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를 전하는 가죽공예

조주연 La mano 공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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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업도시 울산에서 아날로그 감성을 간직하기 위해 조성한 성남동 <문화의 거리>에는 문화공간과 카페, 수제 공방이 모여 있다. 바로 이곳에는 제품 제작에 참여 싶은 사람들이 찾는 가죽공방 La mano(이하 라마노)가 자리 잡았다. 마노(mano)는 이탈리아어로 ‘손’을 의미한다. 오직 손으로 만든 가죽 제품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는다. 손이 닿을수록 색이 깊어지고 투박스러웠던 재질은 부드러워진다. 환한 미소로 취재기자에게 인사를 건네 온 조주연 공방장은 따스한 손길 같은 공방, 라마노를 꾸려나가고 있었다.

가족 같은 분위기
공방 라마노는 조주연 공방장이 생각하는 핸드메이드 제품과 닮았다. 라마노에는 틀에 짜인 수업 시수와 정해진 수강료가 없다. 365일 열린 공방은 수강 등록을 하는 순간 오롯이 수강생의 공간이 된다. 조주연 공방장은 찾아오는 수강생에 맞춰 자유롭게 수업을 진행한다.

라마노 공방은 어느덧 4년차에 접어들었다. 조주연 대표가 만든 가죽 작품처럼 공방 라마노도 세월의 흔적이 쌓이고 있었다. 열린 공방 라마노를 오간 수강생들은 어느새 조주연 원장의 식구가 되었다. 수업 시간이외에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명절이 다가오면 조 공방장과 안부전화를 주고받는다. 조주연 공방장은 라마노의 가족 같은 분위기는 여느 공방과 견줄 수 없는 경쟁력이라 표현했다. 그는 수강생들과 함께 할 때 지칠 기색 없이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

조주연 공방장은 수강생이 가죽 공예에 입문하는 순간부터 식구로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때로는 수강 상담 시에 "한두 달 배워보겠다는 마음은 버리고 손에 익을 때까지 장기적으로 배울 각오를 하라"고 권한다. 그는 마음을 굳게 먹고 수강등록을 한 수강생들을 모두 가족처럼 여기며 쌓아온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했다.

먼 곳을 바라보고 신중히 운영해야
조주연 공방장이 처음 가죽 공방을 열었을 당시 울산 내 가죽 공방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울산의 가죽공방은 서른 곳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운영을 오래 지속하지 못하는 업체도 그만큼 늘어났다. 공방의 생태를 지켜봐온 조주연 공방장은 공방을 열기 전 신중할 것을 당부했다.

"공방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비용적인 측면을 떠나 지속할 공부가 많습니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배우면 공방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수강생들은 다양한 매체를 접해본 상태로 입문하기 때문에 실력이 부족한 교육자라면 밑천이 금세 드러납니다. 또한 기본에 대해서도 잘 지켜야합니다. 기본적인 시간 약속이나 경영 원칙도 바로 세워야합니다." 

수강생에게 조주연 공방장이 강조하는 바는 "사고(思考) 해라"다. 수동적인 수업 태도로 기계적으로 따라하면 창의력을 키울 수 없다. 고민을 거듭할 때 자신만의 노하우가 생기는 것이다. 조주연 공방장은 수강생이 스스로가 길을 선택해 개척할 수 있도록 원리를 숙지시킨다.

"건축에 설계도가 있어야하듯 가방을 제작하는 일도 설계가 필요합니다. 가죽공예로 창업하려면 설계부터 제작까지 스스로 제품을 만들 수 있어야 해요. 대부분의 공방은 DIY로 수업이 이루어집니다. 수강생은 공방에서 주는 설계대로 조립하죠. 그러나 조립 기술만 배우는 것은 의미가 없어요. 라마노는 패턴부터 설계 작업까지 가르쳐서 수강생이 공예로 미래를 계획할 수 있도록 이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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