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뒤 “부동산 4건·금융 23억” 불과 석달뒤 30억 부동산 들통

  • 입력 2013.08.19 12:04
  • 기자명 이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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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뒤 “부동산 4건·금융 23억” 불과 석달뒤 30억 부동산 들통

초등학생이 ‘29만원 할아버지’라는 동시를 지을 만큼 전두환(82) 전 대통령의 재산 관련 거짓말은 풍자와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74)씨의 수십억원대 고액 연금보험 가입 사실(<한겨레> 22일치 1면 참조)이 드러나면서, 과거의 재산 관련 거짓 해명들에 눈길이 쏠린다. ‘거짓말 시리즈’는 대통령 퇴임 직후 시작됐다. 1988년 11월23일 사과·해명 담화에서 전 전 대통령은 ‘가족의 재산’이 부동산 4건과 금융자산 23억원 등이 전부라고 밝혔다. 그러나 1989년 2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김운환 당시 통일민주당 의원은 이순자씨가 시가 30억원 상당의 경기도 안양시 관양동 임야를 가등기해 소유한 사실을 등기부등본을 근거로 폭로했다.
그 뒤 전 전 대통령은 거짓말을 대놓고 시인했다. 1996년 4월 내란·뇌물죄 재판 법정에서 검사가 “당시(1988년) 피고인이 발표한 재산 내역은 허위로 발표한 것이 분명하냐”고 묻자, 전 전 대통령은 “그렇다. 허위로 발표했다. 당시엔 정치 상황에 따라 허위로 발표한 것이다”라고 실토했다.

2004년에도 거짓말이 드러났다. 검찰은 미납 추징금과 관련해 2003년 ‘전 전 대통령의 재산이 얼마인지 밝히라’며 재산명시 신청을 법원에 냈다. 전 전 대통령이 법정에 제출한 재산 목록에는 연희동 별채(시가 7억~8억원)·보석류·예술품·악기와 문제의 ‘예금 29만원’ 등이 있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1년 뒤인 2004년 2월 전 전 대통령의 둘째아들 전재용(49)씨는 아버지의 비자금을 숨긴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됐다. 법원은 2007년 확정판결을 통해 재용씨 소유의 채권 중 73억5500만원어치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채권임을 확인했다.
전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씨도 “(본인 등의 재산이)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과 무관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2004년 재용씨의 조세포탈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이창석씨의 부인 홍정녀(61)씨의 채권 계좌에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일부가 들어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전두환 두 아들 회사 불법운영 정황 포착… 형사처벌 가능성 커져

전두환 전 대통령의 1600억원대 미납 추징금 환수 작업이 수사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와 차남 재용씨(사진)가 회사 운영 과정에서 탈세·횡령 등 불법을 저지른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 차남 재용씨 법인자금 횡령 가능성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팀장 김형준 외사부장)은 서울 이태원에 있는 비엘에셋 소유의 ㅈ고급빌라 2채의 매각자금 30억원이 최근 재용씨의 지인 ㄱ씨의 계좌로 전달된 사실을 확인했다. 비엘에셋은 재용씨 30%, 재용씨 전 부인 자녀 2명이 각 20%, 재용씨 부인 박상아씨 10%, 재용씨와 박씨 사이의 자녀 2명이 각 10%씩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검찰은 ㅈ빌라 2채 매각대금 30억원 외에도 재용씨가 비엘에셋을 운영하면서 횡령·탈세 등 탈법을 저지른 정황을 잡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이르면 8월 초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 작업을 수사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비엘에셋이 최근 매각한 ㅈ빌라 2채와 재용씨 내외가 거주하고 있는 30억원 상당의 ㅈ빌라 한 채를 압류해놓은 상태다.


■ 장남 재국씨 2004년 아랍은행에 100여만달러 예치 후 모두 찾아가

검찰은 재국씨가 기존에 알려진 ‘블루 아도니스’ 외에 국내외에 여러 개의 페이퍼컴퍼니(서류형태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를 설립한 정황을 잡고 이들 회사의 실체를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재국씨가 2004년 9월 싱가포르를 직접 방문,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에 100여만달러를 예치한 뒤 이후 5년여에 걸쳐 모두 찾아간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국씨의 해외 비밀계좌 관리인으로 알려진 김모씨(60)는 인터넷 독립언론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재국씨는 당시 아랍은행 측에 페이퍼컴퍼니와 계좌 관련 기록 일체를 은행 내부에 보관하도록 하고, 어떠한 내용도 한국에 우편으로 보내지 말 것을 요청하는 이른바 ‘홀드 메일(Hold Mail)’을 신청하는 등 특별서비스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재국씨가 싱가포르를 방문한 시점은 동생 재용씨가 조세포탈 혐의로 1심에서 유죄선고를 받은 등 검찰의 전두환 비자금 수사의 한창 진행 중인 때였다. 재국씨는 이에 대해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할 때 은행관계자의 권유로 예치해 둔 것”이라고 해명했다.
검찰은 현재까지 재용씨 등에게서 압수한 미술품 수백 점의 가치가 10억원 안팎에 그치는 것으로 잠정 파악하고, 박수근·이중섭 화가의 작품 등 고가의 미술품을 은닉해놓은 것으로 의심되는 제3의 미술품 수장고를 찾고 있다. 검찰은 전날 시중은행 여러 곳에 있는 전 전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의 대여금고 7개를 압수수색해 그 안에 보관돼 있던 예금통장 50개와 다이아몬드 등 귀금속 40여점, 각종 송금내역 등 자료를 확보했다.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는 최근 압류된 30억원짜리 예금에 대해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라며 검찰에 압류 해제를 공식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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