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라, 희망의 끈을 잡아라

희망이음로프·(주)엠에스산업 문영기 대표

  • 입력 2019.02.19 14:28
  • 수정 2019.02.19 16:47
  • 기자명 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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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산이 나무에게 말했다. 우리 함께 숲이 되자고. 우리 함께 숲이 되면 시원한 그늘도 지고 선선한 바람도 불고, 먼 곳에서 새들이 날아와 어디든 앉아 쉴 수 있다고. 숲이 생기면 싹이 트고 꽃이 피고, 나비들도 날아와 아름다운 풍경을 만든다고. 날개를 접고 앉아 쉴 가지가 있다면 굳이 부르지 않아도 새들은 어디에서든 숲을 찾아 날아온다고. 그리고 지나가는 새들까지 불러모으는 희망의 노래를 지저귈 거라고.

2월의 부산, 영도 바다의 수면 위에 한낮의 햇빛이 부서진다. 만들어진 배와 만들어지는 배가 같은 항구에서 같은 파도로 흔들린다. 처음부터 만들어진 배가 어디 있으랴. 누군가 말했다. 인간은 삶에 내던져진 존재다. 우리는 탄생을 선택하지 않았다. 모두의 생이 같을 수는 없다. 내던져버릴 수 없어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 삶을 처음부터 끝까지 달콤하게 누렸노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때로는 망치를 맞고 때로는 나사가 박히고, 그런 과정 없이 바다에 뜰 수 있는 배가 어디 있으랴. 만들어지지 않는 인간이 어디 있으랴. 사람은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가지고 태어난 조건은 내가 선택한 틀이 아니기에 스스로 그 안에 틀어박힐 필요도 없다. 그러니 굴레를 벗어던지고 나가자. 나가서 일단 한번 웃어 보자.

민초연립民草聯立.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연대를 통해 희망을 현실로 이루어 나간다. 비영리봉사단체 희망이음로프의 철학이다. 소외된 이웃들과 희망을 나누며 더불어 사는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분명하고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2014년에 설립, 지역 사회의 취약계층 아동·청소년 지원사업과 다문화가정 어린이 후원을 위한 건강·문화·생활의 전반적 복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희망이음로프. 그 중심에 문영기 대표가 있다. 문 대표는 육상과 해상을 넘나들며 건설업·해상운송업 등을 전문으로 하는 ㈜엠에스산업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어엿한 기업인으로서 흔들리지 않는 뚝심으로 봉사단체를 이끄는 문 대표는 엄중한 목소리로 말한다.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연탄을 날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봉사해야 합니다. 봉사단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건강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연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나무들이 손을 잡고 숲을 만들어야 합니다. 나무는 기업이 될 수도 있고, 시민도 단체도 될 수 있습니다.

문 대표는 희망이음로프를 설립하기 전, 무려 10년의 고민을 거쳤다. 그리고 세 가지 철칙을 세웠다. 하나, 모든 수익금은 일부가 아닌 전액 기부한다. 둘, 절대 국가의 세금으로 남을 돕는 일은 하지 말자. 셋, 나의 개인적인 성공을 위해 봉사를 이용하지 말자. 그러나 앞서 걷는 사람은 질시를 받기 마련이다.

“주변으로부터 오해를 많이 받습니다. 혹시 정치 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니냐고. 그러나 제 입장과 철칙은 확고합니다. 봉사라는 순수한 마음만 가지고 시작한 초심을 절대 잊지 않을 겁니다.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지신 분들과 함께 손을 잡고 연대해서 로프라는 숲을 만들 겁니다. 그 안에 아이들을 불러 모을 겁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건강하게 사회에 진출할 수 있게 도울 것입니다.”

희망이음로프의 주요 사업 지역은 부산과 경남이다. 이혼율이 급등하면서, 부부가 헤어질 때 아예 자식을 버리는 경우가 잦다. 버려지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희망이음로프는 그런 아이들을 찾고 있다. 버려진 아이들에게 즉시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으면 영원히 되돌릴 수 없는 상처 속에서 사회에 대한 불만과 어른에 대한 복수심으로 나쁘게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희망이음로프는 이런 아이들의 상담과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다문화가정의 소외 문제 역시 심각하다. 외국인 여성과 결혼을 하게 된 저소득층 가정의 일부 남성들이 심리적 결핍으로 폐쇄적인 성격을 갖게 되어 가족들을 구속하고 폭력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강압적, 지배적 환경에서 고통받는 아내들과 바르게 성장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온전한 가정을 이루기 어렵다.

“관련 센터 공무원 한둘이 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희는 신뢰감을 줄 수 있도록 지역 경찰과 연계해서 봉사활동을 권합니다. 경찰과 함께 하는 활동이라면 일단 집에서도 안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내들이 나와서 활동하면서 숨통도 트이고 서로 소통도 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희망을 갖게 되는 겁니다. 각종 자격증과 면허증도 취득할 수 있도록 돕고, 지자체와 기업이 나서서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거나 연극·영화 관람을 통해 양지로 나오게끔 손을 내미는 문화 후원 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외부에서 운영비를 받지 않고 사재를 털어 운영하다 어려움을 겪었던 문 대표는 올해부터 비영리단체에서 더 많은 참여와 투명한 단체 운영을 위해 사단법인 및 국가지정기부금단체로 전환할 계획이다. 유명 기업들이 참여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 문 대표의 취지에 공감하면서, 함께 로프라는 숲을 이루는 나무가 되고자 한다. 직원들도 희망이음로프에 직접 가입해서 봉사활동과 지원사업을 힘써 돕고 있다. 

“내가 일생을 마친 뒤에 남는 것은 내가 모은 것이 아니라 내가 뿌린 것이라 생각합니다. 내 생을 마쳐도 많이 베풀고 뿌렸다면 이보다 더 행복한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베풀고 뿌리는 것은 재물을 모으는 것보다 훨씬 행복합니다. 이렇게 뿌리는 즐거움을 다른 사람들도 많이 누렸으면 좋겠어요. 뿌린 만큼 행복을 거둘 수 있습니다. 자신의 영리를 위해서, 혹은 이미지를 위해서 생색을 내는 것은 봉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문 대표의 어린 시절도 가난했었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게 되면서, 좋은 환경에서 자라는 게 커다란 축복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문 대표는 자신의 가난을 친구들에게 솔직히 말하지 못했다. 너무 어렵다고 솔직히 말하면 친구들이 떠나갈 것 같았다.

“어릴 적에 만약 누군가가 내 손을 잡아 주었더라면, 너는 할 수 있다고, 내가 도와주겠다고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이 있었더라면 나도 그때 꿈을 가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나와 비슷한 아이들이 지금도 많아요. 결핍을 알아버린 아이들. 바다는 물고기가 사는 환경을 제공할 뿐, 물고기의 삶까지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사실 세상은 공평하지 않아요. 불공평한 게 세상의 본모습이에요. 헛된 망상에 빠지면 안 돼요.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이 넘쳐나는 사회다 보니…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 나와도 가난과 결핍은 끊이지 않습니다. 아이들에게 나는 솔직하게 말해요. 나는 너의 인생을 책임져 줄 수는 없다고. 세상은 아름답지만은 않다고. 그래도 나오라고. 꿈을 가지라고 말하면서 제 손을 내미는 겁니다. 나처럼 어렵게 자란 지역의 성공한 어른들을 만나게 해주면서 ‘아, 이분들도 어렸을 때 어려운 사정이 있었구나, 세상은 힘들 때도 있고 고단할 때도 있지만, 열심히 살아가면 나도 성공할 수 있구나.’ 그렇게 가르쳐 주는 겁니다. 제가 생각하는 희망이란 현실을 직시하고 용기를 주는 것입니다. 일시적 생색내기가 아닌 지속적 동기부여, 그것이 희망이음로프의 철학입니다.”

언제나 바다는 말이 없다. 얼굴을 일그러뜨릴 때도, 너그러운 미소를 보일 때도 있다. 수면의 아래를 모두 알 수는 없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는 해답을 알려 주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걸으라고 한다. 모든 것을 그만두고 떠나버리고 싶을 정도로 힘이 드는 날이면 자신이 태어났다는 사실조차 원망스러워질 때가 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세상은 원래 아름답지 않다는 것, 그래서 오히려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너 혼자 힘든 게 아니라고, 아픈 사람은 얼마든지 많다고, 그들과 함께 손을 잡고 건강하게 일하며 밝은 공동체를 형성할 때, 우리의 사회에도 볕들 날이 반드시 온다고 문 대표와 직원들이 손을 내미는 곳. 그곳에 희망이음로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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