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저출산' 병의 적절한 처방

  • 입력 2019.03.20 13:21
  • 수정 2019.03.20 13:59
  • 기자명 조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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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처방이었다. 처방이 잘 됐으면, 병은 나았을 것이다. 병이 낫지 않고 더 심해진다면 처방을 의심해 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저출산 원인을 열악한 보육환경으로 보고, 여기에 예산의 70% 가량을 투입했다. 또한 약 2년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새로 구성하며 관련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비추었다. 하지만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98명을 기록했고, OECD 국가 중 저출산 1위라는 불명예를 낳았다. 처방을 다시 해야 할 때다. 

저출산의 근본 원인은 나아지지 않는 청년들의 삶의 질이다. 물론 저출산의 원인을 한 가지로 규명할 수는 없다. 복합적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핵심 문제는 있기 마련이다. 그 핵심은 청년들의 고단함이다. 지난해 20대 실업률은 9.5%에 달했다. 전 연령대에서 압도적으로 높다. 높은 삶의 질을 보장해 주는 기본인 일자리마저 없는 상황에서 결혼은 언감생심이다. 실제 통계청 2018년 인구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출산 감소와 함께 혼인 건수도 지난해까지 7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물론, 결혼을 하고 열악한 보육환경 탓으로 출산을 꺼리기도 한다. 하지만 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N포 세대라는 말이 대변하듯, 힘든 삶으로 인해 결혼 자체를 하지 않는 문화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주택가격이 1억 원 정도 상승하면 합계 출산율이 0.042% 정도 하락한다. 그 만큼 삶의 질이 출산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서, 청년들의 삶의 질을 개선함과 동시에 지방경제 활성화 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것이 정책의 효과를 키우는 지름길이다. 인구학에 따르면, 출산율이 2.1명 보다 낮으면 저출산, 1.3명 보다 낮으면 초저출산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1.0명보다 낮으면 ‘극저출산’이다. 이렇게 인구밀도가 높아지면 쓸 수 있는 자원이 줄어 사람들이 재생산에 골몰하기 보다는 본인 생존에 더 힘을 쓰게 된다. 그런데 현재 전체 인구 중 49.6%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를 분산시켜야 정책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지금은 수도권 인구 밀도가 높아 정부가 청년들을 위해 어떤 복지 정책을 써도 효과가 날 리 없다. 본인 생존을 중시하는 출산의 근본 원리를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들은 삶의 질을 높이며 수도권 청년들이 지방으로 눈을 돌릴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지방 거점 대학 활성화와 같이 청년들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모호한 정책으로는 극저출산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자생력 있는 지역 혁신클러스터를 활성화하는 것이 극저출산에서 벗어나기 위한 구체적 해법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현재 대덕 연구 단지를 비롯한 지역 클러스터가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클러스터들은 중앙 정부가 모든 것을 주도하고 있다. 즉, 자생력이 부족하다. 지금이라도 지방의 자생력을 기반으로 산학연이 화학적으로 융합한 지역 클러스터를 형성해야 한다. 실제 대표적인 복지국가인 핀란드는 1980년에 출산율이 1.66명까지 떨어졌다가 2015년에 1.75명 까지 회복했는데, 이 원동력은 자생력 있는 지역 클러스터의 성공이었다. 오울루테크노폴리스가 대표적인 예다. 1980년대 지방 대학인 오울루대학 부근에 연구소가 들어서면서 시작됐고, 주변에 지방의 현지 기업들이 입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혁신과 함께 성장을 이룩해 20여 년 간 23배의 성장을 이뤘다. 이후 1999년에는 헬싱키 주식 시장에 상장한 상장 기업으로 발돋움했고, 2010년에는 첫 해외 진출을 하기까지 이른다. 이같이 자생력을 기반으로 한 지방 클러스터의 발전은 청년들이 지역으로 눈길을 돌리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청년들이 상대적으로 질 좋은 일자리를 얻자, 핀란드 전체의 출산율도 함께 올라가는 결과를 낳았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해 그에 맞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인구정책의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한국 사회의 극저출산 상태가 지속되거나 더 악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진단서에서 무서운 것은 '너무 늦었다'는 의사의 소견이다. 한국의 인구정책은 너무 늦었다는 쪽으로 다가서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알맞은 처방을 해야 한다. 청년의 수도권 인구 분산과 청년 일자리 정책을 연계해 추진하는 것이 해법이다. 인구 분산은 정책을 극대화하기 위한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고, 현실적인 일자리 정책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직접적인 해결책이다. 이제 시간과의 경쟁이다. 시간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처방을 제대로 하고, 그에 맞게 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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