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차 계약직이 쏘아올린 작은 공(功)

『부장님 죄송해요 공무원 합격했어요』 이상희 작가 박현식 기자l승인2018.12.18l수정2018.12.1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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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직의 서러움을 연료 삼아 1년 만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다
현재 서울시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는 이상희 작가의 스토리는 정말 다이내믹하다. 이상희 작가는 간호사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였다. 당시 3교대 근무가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려고 했으나, 군대도 3년이니 딱 3년만 버텨보라는 선배의 조언에 따라 3년을 버텼다. 악착같이 3년을 버틴 후 퇴사를 하고 1년간 육아에 전념한 뒤, 재취업을 하려고 하자 경력이 단절되었다는 이유로 취업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다행히 3년 동안의 병원 경력 덕분에 공공기관의 의료 급여 관련 계약직으로 재취업을 할 수 있었다.

어렵게 재취업을 하였지만, 계약직으로 일하는 것은 녹록지 않았다. 6개월마다 업무 평가를 받는 계약직 특성상 평가 시점이 다가오면 항상 긴장 속에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한 번은 담당자의 의견과 다른 의견을 제시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담당자가 말대꾸를 했다며 사람들 앞에서 면박을 줬죠. 그러면서 저한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며 소리를 쳤어요. 이런 식의 크고 작은 눈물 나는 스토리가 계약직을 하는 10년 동안 계속되었죠.”

이런 일이 반복되자 이상희 작가는 ‘과연 정규직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길래 사람을 이런 식으로 대할 수 있지? 나도 인격이 있는 사람이다. 나도 꼭 정규직이 되어야겠다.’라는 마음으로 정규직이 되기 위해 준비를 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 과정은 정말 쉽지 않았다. 정규직에 도전하였지만 처음에는 스펙이 없었기 때문에 서류전형부터 떨어졌다. 이상희 작가는 오로지 정규직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지난 10년간 스펙을 틈틈이 쌓아왔다. 컴퓨터 활용능력, 사회복지사 1, 2급, 토익 점수는 물론 봉사활동, 헌혈까지 요즘 20대가 가진 스펙을 모두 갖추게 되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서류는 붙었지만, 적성 검사에서 탈락하고, 적성검사까지 붙으면 면접에서 떨어지고 탈락, 탈락, 탈락의 연속이었다. 그것도 10년 동안…

10년째 정규직 공채 시험에 영혼까지 탈탈 털리고 쓰디쓴 탈락의 고배를 마신 이상희 작가는 정규직이 아닌 공무원 시험에 막연한 동경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태정태세 문단세’가 나라 세금 이름인 줄로 알고 있었던, 이상희 작가 자신의 실력을 비추어 보았을 때 공무원 시험은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으로 극복하기 힘든 것을 뜻함)이라고 느껴졌다. 

그러던 와중에 공무원 시험에 떨어진 뒤, 단기 계약직으로 들어온 지영이라는 친구를 만났다. 이 친구는 자신이 공부하고 있는 얇은 국사 필기 노트를 이상희 작가에게 보여주었다. 이 책은 유명 국사 강사가 쓴 필기 노트로, 이 필기 노트를 만나는 순간 ‘이 책 한 권이면 공무원 시험에 도전해볼만 하겠다’라고 생각하였다고 한다.

그렇게 이상희 작가는 공무원 시험과 썸을 타게 된다. 15년 1월부터 독서실을 등록하고 공부를 하던 중, 우연히 유튜브에서 국사 필기 노트를 만든 유명 국사 공무원 강사의 쓴소리를 듣게 된다. 이 쓴소리 중 ‘공무원 시험은 대한민국에서 남은 가장 공정한 시험이다’라는 말이 뇌리에 꽂혔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뒤 공무원 시험과 썸 타는 기간을 청산하고 15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공무원 시험과의 연애를 시작한다.

그렇게 1년 동안 직장 생활을 병행하면서 퇴근 이후 모든 시간을 시험 공부에 쏟은 결과, 2016년 이상희 작가는 서울시 9급 공무원에 당당히 합격하게 된다. 10년 동안의 서러움이 눈 녹듯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수없이 쏟아지는 질문 덕분에 책을 집필하다
이상희 작가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난 뒤, 다른 수험생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공무원 시험 온라인 카페에 합격 수기를 올렸다. 이후 수험생들의 문의 댓글과 쪽지가 수없이 쏟아졌다. 처음 1년간은 답변을 열심히 해주었지만, 너무나 많은 질문에 답변을 해주다 보니 더는 답변을 해줄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았다고 한다.

“질문을 받아 글을 읽어보면 다들 절박한 상황인 것이 느껴졌어요. 질문을 하도 많이 받다 보니, 질문 너머의 한숨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진심으로 도와주고 싶은 분들이 많았죠. 합격 수기를 올린 지 2년이 지나도 쪽지가 계속 왔는데, 더 많은 사람에게 자세한 답변과 많은 도움을 주고 싶어서 제가 수험생활 중 도움을 받았던 국사 강사님께 조언을 구했어요. 처음에는 온라인상에 자주 받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정리해서 올릴 생각이었는데, 선생님께서 책을 써보라고 제안하셨어요. 이후 출판사와 미팅을 하였고, 일을 마치고 집에서 쉬는 날 틈틈이 써놓았던 글을 모아 책으로 발간했죠.”

이상희 작가는 처음에 자신의 스토리를 공개하는 것이 부끄러워 책을 쓰지 않으려고 하였다. 그러다 비행기를 타던 도중 난기류로 인해 죽음의 위협을 느낀 후, 죽기 전에 세상에 무언가를 남겨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집필을 결심하였다고 한다. 이런 이상희 작가의 진심 때문일까? 별도의 마케팅 없이 오직 입소문만으로 출간 1주일 만에 자기계발 분야 베스트셀러 순위권 안에 들게 되었다. 계약직 직원에서 공무원으로, 작가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을’이 버틸 수 있는 두 가지 연료, 오기와 실력
10년간 계약직 ‘을’로 살아왔던 시간이 이상희 작가에게 준 것은 다행히도 마음의 상처뿐만은 아니었다. 을로서 뛰어난 업무능력을 갖추기 위해 더욱 노력하였고, 반드시 이 상황을 탈출해서 정규직이 되겠다는 오기를 갖게 되었다.

“차별을 받을 때면, 오기로 버텼어요. ‘정규직이 그렇게 대단해? 그 대단한 정규직 나도 한 번 해보자.’라는 생각이었죠. 이런 마음을 가지고 다른 사람에게 흠을 잡히지 않기 위해,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면서도 일을 평소보다 더 열심히 했어요. 심지어 시험 3개월 전까지도 보건복지부 장관상과 시장표창을 받을 정도로 일을 열심히 했죠.”

이상희 작가 말에 따르면 현재 계약직은 현대판 노예제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계약직으로 생활하면서 인격적으로 정규직과 동등한 위치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부장님 죄송해요 공무원 합격했어요는 단순히 공부 방법을 알려주는 공무원 시험 합격 수기가 아니다. 이 책은 계약직이라는 현대판 노예제도에 10년간 처절하게 고통받던 ‘을’이 공무원 시험이라는 제도를 통해 부당한 대우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치는 과정을 담았다.

계약직, 현대판 노예제도
계약직은 6개월마다 업무평가를 받게 된다. 안타깝게도 그 평가라는 것이 담당자에 의해 매겨지는데, 기준이 객관적이기보다는 주관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상희 작가는 이런 구조에서 계약 연장 여부가 담당자의 펜 끝에서 나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갑과 을의 상하구조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고 말하였다. 이는 무기 계약직도 예외는 아니다.

“계약직의 가장 큰 문제는 사람의 인격을 조직적으로 파괴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저는 계약직이 현대판 노예제도라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IMF 이후로 이런 노예제도가 정착되었죠. 이런 구조를 깨는 것은 영국과 미국이 노예제도를 폐지했던 과정만큼 힘든 투쟁이 될 것이라 생각해요. 이를 위해선 기업이 자발적으로 정규직 비중을 늘려야 하죠. 이런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살던 영남 지역 향토 기업 탑마트는 업계 최초로 직원 복지를 확대하고 비정규직이 제로인 회사로 알고 있어요. 이렇게 정도경영을 하는데도 영남에서 1등 기업으로 잘 나가고 있어요.”

상사가 아닌, 국민의 눈치를 보는 공무원
이상희 작가는 현재 사회복지 9급 공무원으로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 복지플래너로 일하고 있다. 살을 에는 추위에도, 아스팔트를 녹일 듯한 무더운 더위에도 복지가 필요한 주민을 위해 현장 곳곳을 누비고 있다. 이상희 작가가 지난 10년간 ‘을’인 계약직으로 살아오면서 공무원이 되니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았다. 이상희 작가는 어떤 공무원이 되고 싶은지 물어보았다.

“승진의 목줄을 잡고 있는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진짜 눈치 봐야 하는 분은 피땀 흘려 세금을 내는 민원인과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이죠. 저에게 승진은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에요. 저는 앞으로 공무원으로서 국민에게 평생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 것이고, 더 나아가 노예제도같이 열악한 계약직의 처우를 바꾸는 데 일조하고 싶어요.”

인터뷰 말미에 이상희 작가는 현재 계약직 신분이어도 낙담하지 말고 스스로 노예를 자처하지 말라고 하며, 오기와 실력으로 정면 돌파하였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박현식 기자  hyunsik12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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