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을 통한 교육 혁신의 장을 마련하다

김이섭 명지대학교 연구교수 / 행복한소통연구소 소장

  • 입력 2018.11.23 16:51
  • 수정 2018.11.23 17:21
  • 기자명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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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학교 김이섭 교수는 문학과 문화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해온 이 시대 지성인으로 혁신 교육을 통해 대중에게 그의 존재를 각인시켜 왔다. 30여 편의 저서와 번역서를 출간했으며, 연구논문은 70여 편에 달하는 등 그의 학문을 향한 열정과 왕성한 활동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이섭 교수를 통해 현대인이 맞닥뜨린 소통과 교육 현실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제시한다. 

울림을 선사하는 교육
독일의 콜 총리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독일대사관의 요청으로 통역과 자문을 수행한 김이섭 교수는 EBS 라디오 독일어회화 강의로도 익숙한 인물이다.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수학했으며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하인리히 뵐에 대한 연구로 독일 자르브뤽켄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아산사회복지장학재단과 독일 하인리히 뵐 장학재단의 장학생에 선정된 바 있으며, 한국연구재단의 박사 후 과정을 마쳤다. 

현재 명지대학교에서 연구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행복한소통연구소 소장, 좋은사법세상 이사, 공익제보자모임 운영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정책위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책을 맡아 더 좋은 세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김 교수는 오프 캠퍼스(Off-Campus) 현장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전개한다. 서울시와 경기도의 초·중·고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와 함께, 재능기부 활동의 일환으로 동북아인권포럼 회원들을 위한 ‘왜 우리가 함께 해야 하는지’에 관한 주제의 강의는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김 교수는 “어떤 이들에게는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상당히 큰 울림으로 다가올 수 있는 내용이다”라고 전했다.

진정한 소통 위한 4가지 원칙 제시
김 교수는 다음과 같이 소통의 4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 먼저 다가갈 것, 둘째, 눈과 눈을 마주할 수 있게 눈높이를 맞출 것, 셋째, 마음을 열 것, 넷째, 나눌 것이다. 우리는 불필요한 체면으로 인해, 먼저 다가가는 것에 인색하다. 먼저 다가가 마음을 연다면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은 훨씬 간결해진다. 또한 마음의 창인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것은 오해를 없애고, 효과적인 소통을 하기 위해 중요하다. “우리는 ‘나누다’라는 말을 들을 때 ‘divide'를 먼저 떠올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소통의 의미를 고려해 ’share'라는 의미로 생각했으면 합니다.” 김 교수는 이처럼 뛰어난 통찰력을 지니고 현대인의 의식 전반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김 교수가 주목하고 있는 부분 중 또 하나는 한국어에 대한 부분이다. 그는 “소통의 어려움은 언어에서 비롯되는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어의 맞춤법에 대한 부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훈민정음의 취지를 생각하면 한국어를 보편언어로서 국민들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컨대 동음이의어의 경우, 장음과 단음을 실생활에서 정확하게 구분해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실제로 맥락을 통해 이해하는 것이 보통이지요. 사이시옷과 같은 부분들 또한 글을 쓸 때 혼란을 가중시킵니다. 그런 사소한 부분들을 정리해 좀 더 사용하기 쉬운 언어로 재정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세 살 교육 여든까지 
김 교수는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핀란드의 교육체계를 예로 들었다. 핀란드 교육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단 한 사람의 낙오자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자존감을 살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 살 교육 여든까지 간다’라는 것을 평소에 자주 언급하는데, 여기에서 ‘세 살 교육’이라는 것은 세우고 살린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마중물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중물 교육에 적용하는 원리가 지렛대 원리다. 받침점이 있으면 작은 힘으로도 무거운 물체를 들어 올릴 수 있다. 그는 교육이 받침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공한 사람에게는 가족이든 선생님이든 이웃이든 그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힘을 주고 믿어주는 존재, 교육이 이러한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칸트는 철학이 아닌, 철학 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이는 남의 인생이 아닌 자신의 인생을 배우라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김 교수 또한 이러한 관점에서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나의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답은 많을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사고방식을 통해 실패는 무의미한 것이 아니며, 성공은 실패의 합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또한 plan A가 아니면 plan B, plan C가 있다는 긍정적 사고 또한 자연스럽게 된다.

가치의 재정비, 도착 사회를 변화시키는 첫걸음
“가장 먼저 지도해야 하는 것은 ‘what' 즉, 인생이 무엇인가 하는 점입니다. 그다음에는 당위성에 관한 ’why', 왜 살아야 하고, 왜 공부를 해야 하는 지와 같은 것들이지요. 마지막으로 방법론에 관한 ‘’how'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와 반대예요. 각종 처세와 방법론이 난무하고, 시간이 지나면 그때서야 왜, 마지막으로 인생이 무엇인지를 생각합니다.”

김 교수는 이처럼 한국 사회가 ‘도착 사회’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가치의 도착은 사회 곳곳에서 발견된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값비싼 물건으로 자신을 포장하는 현상 또한 존재가치보다 소유가치를 더 우위에 두는 도착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진정한 자아, 자존감의 발견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며 정신계몽과 의식개혁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서로 이기고 지는 것이 상대적이며 상호적이라는, 가위바위보가 주는 교훈 또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결국 이기고 지는 것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 인정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최고가 아니라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치를 지니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시급한 이유다. 그는 “소통의 장을 재정립해야 한다. 만남과 관계의 소중함을 깨닫고 서로의 존재가치를 인정한다면 타인을 함부로 대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교수님 덕분에 제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교단에 서는 김 교수에게 가장 기쁘고 보람된 순간이다. 수직 문화에서 수평 문화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그는 학생들의 멘토로 격의 없이 다가가 가장 필요한 가르침을 전하는 이 시대 진정한 교육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학생들과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며, 다방면에서 활동을 이어가는 김이섭 교수. 그의 노력이 우리의 의식을, 교육을, 사회를 변화시켜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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