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미술의 휴머니티, 특별한 메시지에 귀 기울이다

정해광 갤러리 통큰 대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해광 갤러리 통큰 대표는 아프리카 미술에 관한 연구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인물이다. 국보급 앤틱조각 등 소장품은 1500여 점에 이른다. 철학 박사인 그는 사물을 보는 관점에서 깊은 사유가 묻어난다. 예술과 철학의 접점에서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나가는 사람, 피플투데이에서 정해광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사회를 바라보는 남다른 관점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한 정 대표는 스페인에서 정치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다양한 관점에서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일까. 정 대표는 한발 앞선 시선으로 예술의 영역을 관찰하며 철학의 영역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한 그의 연구들은 대학 강단에서, 또한 각종 강연을 통해 사회 구성원들에게 전달되어 왔다. 

다양한 저서 또한 그가 심혈을 기울여 온 영역을 반영한다. 특히 아프리카 화가인 팅가팅가의 인물 연구 및 심도 있는 작품 분석을 담은 저서 「Tingatinga」로 정 대표는 아프리카 현대 미술을 재조명하기도 했다. 팅가팅가에 관한 단행본으로는 세계에서 3번째로 발간된 서적이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한편 팅가팅가에 대해 정 대표는 특별한 기억을 회상해낸다. ‘바오밥과 황금돼지’라는 작품은 정 대표와 각별한 인연으로 만난 작품이다. 정 대표는 신비로운 끌림으로 팅가팅가의 이 작품과 조우했다. 나중에 1971년 그려진 이 작품이 돼지띠 해를 기념해 팅가팅가가 의뢰받아 그린 그림이라는 의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극히 동양적인 '띠'에 관한 감성이 담긴 작품을 만나는 과정은 작품에도 에너지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그는 “한없이 바라다보니 그림이 제게 다가왔다"고 했다. 

휴머니티를 향한 열망
삭막해지는 사회, 휴머니티라는 가치의 재정립이 시급하다. 인간다움이란 시대와 사회의 시각을 반영하기에 어떤 것이라고 한마디로 정의하기에 쉽지 않지만, 어떤 형태이든 휴머니티를 추구한다는 것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주어진 하나의 과제로 보인다. 

휴머니티는 정 대표에게 있어 더욱 각별한 주제다. 아프리카 미술에 매료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휴머니티이기 때문이다. 스페인 유학 시절, 정 대표는 벼룩시장을 구경하다 우연히 아프리카 조각과 운명적으로 만났다. 그는 "아프리카 미술을 보며 휴머니티의 원형을 발견했다"고 했다. 

정 대표는 행복의 근원이 휴머니티에 있다고 생각한다. 스페인에 머물게 된 이유 중 하나는 그에게 인상 깊게 다가온 '포용성'이었다. 그는 “포용적인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는 “휴머니티의 포괄적 해석이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아름답게 펼쳐지는 색의 향연 
아프리카 미술의 특징 중 하나는 색채의 아름다움이다. “문화는 습관이다”라는 생각을 지닌 정 대표는 아프리카 여성들이 몸에 두르는 형형색색의 천을 통해 어릴 때부터 뛰어난 색의 조화를 보고 자란다는 점에 관심을 가졌다. 정 대표는 “아프리카 작품들은 보색효과가 뛰어난 것이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색채를 바라보는 섬세한 시각 또한 한몫을 한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언어 중에는 검은색을 표현하는 단어가 40개인 언어가 있다. 녹색을 표현하는 단어는 20개 정도. 그만큼 세분화된 색채 감각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검은색과 녹색은 어울리게 구성하기에 어렵다고 하지만 40개의 검은색과 20개의 녹색의 조합 중에는 근사하게 어울리는 색들도 있다. 아프리카 미술은 독특하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뛰어난 색채감으로 많은 이들에게 색의 아름다움을 전한다. 

“Don't say a word”
정 대표는 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에서 혼인 시 사용하는 조각상이 입이 모으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조각상이 전하는 메시지는 “Don't say a word”, 그 속에 담긴 의미는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는 것이다. 아프리카인들의 현명함이 담겨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아프리카 미술 작품에는 아프리카인들 특유의 낙천적인 정서가 나타난다. 정 대표는 아프리카 미술작품이 발산하는 매력은 자유분방한 환경적 인프라에서도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여럿이 함께 춤추다 보면 절망에 빠지지 않는 법을 배운다”는 아프리카인들의 이야기는 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정 대표는 "아프리카 미술 작품에는 일상적인 풍경에 여러 명의 인물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가 항상 같이 있다는 것, 이것 또한 아프리카 자살률이 낮은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4차 산업 시대를 맞이하며 그는 기술이 아닌 가치의 효용성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 그는 “아프리카 미술에서 미래 미술의 가능성을 봤다”라고 전한다. 

새로운 아프리카를 만나다
정 대표는 꾸준히 아프리카 미술을 국내에 소개하고 연구하며, 현대 아프리카 미술계의 새로운 작가들을 발굴하는 일에도 열정을 가지고 임한다. 특히 한국의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작품이 실린 헨드릭 릴랑가에 대해 연구 중인 그는, 현재 헨드릭 릴랑가의 조부인 작가 조지 릴랑가에 대해 함께 연구한 내용이 담긴 책을 준비하고 있다. 

갤러리 통큰은 최근 작품 임대 사업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정 대표는 작품 소장이라는 만족감과 더불어 다양한 작품을 일상적으로 폭넓게 접할 수 있는 접근성이라는 측면에도 관심을 기울여왔다. 

정 대표는 현재 2월 21일부터 2월 27일까지 평창동 가나아트에서 열리는 전시회 준비에 여념이 없다. 그는 개성 있는 기획을 통해 다양한 전시를 선보여온 인물이다. 최근 기술혁신에 따른 전시 스타일의 변화가 미술계의 트렌드 중 하나라는 점은 정 대표의 향후 역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는 배경이다. 정 대표는 단지 아프리카 미술작품의 전시를 넘어 아프리카 문화 그 자체를 소개하고 체험하는 형태의 대규모 전시를 기획 중이다. 

아프리카 미술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예술의 영역에서 펼쳐지는 인간다움의 이야기를 대중에게 알리고 있는 정해광 대표. 그가 발견한 아프리카 미술 작품 속 휴머니티의 발현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예술과 사람을 향한 정해광 대표의 열정의 발걸음을 응원한다. 

Profile
갤러리 통큰 대표
성균관대학교 동양철학과 졸업
마드리드 국립대(Univ. Complutense) 정치철학 박사
외교부 전문위원
국회 아프리카 새시대포럼 회원
전 청와대뮤지엄 사랑채 자문위원

저서
2017 <Tingatinga> 미술세계
2013 <아프리카, 앞으로> 경기도미술관
2011 <AFRICART> ㈜CNB 미디어
2009 <정해광, 아프리카미술을 외치다> 심포지움
      (한국간행물 윤리위원회 6월의 책 선정)
2006 <아프리카미술: 미완의 미학> 다빈치기프트 등 다수 

저작권자 © 피플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