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歸鄕)하는 이브를 그리다

김길중 화백 서성원 기자l승인2019.03.05l수정2019.03.05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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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중 화백의 작업실에는 매일 그려 온 습작이 책상 위에 수북이 쌓여있었다. 쉬지 않고 작업을 하는 열정이 느껴졌다. 화지 속에는 나신(裸身)의 여성들이 자유로운 동선을 그렸다. 맑은 눈이 유독 빛나던 김길중 화백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길중 화백은 여성의 나체를 통해 인간의 순수한 모습을 발현했다.

이브들의 꿈
김길중 화백은 먼 옛날 에덴의 동산에서 사는 이브를 생각했다. 그는 태초 인간의 몸을 보며 움직이는 생명력을 느꼈다. 누드에 심취한 김길중 화백은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종이 위에 먹으로 누드크로키를 그렸다. 김길중 화백이 처음 누드기획전을 세상에 드러냈을 무렵 한국 사회에서 누드작품을 접하기란 쉽지 않았다. 많은 화백들이 누드를 완성하면서 고충을 겪었다고 한다. 김길중 화백은 오랫동안 서예로 닦아온 기량을 붓에 담았다.

▲ 이브들의 꿈

순수의 이브와 전통의 만남
김길중 화백은 2018년 서울 서울 인사동 올갤러리에서 연 고희전부터 이브의 형태에 새로운 변화를 줬다. 누드화를 비롯한 스케치에 모자이크처럼 잔 사각 형태로 색을 입혔다. 색에 중심을 두면서 선은 색의 경계를 따라 해체됐고 가늘어졌다. 여성들은 훨씬 가벼워보였다. 서로 다른 분위기의 몸 조각이 모여 벌거벗은 한 여성을 구성했다. 누드는 배경과 색이 어우러지며 인체와 자연의 일체성을 부각시켰다. 김길중 화백은 이브의 몸에 명암을 표현하면서 작품의 밀도를 높였다. 시각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은 풍부해졌다. 이브들은 새로운 활기를 얻었다.
 

가족의 사랑으로 피어난 화가
김길중 화백은 동아대학교 오춘란 전 교수에게서 미술교육을 받았다. 오춘란 전 교수는 김길중 화백의 그림을 보고 “그림 속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다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그 이후 오춘란 전 교수는 6년 동안 김 화백에게 이론과 실기를 지도했다. 김길중 화백은 당시 살았던 동래에서 동아대학교 하단 캠퍼스까지 오가며 일주일에 3일 5시간에 이르는 수업을 소화했다. 새로운 예술세계에 눈을 뜬 시간이었다.
그는 김길중 화백에게 소리 없는 뒷받침과 격려를 아끼지 않은 든든한 후원군이었다. 건축사 회관에서 처음으로 개인전을 열 수 있었던 것도 건축가였던 남편의 도움이 컸다.

삶의 근원이자 에너지가 되는 예술
화가라는 이름을 걸기 전부터 그림은 김길중 화백의 친구이자 위로자였다. 김길중 화백은 결혼하기 전까지 서울의 한 은행에 근무했다. 그는 직장 생활 속에서 삶을 연구하듯 예술작업과 끊임없이 조우했다. 퇴근한 후 집 안에 놓인 정물을 바라보면 그리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밤새워 스케치했다. 습작 시절부터 김길중 화백은 인물화를 좋아했다. 얻을 수 있는 모든 인물 사진을 놓고 그렸다. 주말이면 항상 전시회를 들른 뒤 고궁에 나가 스케치북을 펼쳤다.

올해도 부산 드로잉협회와 미술협회에서 개최하는 정기전에 참여해 다채로운 이브를 선사할 예정이다. 김길중 화백은 단순한 누드화를 넘어서 정신세계와 육체의 모습이 일치하는 순간을 구현하기 위해 변함없이 도전한다.
한 때 자신이 가졌던 열망을 가슴 속에 품고 살다가 드디어 꽃을 피우듯, 끊임없이 작업에 매진하는 김길중 작가를 보며 현대 젊은이들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가 생각해 본다. 열정과 사랑, 그것을 여성 누드에 감정 이입(Empathy)해 피어내는 김 화백의 작업이 “생명이 끝나는 날까지 붓을 놓지 않겠다”는 그의 신념과 함께 많은 작품이 이어지길 바란다.

▲ 소망

 

Profile
부산미협회원
한국미협회원
부산누드드로잉협회회원
한국전업미협회원

개인전
2018년 김길중 개인전(정준호 갤러리)
2018년 고희전(서울 인사동 올 갤러리)
2017년 누드드로잉전(보명갤러리)
2015년 김길중의 아름다운날들전(부산금정문회화관)
2014년 김길중의 아름다운날들전(부산금정문회화관)
2009년 누드 드로잉전(세종문화회관)
2007년 개인전(문화회관 대강당)
1998년 누드 드로잉전(건축사 회관)


서성원 기자  tmaxx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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