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하는 ‘자유로움’을 담아내다

채혜선 작가의 사랑, 룽키와 친구들

  • 입력 2019.01.02 10:40
  • 수정 2019.01.02 13:58
  • 기자명 이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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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혜선 작가
채혜선 작가

“어느 날부터 나에게 온 룽키를 통해 느끼게 된 사랑과 교감이 더욱 커져 모든 동물들이 사랑과 연민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가장 인공적으로 꾸며 놓은 곳이지만 동물들이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인간과 더불어 살고 있는 곳, 골프장. 어둑어둑 해 질 무렵 어디선가 나타나는 동물의 무리들... 그들의 세상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내 그림에서나마 룽키와 함께 편안하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기를 희망해보며 오늘도 붓을 잡는다.” [작가노트 중에서]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삶을 바라고, 자신의 작품 속에서라도 자유롭고 안전하게 뛰어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그림을 그리는 작가. 채혜선 작가의 그림 속에는 우리와 같이 살아가지만, 한 공간에서 자유를 얻기는 쉽지 않은 동물들과 자연이 등장한다. 동물에 대한 연민을 작품으로 표현해내는 채혜선 작가를 만나 그녀만의 그림 이야기를 들어봤다.

평온함이 주는 자유로움
채혜선 작가의 작품은 평온하고 보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준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눈을 돌렸을 때 그녀의 작품을 마주한다면, 멀리 여행을 떠나서 느낄 수 있는 힐링을 잠시나마 느끼게 된다. 한지에 정성들여 그려 넣은 계절감이 드러나는 자연과 거기서 한가로이 거니는 동물들을 발견할 수 있다. 곧게 뻗은 자작나무 또한 그녀의 신념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채 작가의 작품 속은 그녀의 동물에 대한 사랑의 공간이자, 동물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안전한 숲속인 셈이다.

채 작가의 작품에는 특별함이 몇 가지 있다. 우선 도예를 전공했지만, ‘한지’라는 소재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점과, 그녀의 작품에는 ‘룽키’와 ‘친구들’이 등장하고 그곳의 배경이 ‘골프장’이라는 점이다. 평범한 그녀의 일상에 특별함을 선물한 ‘한지’를 만난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도예전공을 했지만 그림에 대한 열망은 늘 강했어요. 서양화 재료를 이용해 수채화, 데생 등 막연한 그림들을 아무 의미 없이 그렸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7여 년 전 민화를 그리는 후배를 통해 우연히 한지를 알게 됐어요. 그 첫 순간 강렬했던 느낌을 잊을 수가 없어요. 물과 먹, 그리고 물감이 한지로 아주 얇게 스며들 때의 감동은, 마치 종이가 나의 인생의 희로애락을 받아주고 흡수해주는 것 같았어요. 강렬한 감동을 받았고 힐링이 되는 순간이었어요. 그렇게 한지의 매력에 빠지게 됐습니다.” 그녀는 서양화 재료에서 느끼지 못했던 한지의 매력에 빠져 몰입해서 작품 활동에 전념한다.

룽키와 ‘Friends’
채혜선 작가의 작품의 주제는 ‘룽키’와 ‘친구들’이다. 룽키는 채 작가가 키우는 반려견이다. 그녀의 작품이 한지를 알기 전·후로 바뀐 것처럼, 그녀의 작품의 생명력도 룽키를 만나면서 또 다른 작품으로 태어나 활기를 얻게 된다. 채 작가는 “저는 룽키를 만나면서 동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그전에는 길고양이도 무서워하는, 동물과 특별함 교감이 없는 삶이었어요. 그런데 룽키를 통해 동물과 교감하는 방법을 배우고,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 채워졌어요.”라고 전했다.

“제 그림은 동물이 주인공이고, 나머지는 배경입니다. 아파트라는 좁은 공간에 갇혀 지내는 룽키가 제 그림 속에서라도 자유롭고 안전하게 뛰어놀게 해주고 싶었어요. 비록 골프장이라는 한정된 곳이지만, 어느 곳보다 안전하고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동물들의 희생으로 탄생한 곳이 골프장이지만, 그곳이 조성되고 난후 골프장 안에서는 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방법을 배우는 곳이죠. 깊은 산속은 아니지만, 그 안에서는 어느 누구도 동물들을 학대하거나, 내 쫓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어요.”

채 작가의 그림 속에는 룽키와 함께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한다. 그 동물들은 실제로 그녀가 골프장에서 만난 동물들이라고 한다. 고라니, 오리, 새, 학, 다람쥐, 뱀, 공작 등 그녀는 그날 만났던 동물들과 올려다봤던 하늘, 시원했던 바람, 따뜻한 햇살을 작품에 담아낸다.

또한 그녀의 작품에 등장하는 자작나무는 단숨에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화이트의 순수함과 순결함을 상징하는 듯하며, 하늘로 곧게 뻗은 자작나무의 고결함은 채혜선 작가가 닮고 싶은 이상향의 모습이라고 한다. 그녀는 “모든 인간이 다 선을 향해 나아가지만, 자작은 더 높이 선을 향하는 듯하다. 그런 인생을 살고자 하는 저의 신념을 지향하는 것 같아 자작을 좋아한다.”라고 밝혔다.

다시 피어나는 이야기 숲
채혜선 작가는 룽키를 아파트에서 벗어나게 한 것처럼, 이제는 자신과 함께 더 넓은 세상으로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는 모습을 작품 속에 담아낼 계획이다. 또한 자작나무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자신만의 자작을 표현하기 위해 더 열중한다.

“처음엔 룽키가 아파트에서 벗어나 우리나라 골프장까지는 와서 자유롭게 뛰어놀았습니다. 이제는 더 자유롭게 아프리카에 가서 원숭이와 놀기도 하고, 바오바브나무그늘에도 가고, 남극에서 펭귄들과 같이 수영도 했어요. 사실 룽키는 저 자신이기도 합니다. 저도 작업실에서만 지내는 시간이 많은데, 자유롭게 나와 함께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그려나가려 합니다.”

채 작가는 얼마 전 룽키와 함께한 3번째 개인전을 마치고, 12월에 개최되는 ‘서울아트쇼’ 준비와 작품 활동에 한창이다. 특히 채혜선 작가의 그림은 계절감이 큰 것이 특징이다. 사계절의 자연을 모두 담아내는 그녀의 작품을 새해 캘린더로 만나볼 수 있다고 한다. 한 증권회사에서 채 작가의 그림으로 캘린더를 제작한다는 것. 멋진 작품을 매일 책상에 두고 볼 수 있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생활에서 실천은 다하지 못하지만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같이 공존하는 세상이 오기를 바랍니다. 제가 하지 못하는 일들을 하시는 분들에게 응원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채혜선 작가는 가을과 겨울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깊이 빠져드는 계절을 좋아해 지금이 가장 좋을 때라고 한다. 좋아하는 계절을 만끽하며, 사람들에게는 더 좋은 그림으로 힐링을 선물해주기를 바래본다. 동물과 자연을 사랑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그려내는 그녀의 손끝에 감사함을 전한다.

Profile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응용미술과 졸업

개인전
2018년 제3회 개인전(갤러리 이즈)
2018년 제2회 개인전(갤러리 아트리에)
2016년 제1회 개인전(갤러리 이즈)

그룹전
2018년 빌라다르페스티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018년 '평화' 꽃이피다 (서울대학교 동창회관)
2018년 한울회전 (한벽원갤러리)
2017년 한울회전 (인사아트센터)
2017년 공간소풍 (부산)
2013년 Avec Concert (갤러리 아트링크)

아트페어
2018년 서울아트쇼 (서울)
2018년 부산국제아트페어 (부산)
2017년 부산국제아트페어 (부산)
2017년 경남국제아트페어 (창원)
2017년 서울아트쇼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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