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의 미술여행] 뻬뜨로빠블롭스키 요새

'성 베드로 성당이 있는 토끼 섬’ 김석기 작가l승인2019.02.01l수정2019.02.0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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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기 위하여 핀란드의 헬싱키를 출발한 버스가 차창을 통하여 아름다운 북유럽의 전원 풍경을 마지막으로 보여준다. 핀란드의 전원 풍경을 감상하며 다섯 시간의 질주 끝에 러시아 국경지대에 도착하니 러시아로 입국하려는 화물트럭들의 행렬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화물트럭들은 러시아로 입국하기 위해 2-3일 정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러시아 국경 소속 직원들이 짐 꾸러미를 검색하며 풍기는 거드름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러시아로 빨리 입국하기 위해서는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 베드로사원

두 시간 이상 대기해 러시아 국경 검색대를 통과한 버스가 러시아 땅을 달리기 시작한다. 거리의 양쪽에 하늘 높이 서있는 가로수 뒤로 무성하게 우거진 숲들이 러시아의 풍경을 가리고 보여주지 않는다. 털털거리며 달린 세 시간의 주행 끝에 버스가 서서히 속도를 줄이며 정체된 차량들의 대열로 들어선다. 아마도 상트페테르부르크가 가까워 왔나 보다. 오후 두시에 헬싱키를 출발하여 밤 열시가 되어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했지만 아직도 낮과 같이 밝기만 하다. 밤 열시인데 산책하는 사람도 있고, 낚시질을 즐기는 여유 있는 풍경도 보인다. 상트페테르부르크란 의미는‘성 베드로의 도시’라는 뜻이다. 관심 없이 부르기만 했던 도시의 명칭에서 종교적 이미지가 강한 느낌을 받는다. 

호텔 옥상에 설치된 낯익은 ‘SAMSUNG’ 광고 네온을 보면서 한국인의 긍지를 느낀다. 세계 어느 곳을 가든지 한국기업의 광고판들이 친근감 있게 다가서지만 이곳에서 느끼는 한국의 이미지는 특별한 감정이다. 아마도 러시아가 공산주의 국가로 우리나라와 오랫동안 역사와 문화가 단절되었던 이유가 아닌가 싶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유네스코에 의해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이곳은 800개의 성당과 500개의 박물관, 그리고 200개의 궁전, 120개의 극장이 있는 거대한 문화의 도시이다. 41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이 도시는  18-19세기에 지어진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들로 가득하고, 대로와 운하를 잇는 아름다운 다리들이 많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곳을 북쪽의 베니스라 부른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1703년에 뾰뜨르 1세에 의하여 북방전쟁에서 스웨덴으로부터 되찾은 땅을 사수하기 위한 요새로 출발하여 러시아 제국의 수도로 성장하였다. 

네바 강변에 자리 잡은 거대한 상트페테르부르크 호텔로 들어서면서 틀림없이 옛날 공산당 고위직 간부들이 드나들던 호텔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거창한 외관에 비해 내부 시설은 말이 아니다. 녹물이 나오는 욕실하며 음침한 복도, 침침한 침실 등 구 소비에트 연방의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음산한 호텔이다.   
아침 일찍 네바강변에 위치한 조그마한 자야치(토끼)섬을 찾았다. 높이 12m, 폭 4m, 6각형의 요새가 토끼 섬 전체에 통째로 건설되었다. 총 5개의 문이 있고, 적의 공격에 대하여 사격을 할 수 있도록 돌출되게 만든 능보(稜堡) 6곳, 그리고 능보와 능보 사이를 있는 성채가 성벽을 이루고 있다.

▲ 뾰뜨르 1세의 동상

뾰뜨르 대제의 문을 통하여 성안으로 들어서니 엔지니어관과 장교막사가 있고, 영창(營倉) 앞에 뾰뜨르 대제의 좌상이 동상으로 세워져 있다. 러시아의 유명한 화가이자 조각가인‘미하일 쉐먀낀’의 작품이다. 1992년에 만든 이 작품은 뾰뜨로 1세의 독특한 외모와 인상을 잘 표현하고 있어 그가 2m가 넘는 거구였다는 사실을 바로 알 수가 있다. 
뾰뜨로 1세는 엄격함과 혁명적 힘으로 충만해 있던 황제로서 자국의 이익을 위하여 자국을 부인하였고, 서구화와 개화를 목적으로 자국을 억압했던 황제로, '북방의 거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대단한 인물이다. 그는 1711년 9명의 구성원으로 원로원을 발족시켜 행정, 사법, 재정의 모든 면을 감독하게 하였고, 불합리한 제도와 기구를 개편하였으며, 서구 문화를 도입하기 위해 외국인을 등용하는 정책을 도입하는 등 놀라운 창의력과 추진력을 갖춘 카리스마 넘치는 황제였다. 

뾰뜨르 1세의 동상을 뒤로하고 사령관 관사를 지나니‘마네뜨늬 궁전’앞 넓은 광장에 이 성 안에서 가장 중요한 건축물인‘베드로∙바울 사원’이 있다. 서구 교회와 러시아 교회의 전통 양식이 결합된 독특한 분위기의 사원에 하늘 높이 치솟아 있는 황금빛 종루가 인상적이다. 높이 122.5m의 종탑 위에는 풍향계 역할을 한다는 천사상이 보이고, 뾰뜨로 1세가 암스테르담에서 직접 구입했다는 음악시계가 장치되어 있다. 시계 안에는 여러 개의 연주를 위한 황금 종들이 눈부시게 번쩍인다. 이 종탑에서는 성가 '주는 영화로우시니'와 국가 '하나님이이여 황제를 보호 하소서'만을 연주하였다고 한다. 
사원 안에는 러시아 황제들의 유해가 안장되어 있으며, 고유의 성채 용도로 사용된 적이 한 번도 없는 성채는 정치범들의 수용소로 사용되었다. 이곳은 1718년 뾰뜨르 1세의 아들인 황태자가 모반을 꾀한 사람들과 함께 호송되어 뾰뜨르 1세가 지켜보는 가운데 무서운 고문을 당하고 숨진 현장이었고, 18세기와 19세기에 러시아 최초로 자유 입헌 인권을 주장한 사회 운동가들의 고문과 사형이 집행된 곳이기도 하며, 1849년에는 혁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28세의 젊은 도스토예프시키가 감금되기도 했던 곳이다.

러시아를 만들려는 뾰뜨르 황제의 집념이 돋보이는 이 사원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만드는 구심점이었으며 출발지였다. 


김석기 작가  ksk00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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