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계의 마더 테레사, 아지네 마을 박정수 소장

"유기견들이 안락사 당하는 그런 꼴은 절대 못 봐. 죽을 때까지 얘들을 보살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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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을 키우는 펫팸족의 수가 천만명을 돌파하면서, 유기견의 수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하루 버려지는 유기견 수는 약 260마리이다. 이런 유기견의 수를 줄이기 위해 2014년부터 '반려견 의무등록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유기견의 수를 실질적으로 줄이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유기견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함과 동시에, 유기견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도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다. 오늘은 유기견 보호소 중 최초로 대통령 표창을 받은, 김포 아지네 마을 박정수 소장을 만나보았다.

보신탕집으로 팔려갈 운명의 유기견을 거두다
아지네 마을 박정수 소장이 유기견 보호소를 시작한 것은 2010년부터이다. 아직 반려견 입양 문화가 정착되기 전인 30년 전부터 강아지를 좋아하여, 유기견들을 입양해서 키우곤 하였다. 박정수 소장이 남양주에서 반려견 산책을 시키던 도중, 동네 주민들한테 산속에 유기견이 방치되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음 날 현장에 간 박정수 소장은,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산속에 집도 없이 유기견 3마리가 방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유기견들의 상태는 심각하였다. 집도 없이 나무에 목줄로 묶인 채로 있었고, 국수 면발이 담긴 밥그릇에는 개미와 파리가 들끓었다. 유기견들의 눈에는 진드기가 있어 주인 없이 방치된 지 오래된 듯싶었다. 박정수 소장을 본 유기견들은 박 소장 앞에서 벌렁 드러누우며 애교를 부렸다고 한다. 이 유기견들은 나중에 새끼를 낳으면 근처 식당 주인이 보신탕집에 팔아 넘겨질 운명이었다. 유기견들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 박정수 소장은 3마리를 70만 원에 집으로 데려오게 되었는데, 이것이 국내 최초로 대통령 표창장을 받은 유기견 보호소인 아지네 마을이 시작된 계기이다.

모든 것을 다 잃었지만, 모든 것을 얻다
박정수 소장이 데려온 유기견은 시베리안 허스키와 진돗개로 모두 대형견이었다. 당시 박 소장은 아파트에서 6~7마리의 유기견을 돌보고 있었다. 아파트에서 대형견을 돌볼 수는 없어서 사비를 들여 인천 서구에서 운영하는 유기견 보호시설에 아이들을 맡겼다. 이후 새끼를 출산하여 10마리가 되었고, 그 수가 점점 늘어나자 박 소장은 노후자금을 털어 유기견 보호소 '아지네 마을'을 만들게 된다.

좋은 뜻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박 소장은 모든 것을 잃었다. 견사를 짓는 과정에서 사기를 당해서 돈을 잃었고, 10마리에서 160마리로 늘어난 유기견들을 돌보는 동안 건강도 잃었다. 아지네 마을 운영 3년 차에 공황장애에 걸려 신경 안정제를 지금까지 복용 중이고, 천식과 허리디스크까지 얻었다. 

박정수 소장은 보호소 주변 사람들의 마음까지 잃었다. 유기견이 늘어나면서 짖는 소리가 많이 나고, 냄새가 많이 난다는 이유로 주변 마을 사람들의 원성을 샀다. 가족조차 이런 박 소장의 선행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한 달에 사룟값만 200만 원, 한 달 운영비가 1000만 원이나 들어 노후자금은 다 써버린 지 오래고, 빚더미에 앉은 채 기초생활 수급자로 생활하며 라면을 먹으며 유기견들을 돌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기견에 대한 순수한 애정 때문일까? 박정수 소장의 선행을 알아본 자원 봉사자들이 박 소장 모르게 국민포상 대상자로 추천하였고, 올해 초 유기견 보호소로는 최초로 대통령 표창까지 받게 된다. 불편함 때문에 박 소장을 원망하던 마을 사람들도 할머니에게 '복 받을 것'이라는 말까지 할 정도로 유기견에 대한 박정수 할머니의 애정은 대단하였다.

일을 할수록 사람이 점점 싫어져…
박정수 소장에게 건강과 돈을 잃으면서까지 왜 유기견들을 돌보느냐고 물었다. 

"얘들 눈을 보면 참 천사 같아. 이렇게 말 못하고 보호가 필요한 동물들을 버리는 것은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고 생각해. 유기견들 대부분은 키우다가 병원비가 많이 들어서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자기 자식이 아프면 유기견 버리듯이 버릴 건가? 그리고 특히 아지네 마을에는 대형견이 많은데, 대형견들은 입양도 잘 안 되어서 결국 안락사를 시켜야 하지. 나는 그런 꼴은 절대 못 봐. 내가 죽을 때까지 얘들을 보살필 거야.”

박 소장의 답변에는 어떤 논리적인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동물을 정말 사랑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을 뿐이다. 오늘도 박정수 소장은 아침마다 신경 안정제를 먹으며 160마리의 강아지를 돌본다. 허리디스크가 있음에도 무거운 사료 포대를 옮기고, 강아지 털 때문에 천식이 걸렸어도 160마리의 유기견들에게 직접 밥을 따로따로 준다. 

"어제도 강아지 5마리를 버리고 간 사람이 있어. 보호소 문 앞에 강아지 5마리가 담겨 있는데 정말 치가 떨리더라고. 이 일을 하면서 인간이 점점 싫어져. 귀여울 때는 좋다고 키우다가 나이가 들어 병들고 아프면 이렇게 버리는 게 너무 싫어. 내 몸이 아파도 약자인 얘들을 위해서 쉴 수가 없어”

아지네 마을을 돕는 펫즈메모리
유기견이 늘어날수록, 견사도 부족하고 운영비도 많이 드는 점이 고민이라고 박 소장이 말했다. 대형견이 많은 아지네 마을 특성상, 사료값도 많이 들고 병원에 가도 진료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대통령 표창을 받았지만, 재정적으로 나아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언론 노출을 통해 자원봉사들이 증가한 것은 다행인 부분이다. 그마저도 주 중에는 사람이 없고, 주말에만 15~20명 정도의 규모로 그 명맥을 간신히 유지할 뿐이다. 최근에는 이런 사연을 접한 펫즈메모리 (대표 류민기)가 펀딩 플랫폼인 와디즈에서 아지네 마을을 위한 펀딩을 하고 있다. 

펫즈메모리는 사람과 반려견 모두의 행복을 목표로 반려견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회사이다. 펫즈메모리의 마스코트인 '강아지 대장 강이' 는 캐릭터가 미치는 파급력을 통하여 사람들에게 유기견 문제를 알리고, 궁극적으로 유기견의 수를 줄이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탄생하였다.

류민기 대표는 "70대 할머니가 견사 옆 작은 컨테이너에서 컵라면으로 식사를 때우면서 160여 마리의 유기견을 돌보는 것을 보고 돕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라고 밝혔다. 

펫즈메모리가 주관하는 펀딩은 오는 12월 16일까지 진행되며 펀딩 수익금 절반은 아지네 마을의 월동 준비 물품을 위해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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