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철 칼럼] 낙인 효과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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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 중인 카일 슈와츠 교사가 학년 초에 학생들에게 “선생님이 자신에 대해 반드시 알아줬으면 하는 내용을 편지로 보내 달라.”는 제안을 했고 그는 어린 학생들이 혹시라도 마음의 상처를 입을까 하는 걱정에 “익명”으로 편지를 쓰라고 했다. 편지에는 다양한 내용이 담겨있었고 사전에 “익명”으로 써 달라 했음에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편지 끝에 자기 이름을 기록했다. 카일 슈와츠교사는 학생들이 보낸 편지 내용을 트위터에 올리고 그 결과 교육에 긍정적인 변화를 갖게 되었고 다른 교사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는 모 중앙지 내용을 읽고 우리나라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생각과는 너무 다른 점이 있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학교는 재학생 10명 중 9명이 급식을 무료로 먹거나 부분 부담을 하는 가난한 가정환경을 갖고 있는 지역의 학교였다. 선생님은 자기의 어려운 사정을 다른 친구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라 생각하고 그 편지 내용을 트위터에 올려 학생들이 정보를 공유하도록 했다.

“우리 집에 연필이 없어 숙제할 수 없다.” “쉬는 시간 같이 놀 친구가 없다.” “6년째 아버지를 못 봤다”는 등 다양한 내용의 편지 공개는 급우들 간에 서로 돕고 생활하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고 한다.
만일 우리나라 학교에서 이렇게 편지를 쓰게 하고 그 정보를 공유케 했다면 그 교사는 어떻게 될까? 학생의 정보 유출, 인권 침해, 낙인 효과로 비난의 대상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학교에서 성적에 따라 우열반을 편성하면 열반에 속한 학생 부모님들의 항의와 우열반 배정 교사들 간의 갈등으로 그 운영이 어렵고, 열반 학생들의 낙인 효과를 염려하는 것이 우리나라 국민들의 생각이다. 우열반 편성은 학생이 자기 수준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환영해야 할 것이고, 무상급식도 가난하기 때문에 받는 혜택으로 생각해야 함에도 낙인 효과로 생각하는 우리의 국민 의식은 서구 선진국과 크게 다르다 생각된다. 낙인효과라는 용어를 이런 상황에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 표현인가? 낙인효과는 심리학에서 스티그마 효과로 피그말리온 효과의 반대말이다. 스티그마효과는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되면 받을수록 부정적 태도를 나타내게 된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용어이다. 학생의 능력에 따라 열반에서 공부하고 가난하기 때문에 무상급식을 받는 것이 무시당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 행위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는 자신을 숨기고 거짓된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실력이 부족하면 자기의 능력에 맞는 반에서 공부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인가? 가정이 가난하여 무상급식의 혜택을 받는 것이 부끄러운 일인가? 우리는 솔직하지 못하고 남을 의식하고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위선된 삶을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볼 일이다. 나의 현 위치를, 나의 능력을 솔직하게 내보이고 그에 맞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삶의 바른길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우리 국민은 정직성은 OECD 국가 중 최하위이나 정의감은 최고라는 이야기도 있다. 요즘 계속된 정치가나 고위 행정가, 기업가들의 비리 사실은 국민을 실망시키고, 고위 공직자의 청문회나 국정감사에서 우리 국민의 정식성과 청렴성의 결여를 보면서 우리 교육의 문제를 생각해 본다. 

우리는 정직해야 하고 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정직’을 가르쳐야 한다. 내 실력이 낮으면 그걸 인정하고 열반에 가서 떳떳하게 공부해야 한다. 가난하면 국가의 혜택을 더 받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열반에 다니는 것, 무상급식의 혜택을 받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은 자신을 숨기는 거짓된 행위인 것이다. 어려울 때 남의 도움을 받고 살아가면서 그 고마움을 느끼게 되고 성장하여 남의 어려움을 알고 남을 돕는 사람이 될 수 있음은 바람직한 일인 것이다.

낙인 효과를 걱정하는 것은 성인들의 생각이지 실제 상황에 처한 학생들은 모두가 그렇지만은 않음을 생각해야 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부끄러움으로 생각하게 하는 성인들의 잘못임을 인정해야 한다. 낙인효과의 의미를 생각하고 앞으로는 학생교육에 낙인효과라는 용어를 함부로 사용하지 말았으면 한다.

미국의 한 초등학교 사례는 우리나라의 문화나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이 자신을 숨기지 않고 나타내며 다른 학생들은 그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친구로 다가감은 우리도 본받아야 할 점이라 생각한다.
만일 우리나라 학교에서 어느 선생님이 학생들의 요구를 묻고 그 내용을 공개했다면 어떻게 될까? 학부모의 비난, 신문, 방송의 비판에 교직을 그만둬야 할 결과를 예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정직해야 하고, 특히 정치 지도자들은 정직하고 청렴한 삶을 살아야 한다. 정직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거짓으로 숨기지 않는 사람이다. 나의 약점을 남에게 보이고 남의 도움 받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 남의 어려움을 접하고 서로 도와주는 시민의식이 절실한 현실이다.
이제 낙인 효과가 교육현장에서 사라지고 피그말리온효과를 생각하는 교육 현장이 되고 사회 환경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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