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의 미술여행] 인도 자이푸르(Jaipur) '핑크시티'

  • 입력 2018.11.12 16:59
  • 수정 2018.11.12 17:09
  • 기자명 김석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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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에서 아침 일찍 자이푸르를 향해 떠난다. 날이 밝은지가 오래되었는데 아직도 길가에서 누더기를 뒤집어쓰고 잠을 자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일찍 일어난 이는 길가 담장 밑에 불을 피우고 그 위에 깡통을 올려놓고 무엇인가를 끓이고 있다. 자연스럽게 길가에 텐트도 쳐 놓고 일상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한두 명도 아니고 그런 풍경들이 줄을 지어 계속해서 나타난다. 인도가 경제적으로 성장을 하고 있다고는 하나 이런 빈곤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없는 한 인도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에는 어려울 듯싶다.   

자이푸르의 암베르성_김석기 작가
자이푸르의 암베르성_김석기 작가

자이푸르는 델리, 아그라와 함께 북인도의 ‘골든트라이앵글’이라 부르는 3대 도시 중의 하나다. 델리를 출발한지 여섯 시간 정도 되어 자이푸르 시내로 들어선다. 자이푸르는 라자스탄 주에 속하며 이곳은 크고 작은 왕조들이 난립해 있던 지역이다. 이곳의 왕조들은 무굴제국이 등장하면서 저항보다는 공물을 바치는 사대정책을 폄으로써 자신들의 왕조 유지에 최선을 다하였다. 무굴제국이 사라지고 영국의 지배를 받을 때에도 이들은 영국에 충성을 다 하면서 왕조를 유지해 왔다. 그래서 지금도 왕조가 그 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시가지로 들어오면서 온통 핑크빛으로 칠해진 벽과 건물들이 특이하게 보인다. 관광객들을 환영이라도 하는 듯 온 시가지가 핑크빛이다. 인도에서 환영의 의미를 표현하는 색채는 빨강이다. 자리뿌르가 온 도시를 핑크 색으로 단장을 한 데에는 그 이유가 있다. 

옛날 영국의 에드워드 7세가 왕자 시절에 자이푸르를 방문한 일이 있었는데 이곳의 왕은 온 도시를 핑크빛으로 칠하여 영국의 왕세자를 반기도록 하였다. 그래서 이 도시는 ‘핑크시티’라는 애칭을 얻게 되었다. 아직도 구 도심권은 핑크색만을 사용해야 하는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는 영국의 왕자가 아닌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을 맞이하기 위해서 이곳 사람들은 열심히 핑크색을 칠하면서 ‘핑크시티’를 가꾸어 가고 있다. 관광을 중요 과제로 하여 경제적 발전을 도모하고 있는 이들의 미래는 희망적이다.   

인도의 붉은성에서
인도의 붉은성에서

  

시내 중심가에 ‘시티팰리스’라고 불리는 궁전이 있다. 궁전도 온통 핑크빛으로 칠해져 있다. 궁전은 마하라자(위대한 왕)가 살고 있는 지역과 박물관으로 나누어져 있다. 인도가 독립을 한 후에도 마하라자의 특권을 인정하였기 때문에 지금도 마하라자들이 궁중 생활을 하고 있다. 또 마하라자들은 정치적, 경제적으로도 영향력도 행사하고 있다고 한다. 
박물관에는 역대 마하라자들이 사용했던 일상용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들이 얼마나 화려한 삶을 살았는지 9km의 금실로 짰다는 왕비의 사리(전통의상)가 있는가 하면  실제로 사용했다는 250kg이나 되는 거대한 가운도 있다. 영국의 대관식에 참석하면서 갠지스 강물을 담아 가지고 갔었다는 은 항아리가 반짝인다. 항아리가 구경하는 관광객들의 키보다도 크다.

박물관 옆에는 천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왕 ‘자이싱 2세’가 세웠다는 천문대가 있다. ‘잔타르 만타르’라고 불리는 천문대이며 이 같은 천문대가 인도에는  여러 곳에 만들어졌고, 이곳에 있는 것이 제일 크다고 한다. 20세기 초까지 실제로 천체관측을 실시하는데 활용할 정도로 정확하고 신뢰성이 있다는 18개의 천문대와 적도시계, 해시계 등이 커다란 조각공원에 들어온 느낌을 준다. 세계에서 제일 크다는 해시계는 그 높이가 10m는 되는 듯 계단으로 까마득히 올라가도록 설계가 되어있다. 

천문대에서 나와 ‘바람의 궁전’이라고 부르는 하와마할을 찾았다. 하와마할은 1799년에 건축된 것으로 외형적인 아름다움이 독특하다. 5층으로 설계된 인형의 집과도 같은 귀엽고 아름다운 건축물의 색채 또한 핑크빛으로 칠해져 있다. 외출을 하지 못했던 왕가의 여인들이 창을 이용하여 밖의 풍경과 시가지를 구경하도록 설계된 건물답게 창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하와마할에서 조금 걸으면 중앙 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은 진열된 물품들보다 오히려 빅토리아풍의 건축양식이 아름다워 찾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화려한 건축물을 배경으로 광장을 나르는 비둘기들이 한가롭고 평화스럽다.  

자이푸르의 산성_김석기 작가
자이푸르의 산성_김석기 작가

자이푸르 시내에서 북쪽으로 11km 떨어진 곳에 거대한 ‘암베르성’이 있다. 성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산을 둘러싸고 있는 성벽의 아름다움이 자연들과 어우러져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공예품을 들고 물건을 팔아 보려는 인도의 젊은이들의 집요하고 적극적인 모습들이 귀찮게 느껴진다. 그러나 생동감 있는 인도인들의 활력을 보는 것이 인도의 희망을 보는 듯하다. 
입구에서 코끼리를 타고 성을 향해 오르기 시작한다. 줄을 지어 뒤뚱거리며 성을 향해 산으로 오르는 코끼리들의 몸체에 예쁜 그림들이 그려져 있고, 오색 휘장으로 현란한 치장을 하고 있다. 멋쟁이 코끼리들이다. 행렬을 유지하며 장관을 이룬 코끼리의 행렬은 서서히 느릿느릿 그러나 강력한 힘을 과시하며 묵묵히 움직인다. 마치 인도인들의 생활을 보는 듯 한편으로는 답답하기만 하다. 출렁이는 코끼리의 등판에서 바라보는 암베르성이 아름답다. 10분쯤 뒤뚱거리는 코끼리 등에 매달린 긴장 끝에 드디어 암베르성의 성문이 나타나고, 안쪽으로 들어서니 거대한 정원이 펼쳐진다. 코끼리가 정원을 한 바퀴 돌아 계단 앞에 내려준다.   

이 성은 무굴황제 ‘악바르’와 혼인동맹을 통해 왕국을 번성시킨 카츠츠와하 왕조(1037-1726), ‘만싱’이 1692년에 건설하였다. 처음에는 호화롭지 않았으나 ‘만싱’을 이은 ‘자이싱’에 의해서 현재와 같이 화려하고 호화스럽고,  아름다운 성으로 만들어졌다. 성의 둘레가 50Km 정도로 거대하고, 성은 주로 대리석으로 장식되었으며, 왕비 12명이 거처하던 침실, 하늘정원, 바람 문, 왕비목욕탕, 거대한 물탱크, 왕 침실, 왕비가 거처하던 곳, 접견실 등이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 섬세한 조각과 아름다운 색채와 현란하고 호화로운 장식들이 얼마나 그 당시의 왕조들이 화려한 생활을 하였는가를 짐작하게 한다. 그러나 성으로 드나드는 사람들과 짐승들은 아름다운 유적들을 보존해야 한다는 의식이 없는 듯하다. 코끼리의 배설물 냄새가 진동하는 사이사이로 오토바이와 지프차들이 넘나들고 사람과 짐승들이 혼돈된 행렬은 계속된다. 비가 내리지 않아 물이 말라가는 이곳 호수 위에 촉촉이 비가 내리는 날, 아름다운 새싹들이 돋아나고 풍요로운 삶의 여유가 찾아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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