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의 미술여행] 그리스도의 부활 사원, '유혈 현장의 구세주 사원'

피의 사원, Cathedral of the Resurrection of Christ 김석기 작가l승인2019.02.25l수정2019.02.2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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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1년 3월 1일 혁명 테러단체 ‘인민의 의지파’들은 겨울궁전 앞에서 황제의 마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황제의 마차가 겨울궁전에서 서서히 미끄러져 나오고 매복해 있던 ‘인민의 의지파’ 일원들은 준비된 폭탄을 황제의 마차를 향해 던졌다. 요란한 폭음이 가득하고 검은 연기가 자욱한 사이로 부서진 마차의 잔해가 보이고 근위병들이 쓰러져 신음을 하고 있다. 수라장이 된 사건의 현장에서 황제는 당당한 모습으로 피신하지도 않은 채 부상당한 근위병들을 살폈다. 그때 두 번째 폭발물을 가진 암살자가 폭탄을 가지고 황제를 향해 돌진했고, 폭음 속에 황제와 암살자는 함께 쓰러졌다. 63세의 알렉산드르 2세가 ‘인민의 의지파’에 의하여 살해당한 것이다.

▲ 뾰뜨르1세 동상 스케치_김석기 작가

해방 황제로 불렸던 알렉산드르 2세는 자신의 통치권을 쟁취하고 유지하기 위하여 백성들에게 선정을 베풀었다. 농노를 해방시키고 다양한 개혁을 시도하여 국민들의 신뢰를 얻음으로써 그는 존경받는 인물로 명성을 얻게 되었다. 그러나 정권 장악과 함께 왕관의 달콤함을 유지하면서 점점 국민을 향한 생각과 정치 개혁에 소홀하기 시작한 그는 선정을 베풀고 정치개혁을 하는 일로부터 멀어져 갔고, 상대적으로 지속적인 개혁을 요구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커져만 갔다. 그러나 황제는 모든 상황을 무시하고 커져가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유혈로 진압하였다. 그가 그동안 베푼 선정과 개혁의 모든 것은 그가 왕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사실을 시민들은 모두 알게 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황제의 명성은 점점 퇴색되어갔다. 결국 1879년 ‘인민의 의지파’는 알렉산드르 2세를 죽이기로 결정하고, 전문 암살단을 조직하여 몇 번의 암살 시도를 하였으나 실패로 돌아간 끝에 결국 1881년에 거사가 성공했다. 

▲ 피의 사원 스케치_김석기 작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상징적인 사원 보스끄례쎼니야 흐리스또바(그리스도의 부활)사원은 알렉산드르 2세를 추모하기 위하여 그의 아들에 의하여 건축되었다. 러시아에서는 어떤 사건을 기념하기 위한 사원이나 교회 건설은 오랜 풍습이고 전통이었다. 알렉산드르 2세의 아들이 세운 ‘그리스도의 부활 사원’을 러시아 사람들은 ‘유혈현장의 구세주 사원’이라고 부른다. 
 ‘유혈현장의 구세주 사원’을 찾기 위해 미하일롭스키 정원을 거쳐 뒤쪽으로 돌아가니 그리바예도바 운하를 끼고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화려한 사원이 반긴다. 어느새 스케치 북을 펴고 사원을 가려보지만 아름다운 색채를 옮기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1830년경 러시아에는 러시아 정교의 전통을 고수하려는 종교 건축예술이 새롭게 시도되면서 신 러시아 건축 양식이 탄생하였으며, 유혈현장의 구세주 사원 역시 정교 사원 건축의 기념비적 건축물로 만들어져 러시아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대표적인 건축물이 되었다. 
사원의 건축을 위하여 화가와 석공, 모자이크 예술가, 요업 기술자, 유약기술자 등이 대거 동원되었으며, 다섯 개의 꽃잎이 펼쳐진 모양으로 설계된 다섯 개의 돔과 종루가 본당과 연결되어 있다. 화려한 외부 장식에는 다양한 모자이크 기법이 광범위하게 쓰였고, 둥근 지붕에는 귀금속 성분의 유약을 칠했으며 천막모양의 지붕에는 채색 기와를 사용했다.

▲ 부활사원 본당의 제단

유혈 현장의 구세주 사원은 외부나 내부를 막론하고 그 아름다움이 독특하다. 상상을 초월한 구성과 색채감은 현란하리만큼 아름답다. 꿈에서나 볼 수 있을까? 동화의 나라 요술쟁이들의 요술 속에서나 볼 수 있을까? 상상을 초월한 공력으로 정성을 들여 만든 모든 작품들이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고 감동을 준다. 사원 건축 당시 건축가들의 고민은 어떻게 사원 내부에서 유혈 현장의 참극이 벌어진 장소를 볼 수 있게 하느냐 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참극의 장소에 덮개가 덮이고, 특수한 설계에 의하여 사원의 바닥보다 낮게 처리한 계단을 내려가 사건의 순간에 얼룩진 난간과 돌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고 하나 직접 확인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다. 

이 사원에는 세계적인 자랑거리인 308점의 모자이크 작품이 있다. 벽면과 천정, 기둥, 할 것 없이 완전히 공간을 메우고 있는 모자이크 작품의 면적만도 총 6,560㎡에 달한다고 한다. 중앙에 있는 돔의 천정에는 하를라모브의 작품 ‘만군의 주’를 밑그림으로 하여 모자이크를 제작하였고, 벽면에는 ‘성 알렉산드라 황비’ ‘성 마리아 막달리나’ ‘부름을 받는 마태 사도’ 등의 작품들의 아름다움이 보는 이의 가슴을 깊숙이 파고든다. 중앙 제단에 장식된 ‘성찬식’의 장면이 그려진 거대한 모자이크 작품 속에서 성찬식에 참여한 제자들에게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죽으심을 기념하는 피와 살을 떼어 나누고, 예수그리스도의 뒤편으로는 수많은 천사들이 주악을 울리며 노래하고 있다. 수많은 모자이크 작품들의 유지와 보존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이 사원에서는 1997년 뛰어난 예술가들을 총집합해 모자이크 작품들을 새롭게 손질함으로써 작품들의 예술성을 높였다고 한다.  

▲ 그리스도의 부활 사원에서, 김석기 작가

유혈현장의 구세주 사원 밖으로 나오니 많은 사람들이 사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에 바쁘다. 상기된 사람들의 얼굴 표정이 사원의 신비스러운 아름다움 앞에서 마냥 어린이와 같은 순수한 표정들로 가득하다. 러시아의 문화가 바로 이런 뿌리를 가지고 있기에 쓰러져간 구 소련의 어려움과 아픔을 잊고 미국과 대등한 주도권을 유지하는 세계열강의 대열에서 건재한 것이 아니겠는가?


김석기 작가  ksk00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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