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노화가 깃든 경제 정책과 입력 장치를 정상 작동할 시기

  • 입력 2019.03.19 17:32
  • 수정 2019.03.19 18:17
  • 기자명 조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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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음은 ‘입력 장치는 고장 나고 출력장치만 작동하는 상태’다. 사회학자 이진경의 정의다. 설득력 있다. 강한 신념은 입력 장치의 정상 작동을 가로막는다. 그럴수록 확증편향이 강해져 문제 해결능력이 희박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현실을 관념으로 인식하고, 정당한 비판이나 대안까지 프레임으로 걸러 본다. 이 같은 ‘늙음’ 현상이 우리나라 경제 정책에도 전이됐다. 실업률은 4.7%를 기록했고, 실업자 수는 130만 3000명으로 1년 전보다 3만 8000명 늘었다. 대표적인 경제 지표인 '고용지수'가 빨간불임에도 불구하고 경제 정책에는 새로운 입력 장치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관세주도고용'을 실시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으로 인해 기업의 투자가 줄자 정책기조를 바꾼 것이 아니라, 국가가 직접 고용에 나선 것이다. 그 결과, 정부가 직접 인력을 채용하거나 예산을 투입하는 공공행정·국방, 보건·사회 복지 서비스, 농림어업 일자리가 늘어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는 취업자가 23만 7000명이 증가했다. 이는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또한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업에서도 1만 7000명 증가했다. 반면에 상대적으로 질 좋은 일자리인 제조업 부문 취업자는 15만 1천명 감소했다. 이는 작년 4월부터 11개월 연속 감소한 수치다. 경기 침체와 최저임금과 같은 경제 정책의 충격으로 줄어든 민간 일자리의 공백을 정부가 세금을 퍼부어 메운 셈이다. 세금으로 급조한 일자리는 세금만 끊어도 바로 없어진다. 일자리라고 할 수 없다. 일자리 수치도 참담하지만, 고용의 질도 나쁜 이유다. 

민간기업들의 고용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리쇼어링 정책을 펼쳐야 한다. 국내 기업들이 국내로 돌아와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게 유도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이를 위해 지금이라도 ‘친기업 정책’을 펼쳐야 한다. 대표적인 리쇼어링 정책에는 법인세 인하가 있다. 미국은 2010년부터 리쇼어링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오바마 정부는 법인세를 38%에서 28%로 내렸다. 그리고 트럼프는 법인세율을 최고 21%까지 인하했다. 그 결과, 미국 내 실업률은 9.6%에서 4.1%로 줄었다. 법인세를 인하며 추진한 리쇼어링 정책이 고용지수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실질적인 일자리의 감소는 경제 악순환을 야기한다. 일자리 감소는 소득분배에도 영향을 미쳐 양극화를 심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양극화는 경제성장을 방해한다. IMF는 한국 경제가 역풍을 맞고 있다고 언급하며 그 배경으로 양극화를 꼽았다. 실제 우리나라의 소득 양극화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가구의 평균 소득 차를 의미하는 균등화 처분소득이 2분기에는 5.23을 기록한 데 이어, 4분기에는 5.47을 기록했다. 이는 빈곤층 소득이 18%가 감소한 수치로, 현 정부의 각종 재분배 정책이 역효과를 내고 있음을 방증한다. 그리고 이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가계의 임금·소득 인상으로 소비를 늘어나게 유도해 경제 성장을 견인하려고 했던 정부의 정책은 우리나라와 같은 개방 경제에서 효과를 보기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개방 경제에서는 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 조건 악화는 분명히 나타나지만, 수요 조건 개선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 실정에서는 해외 시장에서 경쟁에 직면하고 있는 주요 국내 기업들이 오히려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임금 인상에 대응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질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들이 해외에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정부의 입력장치 고장 징후가 확연해진다. 경제는 소비와 투자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소비와 투자의 핵심은 고용이다. 기업이 투자를 해야 고용이 늘어나고, 고용이 늘어나야 소비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선순환이 이루어져야 경제가 성장하게 된다. 하지만 실질적 고용이 점점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경제 정책 기조는 불변이다. 실업률·취업률과 같은 고용지수로 드러난 절박한 호소를 ‘경제 실패 프레임’으로 치부하는 데 출력만 왕성한 의식의 노화가 엿보인다. 지금이라도 입력 장치의 정보를 수정해야 한다. 경제의 선순환 스위치를 켤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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