로 진화할 수 있다는 공상과학영화이다. 상상 속 이야기이지만, 사람의 뇌에는 아직 과학에서 풀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다. 뇌가 손상을 입어도 그것을 대신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뇌 가소성’이다.

노먼 도이지의 <스스로 치유하는 뇌>에서는 뇌가소성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신경 세포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기능을 변성할 수 있다. 파킨슨병 환자가 신경계 퇴화를 방지하고 걷는 경우나, 난독증을 극복하고 다발성 경화증 환자가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을 뇌가소성을 증명해 준다.

아이의 놀이는 대뇌피질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소뇌가 활성화되어 인지능력을 높이고(김경철, 홍정선, 2006) 옥시토신의 분비를 높여 스트레스 대처, 사회적 능력, 정서적 안정 등의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Neumann, 2008). 놀이를 하면서 아이는 자신의 감정표현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즐거움, 기쁨, 행복, 흥미, 안도감의 긍정적 정서표현은 도파민의 수준을 높여준다. 도파민은 전두엽을 도와 실행기능을 높여주기(안경숙, 2013) 때문에 자기조절 능력이 향상된다.

놀이의 중요성을 다시 정리하면 두뇌를 활성화시키고 의사소통 능력과 인지발달의 향상, 뇌가소성을 촉진시켜 뇌기능을 정상화시키며, 자기조절 능력, 스트레스 해소 등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기능을 가진 놀이를 단순히 시간을 때우는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될 것이다. 아이에게 놀이를 매우 중요하다. 신체 건강을 위해서 좋은 음식물을 섭취하듯이 아이 두뇌발달을 위해서 '아이가 주도하는 놀이'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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