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완성하는 우주(Universe)

김효정 미술자전거창작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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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성인(聖人)으로 불리는 예수 그리스도는 “누구든지 어린이와 같이 자신을 낮추는 사람이 하늘나라에서는 가장 큰 사람이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보고 존중했다. 그 가르침을 따라 모든 아이들 모습 그대로를 소중히 여기며 아이들의 마음을 읽는 교육자가 있다. 바로, 아이들을 위한 작은 전시 공간의 주인이자 미술 자전거 창작소의 대표 김효정 원장이다. 봄볕처럼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미술자전거창작소의 김효정 원장을 만나 아이들과 함께 그려나가는 미술세계를 들어보았다.

내재된 가능성을 열다
김효정 원장은 전직 시각 디자이너 출신 학원장이다. 식품회사의 디자인팀과 광고대행사에서 지면 광고 및 패키지 디자인 작업으로 실력을 인정받았고, 최종에는 디자인 총괄 크리에이터 디렉터로 활동했다. 14년의 경력을 쌓아오며 바쁜 일과를 소화해낸 프로의식 한편에는 내재된 순수 미술을 향한 갈증이 있었다.

좋은 기회로 교육에 첫발을 내디딘 그는 순수한 아이들의 눈망울에 매료되었다. 함께하는 매일이 감동의 연속이었다. 김 원장은 본격적으로 아동 미술 분야에 뛰어들어 제대로 된 교육을 실현하고자 결심했다.

우선적으로 김 원장은 교육의 방향성에 대해 고심했다. 이전의 근무했던 디자인 회사에서 유명대학 디자인학과를 졸업한 신입사원들이 색감 선정부터 레이아웃까지 작은 요소를 결정하는데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김효정 원장은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야하는 시점에서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는 것은 수동적인 교육 시스템의 병폐라 생각했다. 

그는 틀에 박히지 않고 멀리 내다보는 교육 커리큘럼을 추진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떠올린 이름이 ‘자전거’였다. 처음에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페달을 밟으며 스스로가 동력원이 되는 자전거와 같이 아이들에게 작은 도움은 제시하지만 모든 과정은 아이 스스로 습득하고 발전하는 교육을 꿈꿨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완성한 커리큘럼이 오늘날의 <리틀 아트 트래블러>, <아트 트래블러>, <아트 스토리텔러>이다. 김 원장은 준비한 커리큘럼으로 연령별 성취 단계를 나누고 주제 선정부터 표현까지 전 과정을 스스로 결정하도록 끊임없이 질문하고 동기를 끌어올린다. 앞선 단계에서 재료와 도구를 자유롭게 운용하며 향상된 자신감은 창의력의 바탕이 되어 자기주도력으로 이어진다. 특히 <아트 스토리텔러>단계에는 정보수집, 아이디어 창출, 표현연구까지의 컨트롤링 과정이 포함되어 있어 기획력이 필요한 포스터대회와 발명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도 한다.

미술자전거창작소 교육의 핵심은 성공과 실패에서 내적 성장이다. 아이들은 수업 시간 내에  작품을 완성하고 부수길 반복하며 직면한 위기를 의연하게 해결하는 힘을 기른다. 작업의 성공 여부는 작품의 주인인 아이만 판단할 수 있다. 김효정 원장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인생 그림을 그려갈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저는 결과만큼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때로는 부모님께서 아이가 수업이 마칠 때까지 작품을 완성하지 못한 점에 대해 의문을 가지기도 했어요. 하지만, 저는 오히려 칭찬이 필요한 때라고 말씀드립니다. 아이에게 중요한 점은 작품 완성이 아니라 내제된 표현 욕구 투영 여부니까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자
김효정 원장은 미술자전거 창작소를 작은 우주라 표현했다. 마디마디 연결돼 상호작용을 하는 신체를 소우주라 말하는 그는 미술자전거 창작소를 찾는 아이들이 오롯이 자신만의 우주를 경험하길 바랐다. 색을 보고, 냄새를 맡고, 피부로 느끼는 과정에서 손끝으로 모여든 감각들이 아이들은 창의력을 자극시켜 개성 있는 창작으로 이어진다.

김 원장은 무궁무진한 표현력을 돕는 조력자가 되고자 한다. 미술자전거창작소의 작품 재료는 제한은 없다. 때에 따라 필요한 재료는 아이들과 함께 구입하고 재료 사용에 대한 모든 선택권을 아이들에게 부여한다.

미술자전거 창작소를 거쳐 간 학생 중에는 자폐 아동도 있었다. 그에게서도 김효정 원장은 내면의 표현 욕구를 발견했다. 김효정 원장은 머릿속에 있는 아이의 생각을 구현할 수 있도록 보조했다. 오래지 않아 아이는 놀라운 작품을 만들며 성취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환하게 웃는 일이 늘어났고 반복 행동은 사라졌다. 그를 지켜보던 김 원장은 미술이 습득하는 기술을 넘어서 개인이 세상으로 향하는 통로임을 깨달았다. 김효정 원장은 예술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거나 거창한 작품을 만들지 않더라도 작업자체로 아이들이 표현하며 삶 속에서 자유로움을 느끼기를 바랐다. 행복을 배운 아이들은 자라나 긍정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배우는 아이들 뿐 아니라 가르치는 김효정 원장 또한 아이들을 행복한 사람으로 교육하는 일에서 만족과 긍지를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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