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칼럼]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면 직면해야 한다

영화 <인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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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지막에 팽이가 휘청휘청하는 것으로 끝을 맺어 열린 결말이냐, 닫힌 결말이냐 시시비비가 많았던 영화 <인셉션>. 결말에 대한 논란은 감독인 크리스토퍼 놀란이 닫힌 결말이라고 밝혀서 일단락되었지만, 영화가 막을 내린지 오랜 시간이 지나도 결말의 의미를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인셉션의 결말이 열린 결말이냐 닫힌 결말이냐를 곱씹어 보는 것도 영화를 관람하는 재미지만, 결말이 도출되기까지 인셉션이 주는 메시지도 한 번쯤 다시 되돌아보면 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오늘은 심리적인 관점에서 인셉션이 주는 의미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사진=네이버 영화
사진=네이버 영화

무의식은 생각의 ‘시작’
인셉션은 인간의 무의식을 주제로 한 영화로, 주인공인 코브(레오나르드 디카프리오)가 피셔(킬리언 머피) 무의식에 침투하여 피셔의 생각을 바꾸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할 때 ‘의식적’으로 모든 것을 통제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우리의 행동 대부분은 ‘무의식적'으로 하는 것이 많다. 생각을 바탕으로 나오는 행동이 무의식에 기반한다는 점은 극중 코브가 피셔의 결정을 바꾸게하기 위하여 무의식의 영역에 침투하는 것에서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인셉션(Inception)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시작’으로, 생각은 무의식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제목에서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인셉션에 나온 대로 무의식의 영역에 침투하여 생각의 씨앗을 심으면 사람의 생각이 바뀐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는 광고의 영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50년대 영화관 코카콜라 광고이다. 미국 뉴저지의 한 마케터가 영화 상영 중 사람이 인지할 수 없는 1/3000초짜리 광고를 넣었다. 그 내용은 ‘콜라를 마시자, 팝콘을 먹자’로 영화를 보고 있던 사람들은 이 광고를 인지하지 못했지만, 영화가 끝난 뒤 코카콜라의 판매량이 18%, 팝콘의 판매량은 57%가 증가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효과를 ‘서브리미널 효과’라고 한다. 서브리미널 효과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지만,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1974년 이후 이런 잠재의식을 자극하는 세뇌와 가깝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하여 서브리미널 광고 상영을 금지하였다. 이런 점을 보았을 때 서브리미널 효과는 무시할 수 없는 효과라고 보여진다.

사진=네이버 영화
사진=네이버 영화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면 직면해야 한다
극 중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은 코브의 트라우마 극복과정이다. 코브가 더 깊은 꿈속으로 들어갈 때마다 전 아내인 멜(마리옹 꼬띠아르)이 나오고, 뜬금없이 기차가 나온다. 멜과 아이들, 기차의 등장은 타겟의 무의식에 침투하는 과정에 상당한 걸림돌이 된다. 코브는 멜이 자신 때문에 죽게 되었다는 생각 때문에 죄책감에 사로잡혀있다. 동시에 아내와 아이들 대한 그리운 감정을 가지고 있어 자신의 무의식 깊은 곳에 아내와 아이들의 기억이 저장된 공간을 따로 만들어 놓는다.  

코브가 자신만의 비밀의 방을 방문하는 것은 코브가 과거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현재가 아닌 과거의 상태에 머무른다는 것이다. 과거의 상처인 트라우마는 제대로 직면하지 않고 그냥 덮어두거나 억제하게 되면 엉뚱한 곳에서 튀어나오게 된다. 마치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처럼 말이다. 팀원인 애리어든(엘렌 페이지)이 코브의 비밀의 방의 존재를 알고 이런 행동은 위험하다며 없애라고 말하지만, 코브는 이를 무시하며 죄책감을 직면하지 않는다. 그 결과 무의식에 들어갔을 때 도로 한복판에 기차가 나와 팀원들을 위협하고, 멜이 팀원을 총으로 쏘는 등 문제가 발생한다. 여기서 등장하는 기차와 멜이 총을 쏘는 행위는 아내에 대한 코브의 트라우마, 죄책감을 표현한 것이다.

코브의 트라우마 때문에 팀이 심각한 위기에 처하자, 결국 코브는 예전에 아내와 함께 갔던 깊은 무의식의 세계로 들어가 아내와 직면한다. 그곳에서 아내는 이곳 (무의식의 세계)에서 아이들과 영원히 살자고 했지만, 코브는 이곳이 현실이 아니라며 자신은 현실로 돌아가 아이들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후반부 이런 대화 과정은 코브의 트라우마를 직면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런 결단 덕분에 코브는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인셉션은 코브의 내적 성장기를 다룬 영화라고도 볼 수 있다.

과거의 상처, 트라우마를 직면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고 고통스럽다. 우리는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을 묻어두기 위하여 코브처럼 비밀의 방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직면하지 않고 덮어 놓으면 현재를 살지 못하고 과거에 머무르게 되거나, 영화에서 난데없이 등장하는 기차처럼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터지게 된다. 몸에 상처가 나면 곪지 않게 약을 발라 치유하듯이, 우리의 마음에 상처가 나면 치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트라우마로 인해 과거에 살고 있다면, 트라우마와 직면하는 시간을 통해 과거에서 현재로 돌아 와보는 것은 어떨까? 힘든 과정이겠지만, 그만큼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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