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칼럼] 악마의 미소

  • 입력 2019.01.10 13:59
  • 수정 2019.01.10 14:17
  • 기자명 김민 데일리폴리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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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심심찮게 등장하는 성폭력과 폭행에 대한 뉴스들을 접하면서 이것저것 필요 없고 사람이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삶의 궁극적인 목적에 직면하게 된다. 평생을 바쳐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며 음악을 가르치고 공연을 함으로써 아이들의 자존감과 동시에 그 귀한 영혼들의 삶을 이끌어 준 의사가 낮에는 천사로, 밤에는 그 어린 영혼들을 성폭행 해 온 범죄자로 밝혀졌다. 빙상 국가대표 코치가 국가를 대표하는 간판선수를 역시 오랜 세월 성폭행 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야말로 ‘기승전악’이다. 지위를 이용한 성폭행이야말로 많은 범죄 중 죄질이 가장 나쁜 범죄라고 생각한다. 고작 인간의 본능적인 욕망을 채우기 위해 상대적 약자에게 그런 일을 한다는 것은 인간임을 이미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 상처는 어떤 방법으로도 보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자신의 딸이나 가족이 피해자라고 가정하면 누가 그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사람이 불을 사용하고, 직립보행만 한다고 해서 결코 사람은 아니다. 누구나 본의 아니게 실수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지만 사회적인 통념상 이해받을 수 있는 것이 있고, 절대 이해받을 수 없는 일이 있다.

 

얼마 전 저녁뉴스를 장식했던 필자 주변의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한다. 필자가 거주하는 지역의 학원장이며 오랜 세월 학교 운영위원장을 역임하고, 모 유력정당의 지역청년위원장인 동시에 지역 대형교회의 집사였던 40대의 한 남자가 있다. 누구보다도 정의로운 척, 선한 척,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척 그런 식의 이미지메이킹을 참 오랜 세월 해왔던 사람이다. 필자의 지인이라 하기에도 그렇지만 가끔은 안부전화가 올 정도의 그냥 아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알고 보니 8년 동안 함께 사는 아내와 처제를 폭행하고 성폭행해 온 그런 사람이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게다가 처제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고 그 돈까지 착복해 왔으며, 임신한 아내에게 구타 및 협박을 일삼아 온 사실이 밝혀졌다. 그 사건은 심지어 공중파인 SBS <궁금한 이야기 Y>라는 프로그램에 소개되기도 하였다. 우리는 과연 어디까지 인간임을 규정해야 하는지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처제가 철이 없어 주식과 비트코인에 빠져 사채까지 쓰면서 자신에게 부담을 줬다며 그런 처제를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말에 정말 부끄럽지만 그 사람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기까지 했었다. 결국 숨 쉬는 것을 제외하고 그 사람의 모든 것은 거짓임이 밝혀졌다. 그가 연루된 지역의 교육기관과 단체와 정당은 그냥 쉬쉬하면서 꼬리자르기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다시 한 번 세상을 배우게 되었다. 

이 사건은 그냥 먹고살기 위해 본의 아니게 벌어진 사건도 아니며, 복잡한 인간사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할 수 있는 성격의 사건도 아니다. 우연히 발생한 범죄도 아니고, 이해관계에 의해 생겨난 범죄도 아니다. 그냥 그 인간이 악하기에 그리고 그 악에 희생된 사람들만 발생한 끔찍한 범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필자가 아는 바로 지역사회는 그를 칭찬했고, 그에게 많은 감투와 감사패를 전달해왔다. 물론 모르니까 그럴 수 있다고 하겠지만 도의적인 책임과 간접적인 책임에서 지역사회 자체가 자유로울 수는 없는 일이다. 

성경에 보면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말이 있다. 그렇게 귀한 영혼들이 자신이 아닌 타인에 의해 그 삶이 짓밟히고 황폐해졌다면 그것은 분명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도 하다. 내게 유익이 될 때만 누군가와의 관계를 어필하고 자랑하는 것이 우리 인간의 본능에서 나오는 이기심이겠지만 사람을 잘못 판단하고 그런 잘못된 사람을 인정하고 키워냈다는 점에 대해서 우리는 결코 얼마나 떳떳하고 자유로울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한다. 앞으로도 자신보다 약자를 상대로 벌어지는 범죄와 특히 성적으로 학대를 하는 범죄에 있어서는 관용을 베풀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각자가 세상에 도움이 되는 존재여야 한다. 설령 도움까지는 아니더라도 세상에 악을 행하는 일은 각자가 철저하게 차단하고 최소화시켜야 한다. 단지 먹고살기 바빠서 그런 일련의 모든 범죄들을 경시하고 무관심한 것이야말로 그 자체가 그런 범죄에 동조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이 사건을 통해 얻은 필자의 느낌은 한 마디로 ‘악마와 천사의 얼굴은 한 끗 차이라는 것’이다. 2019년 새해에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고, 이해받을 수 있는 수준의 뉴스만 접하기를 바란다.

 

Profile
卒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고려대학원 국제정치학과 
現 데일리폴리정책연구소장 
   동시통역사·시사평론가·칼럼니스트
前 청와대 대통령 전담통역관·국회 통역관·주한미대사관 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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