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아름다운 생명력을 지닌 예술이 되다

송성호 고려대학교 생명환경과학대학원 초빙교수

  • 입력 2018.12.28 15:33
  • 수정 2018.12.28 16:28
  • 기자명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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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생명환경과학대학원 원예생명공학과의 송성호 초빙교수는 화훼조형학 분야에서 주목받는 인물로 조형예술과 함께 꽃을 활용한 공간장식, 플라워디자인, 파티와 테이블장식학까지 폭넓은 범주를 아우르며 아름다운 예술세계를 선보인다. 이화여대와 성신여대에서는 4년제 미술학사과정의 학점은행제 화훼조형학전공 과정의 주임교수로 후학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화훼조형의 아름다움 활발히 알려
화훼조형이란 꽃(식물)이나 꽃과 직접 관련된 것 또는 그 이미지가 주체가 되어, 입체조형의 요소와 원리에 의하여 미(美)를 창조하고 표현하려고 하는 활동이나 작품을 말한다.
화훼조형은 꽃에 작가의 미의식이 반영되는 입체조형 예술이며, 공간 예술이자 시각 예술이기도 하고, 장식적인 것과 새로운 환경을 창출하는 환경예술이기도 하다. 
“‘꽃의 특성을 강조한 특유의 표현세계를 추구하기 위한 고민에 대해 풀어주신 분이 은사이신 조각가 최병상 교수님이세요. 당시 다양한 재료와 기법, 매체를 통한 작품을 표현하며 무언가 깨달았었죠.”
화훼조형작가인 송 교수는 국내외(한국, 일본, 대만,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뉴질랜드, 멕시코, 스위스, 러시아 등) 60회 이상의 전시회 및 초대전과 월간 플레르에 7년간 연재를 통해 대중에게 화훼조형의 아름다움을 활발히 전하고 있다. “재미있고 행복해요. 화훼조형과 관련해 환경디자인, 인테리어와 디스플레이, 심리학까지 다양한 분야에 대해 공부했어요. 화훼조형을 하면서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송 교수는 사)한국꽃예술학회 학회장을 역임할 때 임원들과 함께한 프랑스에서 열린 ‘조선왕비 파리에 오다’의 ‘생명의 환희전’을 통해 한국 예술의 높은 수준을 알려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최근 송 교수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AIFD 꽃 관련 국제시험에서 심사를 맡는 등 한국 화훼작가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식물을 통해 자연의 다양한 색채에 대해 배울 수가 있어요. 보고 있으면 심리적으로 편안해지고, 환경도 더욱 쾌적하게 만들어줍니다.” 송 교수는 화훼작품이 가지는 특징으로 자연성, 조형예술성, 시간성, 공간성 등을 언급했다. 이 중 꽃이 살아있는 생리적인 특성으로 인한 시간성은 작품에 생명성을 부여하는 특별한 장점을 갖고 있다.

빌딩 숲 사이(2017) 송성호 61×49×76cm
빌딩 숲 사이(2017) 송성호 61×49×76cm

꽃밭에서 자라난 예술적 감각
“나팔꽃이 하나씩 피어 있는 모습이 신기했어요.” 원예학자인 아버지의 실험 장소는 송 교수가 어린 시절 머물던 추억의 장소다. “채송화, 붓꽃, 맨드라미···노랑과 진분홍색이 너무 예뻐서 감탄했죠. 채송화 꽃잎이 여러 겹인 까닭을 궁금해 했더니 아버지께서 기특해하시던 기억이 나요.” 꽃을 활용한 예술에 대한 소망으로 꽃을 배우고 미대에 진학했다. 

어렸을 적 꽃을 보며 자란 감성 때문일까. 송 교수에게서는 순수함과 뛰어난 예술적 감성이 함께 어우러진다. 전시회를 통해 선보이는 화훼조형 작품에서는 때론 천진한 아이와 같은 때묻지 않은 정서가 그대로 발현돼 보는 이들에게는 동심의 세계를 떠올리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강렬한 색감을 가진 꽃들이 무리 없이 어우러지던 기억의 발현으로 보이는 뛰어난 색채 감각 또한 인상적이다. 화훼조형 작품 사이로 관객이 자유롭게 드나들게 해 관객들이 입고 있는 옷과 작품의 색이 어우러지도록 하는 독창적인 감각의 표현은 이에 기반하는 것으로 보인다. 

움직이는 예술, 키네틱 아트(Kinetic Art)
키네틱 아트는 작품에 움직이는 요소를 도입해 표현하는 것이다. 예술과 과학의 만남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 송 교수는 고려대학교에서 ‘한국 현대 화훼조형의 특성과 키네틱 아트(Kinetic Art) 기법표현의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생명성의 표현을 위해 꽃, 잎, 가지와 같은 구조적, 상징적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실제 움직이는 운동을 통해 실험해 검증한 연구다. 송 교수는 작품 전시와 더불어 키네틱 아트의 운동효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해 키네틱 아트와 화훼조형을 결합한 분야에서 국내 최초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송 교수는 “전, 후, 좌, 우에서 모두 관찰이 가능한 입체적인 작품에 실제 움직임을 도입하고, 빛을 추가하여 작품에 운동감을 극대화한 키네틱 아트를 표현했다”고 전했다. 키네틱 아트로 꽃의 생명력은 더욱 돋보였다. 잎에 있는 엽맥을 강조한 작품을 보고 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는 감상자도 있었다.

꽃의 아름다운 색상은 물감처럼 혼색이 불가하지만 키네틱 아트로 동적인 요소를 가미하면 혼색이 가능하다는 점 또한 놀라운 발상이다. 가령 빨간색 꽃과 파란색 꽃이 회전하면서 보라색이 나타나는 혼색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키네틱 아트로 송 교수는 꽃은 조색할 수 없다는 이론을 허무는 실험정신으로 국제색채학회에 논문이 실리기도 했다.

겨울1(2001) 송성호 95×72×118cm
겨울1(2001) 송성호 95×72×118cm

문화 발전과 함께 영역 넓혀
최근 송 교수는 2018년 장크트갈렌 국제기획초대 작품전(KSBDA ST. Gallen International Invitational Exhibition)에서 ‘Shooting’이라는 작품으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스위스에서 개최된 이 대회는 한국을 포함해 세계 23개국이 참가했다. 축구선수가 골 망을 향해 슈팅을 할 때 방향성과 함께 골인의 희망과 환희, 골망의 흔들림을 느낄 수 있는 형태의 송 교수 작품은 ‘새로운 시대’ 희망의 이미지를 추상화한 형상으로, 방향성과 시각적 움직임의 운동성을 강조했다. 

6차 산업과 관련해 송 교수는 새로운 시도를 위해 다각도에서 연구 중이다. 특히 융복합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비춰 꽃이 지닌 재료의 한계를 뛰어넘어 패션과 미용, 음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콜라보레이션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이지만 대체 불가한 영역이 아닐까요? 100세 시대 적합한 분야라고 생각해요. 끊임없이 체계화해서 전문적인 지식으로 정립이 되었으면 좋겠고, 다양한 재료와 기법의 연구, 꽃을 지속적으로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 또한 진행되길 바랍니다.” 꽃으로 피어나는 아름다운 예술의 세계, 그 중심에서 생명력의 가치를 전하는 송성호 교수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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