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방한…박 대통령과 대북문제·곡적개발원조 논의

  • 입력 2013.09.03 15:05
  • 기자명 이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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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방한…
박 대통령과 대북문제·곡적개발원조 논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엿새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27일 출국했다. 반 총장은 이날 낮 12시 45분께 대한항공 KE925 편을 타고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세계평화회의 참석차 암스테르담으로 향했다. 반 총장은 낮 12시 20분께 유엔 직원들과 함께 공항 귀빈실에 도착했으며 윤병세 외교부 장관, 김숙 유엔대사 등과 인사를 나눈 뒤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서 직원들과 회의를 했다. 반 총장은 "고생들 하십시오"라는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박수를 받으며 비행기에 올랐다. 반 총장은 유엔 직원들에게 주어지는 `귀향 휴가`(home leave)차 지난 22일 방한했다. 그는 23일 청와대를 찾아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하고 대북문제와 한-유엔 협력 방안, 공적개발원조 등을 논의했다.

“개성공단 문제를 비롯, 남북 문제 해결에 힘 보탤 것”
박근혜 대통령은 23일 낮 청와대에서 방한 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접견하고 북한 문제와 함께 한국과 유엔의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개성공단 문제를 비롯해 남북 문제에 대해 반 총장이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지 입장을 내보여준 것이 큰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반기문 총장은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가 잘 자리잡아 한반도에 영구적 평화와 안전이 정착되고 한국과 세계에 좋은 메시지를 전달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이 반 총장을 만난 것은 취임 이후 오늘이 두번째로 앞서 지난 5월 미국 뉴욕을 방문했을 당시 반 총장을 만나 대북문제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한 바 있다. 어제 귀향휴가차 한국을 찾은 반 총장은 앞서 오늘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유엔 새천년개발 목표 달성을 위한 활동과 파트너십' 행사에 참석해 시리아 사태에 대한 유엔의 참여 가능성을 언급했다.

“청소년은 자긍심·국제적 시각 키워야” 고향 특강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년 만에 고향을 방문했다. 반 총장은 학생들에게 “지구촌 미래 주역인 청소년들이 자긍심을 갖고 국제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25일 충북 충주시청 탄금홀에서 충주지역 중·고생 500명을 대상으로 ‘세계인재 양성’을 주제로 한 특강에서 이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며 “한국이 국제문제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열린 사회이자 세계가 서로 연결된 현재 사회에서는 과거의 틀에 얽매여서는 안된다”며 “3년 전 민주화 바람이 분 아랍은 아직 종착점을 찾지 못해 200만명이 외국으로 도피해 생활하고 있다. 이제는 한국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도와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국제적인 시각을 키우기 위해 높은 이상을 목표로 열심히 노력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충주중학교를 입학했을 때 김현옥 교장선생님이 입학식에서 ‘머리는 구름 위에 두고 두 발은 땅을 굳게 디뎌라. 그리고 한 계단 한 계단 차근차근 올라가라’고 했다”며 “높은 이상을 품고 현실감각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말로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특강을 마친 뒤 충북지역 기관장 등 200여명과 유년기와 학창시절을 보낸 충주시 문화동의 고택을 둘러봤다. 이 고택은 최근 충주시가 복원을 끝냈다.
앞서 반 총장은 이날 오전 고향인 충북 음성군 원남면 상당1리 행치마을을 찾아 광주 반씨 종친과 고향 주민들의 환대를 받았다. 반 총장은 부인 유순택 여사와 함께 마을 앞산을 찾아 성묘했다. 이어 생가 인근의 ‘반기문 기념관’을 둘러본 뒤 음성군이 마련한 환영행사에 참석했다. 반 총장은 기념관 방명록에 ‘고향 방문을 따뜻하게 환영해 주신 음성군민, 종친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어 환영행사에서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전 세계의 평화와 인권 신장을 위해 일하기 쉽지는 않지만 대한민국 국민의 성원으로 힘을 얻고 있다”며 고향 사람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주민들은 반 총장에게 지역 특산물인 ‘햇사레’ 복숭아를 선물로 건넸다. 또 음성지역 유치원생과 초·중·고생은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를 담아 제작한 앨범을 전달했다.
반 총장은 유엔 직원들에게 격년으로 주어지는 귀향 휴가를 겸해 지난 22일 방한했다. 그의 고향 방문은 2011년 8월 이후 2년 만이고, 유엔 사무총장에 당선된 뒤 네 번째다.

“적절한 기회에 방북 협의…DMZ 평화공원 구상 적극 돕겠다”
또 반 총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방북 입장에는 변함이 없으며,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남북관계의 긍정적 발전을 위해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신선호 유엔 주재 북한 대사와 가끔 만나 남북관계 개선의 중요성과 유엔 사무총장의 역할과 입장을 전달하고 협의해 왔다”면서 “앞으로도 협의를 해 나갈 생각이지만 아직 (방북이) 구체적으로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반 총장은 남북 당사자의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유엔 사무총장의 역할은 측면에서 정치적으로 돕는 것이라고 한정했다.
반 총장은 지난 23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 내용을 공개하며 “박 대통령에게 남북 간 좋은 협의를 이뤄내 진전이 있으면 유엔도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박 대통령의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구상에 대해 “유엔은 내부적으로 법적, 정치적, 제도적인 면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며 “남북 양측이 최근의 모멘텀을 살려 북핵 등 여러 분야에서 건설적인 진전을 이루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역사인식에 대한 우려와 비판적 인식도 우회적으로 밝혔다. 일본의 평화헌법 수정 기류 등과 관련,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개별 양자 문제에 개입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일본 정치 지도자들에게 깊은 성찰과 국제적인 미래를 내다보는 비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역사인식 문제와 여러 정치적 이유로 (동북아) 상호 긴장관계가 지속되는 데 우려스럽다”며 “동북아 지도자들이 허심탄회하게 올바른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으로 여러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시리아에서의 화학무기 살상 의혹과 관련, “유엔 조사단이 시리아 현지에서 독립적인 조사를 시작했다”며 “화학무기 사용이 밝혀질 경우 경악스러운 범죄 행위이며 중대한 반인륜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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