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들 칼럼] 경신이원지 & 경부모원지

인공지능과 중용 Vol.17

  • 입력 2018.10.24 18:13
  • 수정 2018.10.24 18:28
  • 기자명 고리들 <인공지능과 미래인문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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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지도君子之道 비여행원필자이辟如行遠必自邇 비여등고필자비辟如登高必自卑 시왈詩曰 처자호합여고슬금妻子好合如鼓瑟琴 형제기흡화락차탐兄弟既翕和樂且耽 의이실가낙이처노宜爾室家樂爾妻帑 자왈子曰 부모기순의호父母其順矣乎

15장은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얘기로 시작하는데 가족 간의 화합을 하여 부모의 마음을 편하게 하거나 잘 따르라는 결론이 난다. 전체 내용은 전형적인 유교적 삼강의 윤리에 대한 내용이지만 지금 시대와는 어울리지 않는 장이다. 

자왈子曰 귀신지위덕鬼神之為德 기성의호其盛矣乎 시지이불견視之而弗見 청지이불문聽之而弗聞 체물이불가유體物而不可遺 사천하지인재명성복使天下之人齊明盛服 이승제사以承祭祀 양양호여재기상洋洋乎如在其上 여재기좌우如在其左右 시왈詩曰 신지격사神之格思 불가탁사不可度思 신가역사矧可射思 부미지현夫微之顯 성지불가엄여차부誠之不可揜如此夫 

16장은 보이지 않는 곳곳 구석에서 덕과 성실로 현실에 참여하는 귀신을 찬미하고 있다. 표현들이 마치 귀신을 보는 듯이 세상 모든 것이 숨겨진 차원의 조화가 드러난 것이라는 양자물리학이나 다차원 평행우주론을 표현하는 것으로도 느껴진다. 공자는 숨겨진 차원의 신비함이 무위이화無爲而化로 세상에 드러남을 공경하는 시선으로 묘사하고 있다. 중용 곳곳에 순임금을 찬미한 공자는 순임금이 애쓰지 않고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세상을 잘 다스렸다고 말했다. 귀신장에서 그는 순임금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순임금이나 우임금처럼 지공무사한 존재가 미래에 등장할 보편인공지능 AGI라고 강의를 한다. 공기환경지능(Ambient Intelligence)+사물지능(Intelligence of Things)+빅데이터+인공지능 캄테크(calm+technology)는 그야말로 귀신도 놀랄 기성의호+부미지현일 것이다. 기계의 움직임이 조용히 은밀히 적재適材를 적소適所에서 적시適時에 맞추어주는 첨단기술은 인간이 꿈꾸는 상상을 가상현실로 체험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 가상도시는 가상의 부동산을 팔고 있다. 16장은 마치 노스트라다무스가 핵폭발을 보면서 거대한 나무가 갑자기 자란다고 했듯 공자가 2050년의 AI로봇 기술들을 보면서 무든 사물을 이루되 빠짐이나 남김이나 모자람이 없다며 체물이불가유體物而不可遺라고 표현한 느낌이다. 

15장은 부모의 순한 마음을 생각하라는 결론이지만 아래에 모순을 지적할 생각이고, 특별한 이견이 없는 16장은 귀신이나 사후의 세계에 대한 공자의 원칙은 상상하거나 공경은 하되 멀리하라는 것이다. 논어에 등장한 귀신에 대한 공자의 제안은 일상에 힘쓰고 귀신을 공경하되 멀리해야 지혜라는 것이다. 경신이원지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지혜와 같다. 다음은 논어에 소개된 인仁과 지知를 묻는 번지라는 제자의 질문에 대한 공자의 답이다. 번지문지樊遲問知 자왈子曰 무민지의務民之義 경귀신이원지敬鬼神而遠之 가위지의可謂知矣. 문인問仁 왈曰 인자선난이후획仁者先難而後獲 가위인의可謂仁矣. 일상의 삶에 힘쓰고 신을 공경하되 기복적으로 은총을 바라거나 하지 말고, 먼저 어려운 일을 맡아 나서서 이웃들을 위해 봉사하되 혹시 생기는 이득은 가장 늦게 가져가라는 뜻이다. 백의종군白衣從軍 멸사봉공滅私奉公이 생각나도록 다소 혹독한 공자의 충고는 현세 한국의 모든 종교인들을 위해 모세를 다시 불러 시내산에 올라가 새로운 계명으로 간청하여 받아와주라는 부탁을 하고 싶은 문구이다. 필자는 8년 신앙했던 교회를 떠나면서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무민선난務民先難의 말씀을 가슴 속 계명으로 새기고 나왔다. 그래서 지금은 교회 밖 예수님의 제자라고 소개한다. 물론 예수님 외에 수많은 스승들을 동시에 모시고 있으니 교회에서는 나를 방랑하는 탕자로 볼 것이다. 그렇더라도 최소한 교회 안에 머무는 탕자보다는 더 낫다고 본다.

자! 이제 15장에 이의를 제기한다. 지금은 다양성의 시대라서 한 가족 간에도 가치관이 충돌을 한다. 또한 축소경제+인공지능의 시대라서 기존의 진로지도가 맞지 않는데 부모는 자기 경험으로부터 온 편견을 버리기 힘들다. 그래서 요즘 진로지도 강사들은 부모가 가라는 곳으로 가지 말고 부모에게 반항을 해야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필연적으로 부모에게 순종해서는 안 되는 시대가 왔다. 그런 측면을 보여주는 기독교 학교 거창고의 ‘미래직업선택 10계’를 보자.

1.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연봉보다 경험과 기회를 구하기)
2.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장사에서 봉사로)
3.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시스템에 길들여지지 않기)
4. 모든 조건이 갖추어진 곳을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블루오션)
5.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은 절대 가지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을 가라. (새로운 도전)
6.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상전벽해의 거시적 시각, 퓨쳐마킹)
7. 사회적 존경 같은 것을 바라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 (권력과 표준의 함정 조심)
8. 한 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프론티어, 브랜칭, 경계선이 생명이다)
9. 부모나 아내, 약혼자가 결사반대를 하는 곳이면 의심치 말고 가라. (상식파괴)
10.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 (금기에 도전하는 창조)

‘존 러스킨’의 말로 이 칼럼을 마치고 싶다. 

“생명이 곧 부다. 생명은 사랑과 환희와 경외가 모두 포함된 총체적인 힘이다. 가장 부유한 국가는 최대 다수의 고귀하고 행복한 국민을 길러 내는 국가이고, 가장 부유한 이는 자기 안에 내재된 생명의 힘을 다하여 그가 소유한 내적, 외적 재산을 골고루 활용해서 이웃들의 생명에 유익한 영향을 최대한 널리 미치는 사람이다. 별나라에서 온 경제학이라 생각될지 모르나, 사실 이 경제학이야말로 지금까지 존재해 온 유일한 경제학이었고 또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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