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 산업재해 분야의 법률전문가를 만나다

조애진 법률사무소 시대 변호사 송태웅 기자l승인2019.03.07l수정2019.03.0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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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지 ‘시대’를 발행하는 박종철 출판사는 민주화운동이 격렬하게 전개되었던 1987년 당시 경찰의 고문으로 숨진 서울대생 박종철 열사를 기리며 1990년에 설립되었다. 민주적이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했던 그의 뜻에 동참하는 이들이 주축이 되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되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매서운 바람도 한 풀 꺾인 무렵 ‘시대’의 발행인과 생각을 같이하는 조애진 변호사를 만났다.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네며 시작한 인터뷰를 통해 노동자의 편에서 살아왔던 그의 인생을 되돌아봤다.

법률사무소 시대
법률사무소 시대는 밀양송전탑반대 대책위 법률간사로 집단 소송 등을 도맡았으며 취약계층의 인권보호 활동에 이바지 하는 정상규 변호사, 미투법률지원단을 비롯해 여성 인권 분야에서 뜻을 같이 하는 정희원 변호사, 의사 출신이며 의료분쟁을 주로 담당하는 정재홍 변호사, 그리고 노동·산재 분야의 법률 전문가인 조애진 변호사 4인(人)이 참여해 2018년 1월 개업했다. 조 변호사는 법률사무소 시대가 법률적으로 다양한 스펙트럼은 갖춘 것은 물론 구성 변호사 모두 공익실현을 우선한다는데 뜻을 같이하여 함께 사무실을 운영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근로복지공단의 일원에서 변호사가 되기까지
현재 대한변호사협회에 산재로 전문분야 등록을 한 조애진 변호사는 산업재해 소송을 특화하여 담당하고 있다. 조 변호사는 주로 노동자의 건강권, 산업재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한 업무상 질병을 보상받는 과정에 조력한다. 그의 이러한 행보는 2004년 대학졸업 후 산업재해 노동자의 보상과 재활을 돕는 근로복지공단에 입사하면서 시작되었다. 공단의 설립 취지를 따라 근무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산재 신청을 하더라도 인정받지 못하는 억울한 경우를 목격했다. 법과 제도적인 문제로 인해 난관에 부딪히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던 조 변호사는 직원 한 명의 노력으로는 시스템을 바꿀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한다. 노동자가 실질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제도를 설계하고 싶다는 생각은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졌고 마침내 7년을 근무했던 직장을 뒤로하고 로스쿨 진학을 결심했다.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에 진학할 당시에도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밤에는 대학원을 다니며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어요. 근로복지공단은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 발판을 마련해 준 기관이라 애착이 많은 가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당시에는 사내에 휴직제도가 있었고 대학원 진학 등 자기계발을 장려하는 추세였어요. 저 또한 이러한 제도가 로스쿨의 설립 취지에 부합한다고 느꼈고, 로스쿨에 합격한 후 휴직의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후 조애진 변호사는 동아대학교 로스쿨에 진학하여 제 3회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고 2014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했다. 전문적인 법률지식을 바탕으로 공단에 이바지하기 위해 복직하여 근무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이내 소송수행자의 입장에서 재해 노동자의 소송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업무상 재해나 질병을 앓으며 산재인정을 요구하는 노동자를 상대로 산재승인을 방어해야 하는 일을 맡아야했기에 조 변호사는 큰 내적갈등을 겪었다. 공단은 안락한 생활을 제공하는 직장이자 미래를 보장하는 안정적인 울타리였지만 그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방향과는 차이가 있어 마침내 퇴사를 결심했다.

“물론 공단에서 근무하며 얻은 보람도 이루 말할 수 없이 컸어요. 예를 들면 근로복지공단에서는 근로자들의 최소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임금채권보장사업을 시행합니다. 간혹 사업장이 폐업했을 때 노동자가 임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들을 위해 일정 수준의 급여를 선지급하고 사업자의 재산을 압류나 경매를 거쳐 재정을 확충하는 일을 진행했어요. 대부분의 서민들은 한 달 월급을 받지 못하더라도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며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법률적으로 재산의 집행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던 시기였고 그 과정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2010년 고용노동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어요.”

정직(正直)한 변호사로 남고 싶어
그는 법률가가 반드시 지켜야 할 자세로 의뢰인을 속이지 않는 태도를 언급했다. 보통 의뢰인은 변호사를 찾을 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인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조애진 변호사는 산업재해에 관한 사건을 주로 맡기 때문에 불승인된 사례를 자주 접하게 되는데 처분기관에서 반려된 사건이나 심지어는 행정심판에서 인정되지 않은 경우도 빈번하게 목격한다. 조 변호사는 마지막 희망으로 법률사무소를 방문한 의뢰인을 상대로 단순히 이윤을 위해 소송을 수임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재판에서 승소할 확률이 현저하게 낮은 경우나 객관적으로 증거를 도무지 찾을 수 없을 때 오히려 의뢰인에게 허심탄회하게 설명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또한 의뢰인에게 강조하는 부분은 담당 변호사에게는 모든 상황을 솔직하게 말하길 당부합니다.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의뢰인이 언급하지 않은 상황으로 인해 곤란을 겪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죠. 이러한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의뢰인이 인지하는 범위 내에서 수집한 각종 증거와 자료들을 빠짐없이 제출받고자 노력해요.”

정책 입안과 제도개선에 참여하고파
조 변호사가 그리고자 하는 미래의 청사진에 대해 물었다. 그는 “법률가로 활동하며 개별 사건을 승소로 이끄는 결과 이상으로 정책 입안이나 제도 개선에 더 깊이 참여하고 싶다”고 말하며 “개별적인 사건을 해결하는 일도 물론 중요하지만 참여의 기회가 보장된 시대에 더욱 발전적인 방향으로 사회가 나아가길 바란다”는 소신을 전했다. 지자체 등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위원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외부의 다양한 목소리와 법률가로서의 견해를 전달하고 싶다는 말을 끝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노동자의 목소리를 반영시키고 자신이 그 통로역할을 하고 싶다는 조애진 변호사. 그의 앞으로의 행보에 박수를 보낸다.


송태웅 기자  twsong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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