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 칼럼]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은 나지 않는다

  • 입력 2019.03.11 18:33
  • 수정 2019.03.11 18:38
  • 기자명 원동인 SPR교육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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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 개천용불평등지수가 등장했다. 개천에서 용 나던 시절엔 그저 열심히 일했다. 허리 졸라매면 큰 부자는 아니어도 작은 부자로 살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 한번 부자는 평생 누리고, 없는 자는 가난한 삶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서울대 경제학부 주병기 교수(서울대 분배정의연구센터 센터장) 최근 한국경제학회 ‘공정한 사회와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주제로 부모의 학력과 자녀의 수학능력평가시험 성적 간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주 교수는 이를 ‘개천용불평등지수’라고 명명했다. 태어난 환경이 사회적 성취를 이루는데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통계적 분석이다. 주 교수는 공저자인 오성재 서울대 박사과정 대학원생과의 논문 ‘한국의 소득기회불평등에 대한 연구’에서 이 지수를 처음으로 소개했다.

연구에 따르면 부모 학력이 가장 낮은 집단(중졸 이하) 출신자가 소득 상위 10%에 진입하지 못할 확률은 2000년대 초반 20% 안팎에서 2013년에는 30% 안팎으로 올랐다. 개천에서 용 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부모 학력·소득과 수능 성적을 대입해 구한 지수는 부모 학력·소득이 낮을수록 고득점 실패 확률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어, 영어, 수학 세 과목을 분석했다. ‘개천용불평등지수’가 가장 높은 과목은 영어(0.7)였다. 개천용불평등지수가 높을수록 개천에서 용 나올 확률은 떨어진다. 
개천용불평등지수가 0.7이라는 것은. 기회가 평등했다면 수능에서 고득점(상위 20%)을 획득했을 10명이 있다고 했을 때 이들의 부모 학력이 중졸 이하인 경우에는 그 태생적 한계로 인해 7명이 고득점을 받는 데 실패한다는 의미다. 

주 교수는 “영어의 경우 가정환경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사교육의 영향과 그밖에 학습 동기를 자극하는 환경의 영향, 그리고 집이 부유한 경우 해외 경험이나 외국어에 노출되는 경험이 많을 확률이 비교적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학이 0.6, 국어가 0.5다.
주 교수는 개천용 지수를 개발한 이유에 대해 “공정한 기회평등은 동일한 능력과 야망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 처한 상황에 무관하게 동일한 성취를 이룰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때 성립된다”라며 “이 같은 기회평등이 우리 사회에 부족하다는 것을 기회불평등지수를 통해 알리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한 연구 자료를 보면 2014년 서울대 합격률은 강남구가 강북구의 21배에 달했다. 고가의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동네 학생들이 서울대 합격률이 높다는 연구자료도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만 19세 이상 일반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행복지표 개발 연구'에서 응답자 4명 중 1명은 `미래가 희망적이지 않거나 불안하다'고 답했다. 행복감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는 소득, 고용, 주거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비(非)강남 지역 거주자의 현재 행복감은 강남 3구 거주자보다 낮았다.

다시 말해 현실적으로 지배계층 피라미드에서 상층에 가려면 결국 부모를 잘 만나는 수밖에 없다.

교육부가 교육 불균형 해소를 외치며 취약계층 대학생을 대상으로 파란 사다리 사업을 펼치고, 공정한 대입 전형을 위해 절대평가를 확대하겠다고 나서도 국민이 냉소적으로 반응하는 이유는 현실과 동떨어졌기 때문이다.
사다리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오를 수 있다. 밑에서 잡아주는 부모 없이 혼자서 사다리를 오르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입시전쟁에서 교육부가 매년 내놓는 대입 정책과 교육정책이 공허한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의 생각한다. 어떤 입시제도를 실시해도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대학입시를 객관식으로 하던, 논술로 하던, 수시로 하던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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