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감정을 그려내다

이미향 작가의 반구상 작품 세계로 이소영 기자l승인2018.10.31l수정2018.10.3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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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뜨거운 태양빛이 소나기처럼 내리는 날 붓 한 점의 욕구가 부끄럽게 낯을 내밉니다. 때로는 막막한 암벽 앞에서 낙심도 했지만 이왕 가는 길 천천히 가는 데까지 가려고 합니다.” 반구상 화법을 추구하며 감정의 변화를 작품에 녹여내는 이미향 작가.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열어가기 위해 노력의 끝을 놓지 않는 그녀의 숨결이 살아 있는 작업 공간으로 들어가 봤다.

▲ 이미향 작가

확고한 예술세계의 표현 ‘반구상’
이미향 작가는 확고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현한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 즉 감정의 흐름을 통해 느껴지는 혹은 떠오르는 것을 그려내는 반구상적 화법을 추구한다. 반구상 화법이란 구체적인 대상의 재현을 거부하는 추상적인 미술의 한 속성을 의미하며, 어떤 대상을 작가의 의도적인 변형과 왜곡을 통해 대상의 본질적 특징을 순수한 시각 형성에 의해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일컫는다.

“저는 그림을 ‘어떤 걸 그려야지’라고 생각을 해두고 그리는 것은 아닙니다. 특정된 작품의 테마를 정해놓고 작업을 하지도 않습니다. 저의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화가 작품의 소재가 됩니다. 감정의 흐름을 반구상적인 디자인을 통해 작품에 담아내는 과정을 그립니다.” 이 작가는 영감을 얻는 방법 역시 마음의 상처 혹은 행복함, 즐거움의 감정에서 테마를 찾아낸다.

또한 그녀는 학습된 이론을 토대로 그리는 것을 거부하며, 시간이 오래 걸려도 자신만의 길을 열어간다. 이 작가는 “저는 작품을 연구하거나 익힐 때 빨리 획득하려 하지 않는다”며 “다만 천천히 내 안의 소리를 조용히 들어가며 작품에 녹여낼 수 있게 욕심내지 않고 한길을 간다.”고 소신을 밝혔다.

감정의 흐름을 담아내다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 작품에 제 감정을 표현해 내고 싶다는 마음이 첫 걸음이었습니다. 사연과 감정이 담긴 나만의 소재를 통해 작업을 하는 동안 나를 발견하는 과정입니다. 나의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나면 정리가 되고, 위로가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런 인간의 심리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이 작가의 작품 주제는 특별한 무언가가 아니 자신의 감정이 테마가 된다. 자신의 감정의 변화를 그림으로 표현을 하고, 작업하는 동안 자신을 돌아보고 감정의 정리를 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그녀에게 있어 작품은 내면의 심리를 들여다보고 드러내는 과정으로 그림 작업이 행복한 일만은 아니다. 즉, 작품을 통해 감정의 정화를 느끼고 정리하는 카타르시스의 과정인 셈이다.

이 작가의 작품에는 장미가 많이 등장한다. 그녀는 장미에 대해 어릴 때 감정이 녹아든 소재라고 말했다. “저에게 장미는 단순히 아름다운 꽃은 아닙니다. 처음 작업을 시작 할때 도 장미를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장미에는 저의 어린 시절 감정이 투정되어 있습니다.”

그녀 작품의 또 다른 테마는 신앙이다. 이 작가의 작품 밑바탕에서 신앙적인 요소를 담아낸다. 그녀는 십자가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감정의 신앙적인 믿음을 반구상적인 형태로 그려낸다.

“시작이 내면의 감정이었다면 끝에는 신앙적인 밑바탕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또한 아픔이라는 감정이 그리는 과정을 통해 행복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저의 감정의 변화처럼 작품을 감상하시는 분들도 그 분들의 감정에 따라 언뜻언뜻 다르게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바람이 불기 전에 향기를 품어라’
이 작가는 개인전을 많이 하는 작가가 아니다. 대중에서 작품을 내보이며 즐거움을 얻기보다 자신의 만족감을 높이는 작품 활동에 집중 한다. 그런 그녀가 큰마음을 먹고 최근 개인전을 열어 작품을 세상으로 내보였다. 이미향 작가로서 이름을 건 3번째 개인전 ‘바람을 불기 전에 향기를 품어라’는 많은 사람의 호평 속에 마무리됐다. 특히 이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 직접 쓴 시를 작품과 함께 공개했다.

“다른 친구들이 개인전을 통해 작품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것을 볼 때도 부럽다는 생각을 하거나 욕심을 내 본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나도 나의 작품을 한 번은 빛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을 기회로 정하고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준비를 했습니다.”

그녀의 작품 과정은 외로운 예술의 길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녀는 화실에서 작업을 하지 않고 개인 공간에서 조용히 홀로 작품 활동을 하며, 작품 활동 중에는 다른 그림을 보는 것도 거리를 둔다. 혹시라도 자신의 감정과 작품에 타인의 그림이 투영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또한 이 작가는 터치법도 다른 사람에게 내보이지 않는다.

“저는 오로지 혼자 저의 감정의 깊은 곳을 들여다보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작품 활동을 하는 동안은 다른 분의 그림을 보지 않으려합니다. 오로지 저만의 감정을 들여다보기 위해 저를 작품에 가두어 놓습니다. 감정으로 시작해서 저의 신앙인 사상이나 이념으로 마칩니다.”

개인전을 준비하는 동안 에너지 소비가 많이 됐다는 그녀는 여행을 다니면서 편안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시작을 하기위한 시간을 갖고 있다고 했다.

새로운 도전, 다시 시작을 준비하다
“예전에는 그림 그리는 것이 마냥 재미있어서 했다면, 지금은 다른 사람에게 더 좋은 그림을 보여주고 싶다는 무게감과 책임감이 생겼습니다.” 어린 시절 선생님의 그림 전시회보고 감동을 받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이미향 작가. 그 감동을 쭉 이어가기 위해 그림을 놓지 않고 한 길 만을 걸어가고 있다. 그녀는 지금 더욱 과감한 시도를 통해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장미는 제가 걸어온 길 중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더욱 과감한 시도를 통해 새로운 것을 추구해보고 싶습니다. 색감을 융화시켜서 차분하게 들어가는 작품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준비 중입니다.” 내면의 감정 변화를 비현실적인 것으로 끌어안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이미향 작가의 기존 틀을 깨는 새로운 도전을 기대한다.


이소영 기자  peoplels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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