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 칼럼] 대학 서열화와 소득 격차

  • 입력 2018.09.19 09:50
  • 수정 2018.09.19 12:04
  • 기자명 원동인 SPR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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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대한민국은 '절대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가와 개인은 피눈물 나는 노력의 결과로 전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높은 경제성장과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의 ‘대학’은 단기간에 물질적 풍요와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기 위한 계층 상승의 수단이 되었다. 학력으로 인한 계층 분화를 몸소 경험한 한국 베이비붐 세대(1955년부터 1964년 사이에 태어난 약 900만명)는 대학진학이 사회경제적으로 커다란 수익을 안겨줄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갖게 되었다. 인적 자본에 투자하면 투자할수록 경제적 자본으로 이어지는 것이 가능했으며, 대학진학이 고소득 일자리로 보장받았던 시기에 형성된 것이다.

이렇게 형성된 강한 대학 진한 욕구는 현재까지도 이어져 심각한 대학서열화의 문제를 낳고 있다.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의 노래 가사 같은 서열화부터 ‘학종충, 수시충, 지균충’ 등의 입학 전형에 따른 서열화까지 차별적 서열화 현상이 대학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만연하다. ‘학종충, 수시충, 지균충’ 대학생들끼리 입학 전형에 따라 부르는 혐오 표현이다. 같은 방식이 아닌 다른 전형을 치른 학생들과 어울리기를 꺼려하고 밀어내는 배타적 문화가 학내에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치열한 입시경쟁 속에서 다른 전형을 통해 들어온 학생들을 같은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혐오한다.

중요한 문제는 차별 받는 이들도 이를 부당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열등의식과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건가? 그것은 오랜 시간 대학을 지위와 부를 얻는 수단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기인한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부르디외가 제시한 ‘아비투스’ 개념은 특정한 사회적 환경에 의해서 형성된 개인의 사고나 행동의 일정한 패턴이라고 할 수 있다. 고도 경제 발전기에 형성된 ‘아비투스’는 다음세대로 전달되고 입시 경쟁에서 승자가 되어 성공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의식이 내재화되었다. 다시 말해 대학진학이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부로 연결된다는 믿음이 다음 세대로 전달되어 내재화되고 그러한 인식 속에 경쟁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필자는 현재의 끝없는 입시 경쟁은 단순히 입시 문제가 아닌 경제 문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소득격차가 크고 소수의 사람들만이 양질의 일자리를 영위하는 극심한 경쟁 환경이 입시 경쟁으로 이어지는 당연한 귀결이다. 기본적으로 소득격차가 적고 일자리가 보장되어 있다면 입시경쟁은 어느 정도 완화될 것이다. 또한 소득격차가 줄면 특정 기업군, 특정 직업군 과도하게 몰리는 현상이 줄고, 대입 진학의 필요성 자체를 생각해 봄으로써 대학 서열화의 견고한 구조가 완화될 것이다

이제는 과도한 입시 경쟁을 단순히 교육문제, 입시 전형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의 문제 인식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원동인 SPR 대표
원동인 SPR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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